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결과 분리가 공존하는 지금, '장벽의 시대' [도서]

'초연결의 시대'에서 '장벽의 시대'로 가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글 입력 2020.04.14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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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 시대’, 요즘 들어 더욱 실감하게 되는 단어다. 초연결 시대에 도래하면서 전 세계는 물리적 거리를 넘어서게 되었고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을 정도로 상호의존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 19'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작년 말 중국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는 불과 몇 달 만에 전 세계로 퍼졌고 그 폭풍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이러한 사태는 세계 곳곳에서 국경 봉쇄가 잇따름에 따라 전 세계를 오고가던 교통망이 점차 폐쇄되었고 철저히 국가 간의 경계를 구분시켰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됨에 따라 집 밖이 아닌 집 안에서의 생활이 늘어났다.

 

그러면서도, ‘초연결 시대’는 온라인을 통한 전 세계의 연결을 가능하게 했다. 비록, 국경은 폐쇄되었지만 (일부 국가를 제외한) 세계는 국경을 초월하여 '코로나 19'와 관련한 정보공유와 협력들이 이루어짐이 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으며, 거리가 먼 지역에 사는 사람이더라도 소셜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서로의 소식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마트에서 장을 보지 않더라도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생활필수품과 음식 등을 구매할 수 있다. ‘초연결 시대’는 이미 우리의 삶 속에서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는 ‘초연결 시대’를 무색하게 하듯 또 다른 문제를 맞이한다. 바로 국가와 국가 사이, 국가 내 지역 사이에 위치한 수많은 장벽이 세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화를 역행하듯 차별과 분리를 만들어내며 분열과 갈등을 양상 시키고 있다. 새로운 분리의 시대 즉, '장벽의 시대'를 마주한 것이다.



21세기, 세계 곳곳에 수천 킬로미터의 장벽과 담장이 세워졌다. 적어도 65개 나라가, 전 세계 국민국가의 3분의 1 이상이 국경선을 따라 장애물을 설치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워진 것 중 절반은 2000년 이후에 생겨났다. ··· 분리는 개인적, 지역적, 국가적, 국제적 수준에서 정치를 만들어낸다. 모든 이야기는 양면성을 띠며, 모든 장벽도 그러하다. 오늘날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하려면 무엇이 우리를 나누었고, 무엇이 계속해서 그렇게 하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 9~10p


 

‘초연결 시대’와 ‘장벽의 시대’가 공존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인 지금,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장벽의 시대》를 쓴 저자 팀 마샬은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방송인이다. ‘지리의 힘’ 저자로도 유명한 그는 30년 넘게 외교 전문가이자 국제 문제 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정치, 종교, 민족, 역사, 갈등 그리고 분쟁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써왔다. 세계의 여러 분쟁지역을 다니며 보았던 세계 곳곳에 세워진 혹은 세워지고 있는 물리적 장벽에 대한 역사와 현주소 그리고 여러 사회적 현상을 이 책을 통해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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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먼저 언급하고 싶다. '장벽'은 무엇인가. 저자는 ‘장벽’이라는 표현을 장애물, 울타리 그리고 모든 다양한 분리에 대한 약칭이라고 말한다. 이는, ‘장벽’이 단순히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물리적 장벽'만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 장벽' 또한 포함함을 의미한다.

 

즉, 전자는 중국의 만리장성,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장벽, 북아일랜드-아일랜드공화국 장벽 그리고 미국-멕시코 장벽을 의미하는 것이다. 후자는 종교, 언어, 민족, 국가, 소득, 세대 등에 따라 나뉜 장벽이다. 이를테면,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그렇다. 봉건사회가 해체되고 계급이 무너진 시민 사회로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카스트 제도의 근원인 종교 제도의 지속으로 인해 현재까지도 낮은 계급을 향한 차별과 혐오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가장 먼저 중국의 장벽을 들여다본다. 중국에서는 외부 세계와 분리된 ‘거대한 방화벽’에 대해 다루며, 미국에서는 멕시코와의 국경선 장벽과 내부의 인종적, 정치적 분열과 갈등을, 중동 지역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과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종교적 대립을, 남아시아에서는 인도와 그 주변 국가들 간의 분쟁과 이주민 문제를, 아프리카에서는 끊임없는 국가적, 민족적, 부족 간의 갈등을, 유럽에서는 유럽 통합 세력과 민족주의적 분리 세력의 갈등과 난민 문제를, 영국에서는 브렉시트를 둘러싼 갈등과 내부적 분열을 다룬다. 필자는 수 많은 장벽 중 '중국의 인터넷 장벽'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이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

 

