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 문학에 빠져 견딜 수 있는 삶

글 입력 2020.03.31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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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보통은 문학에 빠져 죽어라.라는 문구를 많이 봤던 것 같은데,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라니? 무슨 의미일까 궁금하게 하는 제목이었다. 문학에 너무 빠지면 죽을 수도 있으니 문학을 멀리하라는 건가? 혹은 죽고 싶은 마음을 문학을 통해 살고 싶은 마음으로 바꾼다는 의미일까? 두 가지의 해석을 가지고 나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문학에빠져죽지_입체띠.jpg


 

로쟈와 문학읽기


 

이 책의 부제목인 '로쟈의 문학읽기'에서 '로쟈'는 저자인 이현우의 필명이다. 처음에는 사실 로쟈가 소설가 이름인 줄 알았다. 저가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해서 좋아하는 러시아인 소설가 이름인 줄 알았다.

이 책의 저자 이현우는 문학 서평가로, 로쟈라는 필명이 들어간 다수의 책을 지었다. 이 책은 재작년에 저자가 펴낸 서평집 '책에 빠져 죽지 않기'와 유관한 책이라고 한다. 그 서평집에 문학 파트로 포함이 될 예정이었으나 분량 문제로 빼놓았었고, 그 뒤에 내용이 추가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책을 읽을 자유' 그리고 '로자의 세계 문학 다시 읽기'라는 책 이후 쓴 글로 이루어진 문학 리뷰 글이기 때문에 부제목이 '로쟈의 문학 읽기 2012-2020'가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필명을 부제로 내걸고 책을 내다니, 그만큼 문학을 사랑하고 문학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런 종류의 문학 서평집은 처음 읽는 거라 조금 어려울까 걱정도 되고 재미가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책의 첫 문장을 읽고 그런 생각은 바로 사라졌다.
 
 

문학을 읽는 이유




"책은 각자 존재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거나, 그게 아니면 존재를 견딜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 영국 평론가 새뮤얼 존슨


이 책의 첫 문장이다. 나는 이 문장을 읽고, 내가 그동안 다른 장르가 아닌 문학을 좋아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책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소설, 수필, 에세이, 시, 문학 등등 나는 그중에서 문학을 가장 좋아했다. 하지만 굳이 문학을 좋아하는 이유를 꼽으라면 설명을 하기 어려웠었다.

그런데 이 문장이 그 대답을 대신해주었다. 문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문학은 각자 존재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고, 존재를 견딜 방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여러 문학 작품 속의 인물, 사건을 통해서 잠시 나의 아픔을 잊고 견딜 수 있었다.
 
나는 어릴 적에 '잔다르크'를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었다. 여성임에도 멋지게 나라를 구하고 적들과 싸우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고, 나도 커서 잔다르크처럼 되고 싶었다. 비록 잔인한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녀가 그 당시, 그리고 후세에 끼친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놀랍고 멋있다. 그녀를 통해서 여성도 나라를 위해 싸울 수 있고, 크게 될 수 있다는 걸 보았고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잔다르크가 없었다면 아마 그런 욕망을 꿈꿀 용기를 얻지 못했을 것 같다. 이 책 말고도 나에게 영향을 준 문학은 정말 많다.
 
 
 

문학에 빠져 사는 삶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그런 생각을 했다. 책 속에 소개된 문학 작품을 내가 다 읽어 보지 않았는데 과연 문학 리뷰를 읽는 것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책의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리뷰를 읽으면 내가 이해를 잘 못할 것 같았다. 책을 먼저 읽고 그 뒤에 관련된 리뷰를 읽으면 느끼는 바가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책 속에 소개된 많은 작품을 거의 읽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은 의심 가득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그런데, 저자의 필력 덕분인지 리뷰를 먼저 읽으면서 그 책이 어떤 내용일지 이해가 되었고, 게다가 평소 관심 없던, 재미없을 것 같은 문학 작품이 굉장히 흥미진진해 보이고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수첩에 문학 작품들을 적어 놓았다.
 

아마도 사십 년 전쯤 문학에 처음 눈을 뜨고 책의 세계로 뛰어들던 무렵에 느꼈던 경탄과 흥분을 나는 아직 잃지 않고 있다. (중략) 어느땐가 이런 책을 내가 발견했다면 매우 기뻐하며 흥미롭게 읽었을 것이다. 이제 막 그런 독자의 길로 들어선 당신에게 이 책을 바친다.
 
- 2020년 2월 새봄을 앞두고, 이현우


이 책을 읽는 내내 기뻐하며 흥미로워 보이는 문학 작품을 정말 많이 발견했다. 저자의 순수한 의도는 매우 성공적이다.

이게 바로 문학 리뷰가 필요한 이유인 것 같다. 그저 줄거리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그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책을 읽고 싶게 하는 능력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나도 이렇게 책을 리뷰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아마도 이 모든 것은 저자가 정말로 문학을 사랑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제목인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가 나에게는 문학에 빠져서 살아가기로 해석이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살아있다고 느꼈다. 책의 제목처럼, 이번 달은 문학에 빠져 살아가보려고 한다.

 

[정윤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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