[Opinion] 공감각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무드 인디고 [영화]

글 입력 2020.04.1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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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랑은 어떤 색인가요? 영화 포스터에 적힌 문구다. 사랑이 어떤 ‘색’이냐고 묻는 포스터답게, 포스터는 아름다운 색들로 채워져 있다.

영화 《무드 인디고》에서 눈여겨볼 요소는 ‘색감’이다. 색감은 시각적 요소다. 이 영화는 색감뿐 아니라 다양한 상상력으로 시각 이외의 여러 감각을 자극한다. 나는 ‘감각’의 렌즈를 끼고 영화를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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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감의 변화에 따른 전개


네이버 영화 정보에서 《무드 인디고》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영화를 색에 따라 네 단계로 나눠두었다.

콜랭과 시크가 각각 클로에와 알리즈를 만나게 되며 사랑에 빠지는 VIVID,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결혼을 하게 되는 클로에와 콜랭의 PASTEL, 클로에의 폐에서 수련이 피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치료를 위해 전 재산을 탕진하는 콜랭과 자신이 추종하는 파르트르 물건 수집을 위해 전 재산을 탕진하는 시크를 그린 MONO, 클로에의 치료를 위해 급기야 육체노동을 시작한 콜랭과 두 커플의 비극적인 사랑의 COLORLESS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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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을 봐도 색감의 변화가 잘 느껴진다. 영화 초반 식탁에서는 군침이 돌게 하는 풍성하고 다채로운 음식들이 정갈하게 차려져 있지만, 영화 후반 식탁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음식들이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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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에서의 콜랭과 클로에가 손을 잡고 뛰는 장면은 영화 초반과 후반에 각각 삽입되어 있는데, 초반에는 그들에게 색깔이 분명히 있지만, 후반에 그들은 색을 빼앗긴 흑백 상태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클로에의 폐에 수련이 피어나고 그녀가 몸 져 눕는다는 점에서 색이라는 시각적 요소는 영화의 내용을 파악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공감각적 상상력


중고등학교 국어 시간, 시를 분석하는데 꼭 배웠던 그 단어, ‘공감각적’. 공감각적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하나의 감각이 동시에 다른 영역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풀이된다.
 
영화 《무드 인디고》를 보는 데 있어서 공감각적 상상력은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이다. 콜랭에게 거대한 부를 안겨주었다는 ‘칵테일 피아노’가 바로 그 공감각적 상상력의 대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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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랭이 개발했다는 칵테일 피아노는 음을 하나하나 누를 때마다 음료가 제조되는데, 코드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마이너 코드는 그리움의 맛, 메이저 코드는 낙천적인 맛을 내는 식이다. 정말 재밌고 기분 좋은 상상이다. 칵테일 피아노만 있으면 어떤 상황이나 느낌을 맛볼 수 있을 테다. 칵테일 피아노에 대해 계속 곱씹어 보는데, 왠지 낯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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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북퍼퓸은 문학 속 작품의 분위기나 인물의 분위기를 향으로 표현한다. 공감각적으로 생각해본다면 그건 아마 시각의 후각화가 될 것이다.

《무드 인디고》를 향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다채로웠다가 모든 색을 잃는 이미지를 후각으로 표현한다면 달콤한 향으로 시작했다가 시원하고 씁쓸한 잔향이 남는 향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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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의 미각화로 공감각적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도 있다. 인터넷에서 문학 작품을 모티프로 한 차(tea) 코스를 소개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소설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맛으로 차를 표현하고 즐기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무드 인디고》를 맛으로 표현하자면 새콤달콤한 과일 맛 사탕 같은 향이 나는 첫 맛과 쌉싸름한 끝 맛이 입안에 맴도는 차 한 잔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성이라는 건 생각보다 쉽게 사람을 사로잡아요. 왜, 보면 콘서트에 다녀온 티켓을 오랫동안 보관해두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사진도 굳이 인화해서 직접 걸어두고, 휴대폰 사진이 아무리 잘 나와도 누군가는 아직 폴라로이드를 찾아요. 전자책 시장이 성장한다고 해도 여전히 종이책이 더 많이 팔리고, 음악은 다들 스트리밍으로 듣지만 음반이나 LP도 꾸준히 사는 사람들이 있죠. 좋아하는 연예인들의 이미지를 향수로 만들어서 파는 그런 가게도 있고요. … 그냥 실재하는 물건 자체가 중요한 거죠. 시선을 돌려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거잖아요. 물성을 감각할 수 있다는 게 의외로 매력적인 셀링 포인트거든요.


-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감정의 물성」中

 


나는 언젠가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생각보다 쉽게 사람을 사로잡는 물성이라는 것에 대하여. 어떤 기분이나 느낌, 상황을 맛이나 냄새, 또 다른 감각으로 붙잡아두고 싶어 하는 인간에 대하여.

 

입체적이고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원작, 『세월의 거품』

 
사실 영화 《무드 인디고》는 원작이 있는 영화였다. 원작은 프랑스 작가 보리스 비앙의 『세월의 거품』이다.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하면서 내용의 일부가 삭제된 채 개봉되었다는 글을 봤다. 넷플릭스 역시 내용의 일부가 삭제된 버전이 올라와 있었다. 그래서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들이 튀어 보였다. 그런 아쉬운 점들을 채우기 위해 원작 『세월의 거품』을 읽었다.
 
『세월의 거품』은 보리스 비앙의 대표작으로, 출간 이후 300만 부 이상이 팔린 현대 프랑스 문학의 가장 성공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세월의 거품』은 1946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원작을 읽으면서 영화에서 매끄럽지 못했던 부분들을 채워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영화가 원작을 충실히 따르고 있음을 느꼈다. 책의 묘사들은 영화의 연출과 상당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감각적인 상상력으로 가득 찬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이게 뭐지?’라는 말이 계속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초현실적인 연출들로 뇌가 깨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터널 선샤인》으로 잘 알려진 감독 미셸 공드리를 칭찬한다. 물론 감독의 뛰어난 능력이 감각적인 영화를 만들었겠지만, 원작 자체가 시대를 뛰어넘어 모든 감각을 깨어나게 하듯 입체적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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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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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당분
    • 우연히 발견해서 재밌게 본 영화였는데, 요 글이 더 재밌는 것 같아요. 감각 하나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우리네 모습도 넘 재밌고. 잘 읽었습니다~
    • 1 0
    • 댓글 닫기댓글 (1)
  •  
  • 담연
    • 2020.04.20 22: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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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고
    • 당분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 : )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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