중국에서 인터넷 검열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포털 사이트에 ‘중국 온라인 검열’라고 검색해보아도 알 수 있듯 이미 많은 해외 사이트들이 중국 정부의 검열을 거쳐 차단되었고 여전히 중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어 외부와의 차단을 계속하고 있다. 유튜브 대신 비리비리(bilibili)를, 인스타그램 대신 웨이보를, 구글 대신 바이두를 사용하고 있다. 그들은 왜 이토록 외부와의 차단을 하는 것일까? 무엇을 감추고 두려워하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국의 공산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함이다. 중국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분열이기 때문이다. 현 체제를 반대하는 세력이 나타나 공공장소에서 시위를 하고 폭동까지 일으키는 것을 그들은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 핵심지역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고자 했고 정보의 흐름을 차단하여 사전에 그들과 반대되는 의견들의 유포와 결집을 차단시키고자 했다. 그들의 체제를 통합시키기 위해서는 세계와의 분리가 필요하며, 그것은 인터넷 시대에 ‘중국의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즉, ‘황금 방패(Golden shield)’를 등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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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계에서 중국 인민들을 바깥 세계로부터 계속 단절시키는 것은 그들을 서로 분리하는 것보다 쉬웠다.


- 46p


 

중국에서 부르는 ‘황금 방패’는 중국 인민들을 통제할 수 있으니 꽤나 효과적인 방안일 것이다. 비록 방화벽을 뚫도록 고안된 가상사설망(VPN)이 있다고 해도 일부의 사이트만 가능할 뿐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다양한 사이트에 접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지역에 따라 검열의 수준의 차이를 두었다. 만약, 해외 사이트 접근이 금지된 지역에서 외국 뉴스를 접하다 걸릴 경우 정부는 그들을 추적하여 정보를 어떻게 얻고, 사용했는지 등을 그 모든 것에 대해서 알고자 할 것이다.

 

이외에도 중국의 인터넷 규제와 검열로 인해 개인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에서는 사업상 부정적인 영향을 경험했던 사례가 나온다. 책을 읽다보면 중국 정부가 그들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그토록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를 보게 된다.

 

앞으로도 중국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차단하고 장벽을 세워 세계와의 단절을 통해 지시와 통제가 쉬운 통합을 이루고자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경제 성장을 이룩하려는 목표 또한 있다. 하지만, 이를 역행하는 중국의 인터넷 검열과 같은 행보는 중국의 경제 성장을 이끄는데도 제약이 될 것이다. 당장은 버틸 수 있겠지만 영원한 해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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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의 시대》는 세계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했다. 책을 보고나니 다가올 지구촌의 미래가 디스토피아 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듯이 ‘장벽’ 또한 이분법적으로 좋다, 나쁘다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장벽은 불쾌하지만 종종 효과가 있다’며 부정적 측면만이 아닌 긍정적 측면에서도 바라본다. 또한, ‘장벽은 일시적으로, 부분적으로도 문제를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고 하는데 이것은 심지어 국가 혹은 분쟁지역에서의 지속적인 해결책으로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령, 사우드와 이라크의 장벽으로 IS의 침투를 막을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 미래에 장벽으로 인해 겪게 될 다양한 문제들보다도 당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 세우는 ‘장벽’은 지금으로서는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으로 보자면, ‘장벽’은 근본적이고 완전한 해법은 아닐 것이다. 저자의 생각대로 현재의 분위기가 지속되는 한 가까운 미래에도 장벽 해체나 열린 국경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어느 선택지이던 간에 실타래처럼 길고도 복잡하게 얽혀있기에 공동의 합의를 통한 해결책 모색에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비용을 요구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도 명확한 해결책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하나의 해결책의 예로서 저자는 개발도상국 세계가 전 지구적인 부의 재분배를 통해 ‘장벽’의 필요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과 같이 말이다.

 

현재진행형인 장벽의 시대,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장벽이 쌓이고 여전히 누군가를 구분하고 차별하고 배제하고 있다. 한동안은 장벽을 쌓는 것을 불가피한 선택지겠지만 더 지속적인 해결책을 찾아 차이를 해결해야 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저자가 말하는 ‘타협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책 《장벽의 시대》였다.

 

 

*

 

장벽의 시대

- 장벽, 나누고 가르고 가두다 -

 


지은이

팀 마샬

 

옮긴이 : 이병철


출판사 : 바다출판사


분야

인문 교양

사회학일반


규격

152x224mm


쪽 수 : 360쪽


발행일

2020년 03월 20일


정가 : 16,500원


ISBN

979-11-89932-49-7 (03900)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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