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신의 무의식 속 진짜 목소리를 찾아가는 사후 여행, 뮤지컬 '최후진술' [공연]

셰익스피어 마지막 희곡의 단하나의 주인공 갈릴레이
글 입력 2020.03.3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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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세계에서 만난 동년배, 갈릴레이와 셰익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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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최후진술>은 톡톡 튀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독특한 소재를 기반으로 한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라는 인물을 기반으로 하는 대부분의 작품들은 그의 업적과 사상 등 생전의 일에 대해 기록한다. 하지만, <최후진술>에서는 종교재판 이후, 갈릴레이가 생을 마감한 이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사후 세계에 도달한 갈릴레이는 역사 속의 많은 인물을 만나면서 자기 자신에게 반문하며 솔직하지 못했던 생전의 모습에서, 서서히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그리고 사후 세계에서 그러한 그의 옆에는 든든한 가이드로서 필요한 물품을 챙겨주고 길을 찾아주고, 마지막 재판에서 그를 변호하는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있었다.

 

두 사람은 동년배로 태어났지만, 너무도 다른 인생을 살아왔다. 갈릴레이는 이성적으로 불리는 과학의 세계에 빠졌고, 셰익스피어는 감성적으로 불리는 문학의 세계 속에서 살았다. 하지만, 사후 세계에서 보여주는 이들의 유대 관계는 특별했다. 갈릴레이는 자신의 옆에서 챙겨주고, 항상 진실을 볼 수 있게끔 해주는 셰익스피어에게, 셰익스피어는 자신이 완성하지 못했던 희곡 속 단 하나의 주인공인 갈릴레이에게 특별한 유대감을 느꼈을 것이다.

 

더불어 뮤지컬 <최후진술>은 과학과 예술의 대표적인 두 인물의 유대를 보여줌으로써, 과학 대 예술, 감성 대 이성으로 이분법적인 나누기를 하는 현대 사회를 꼬집는다. 뮤지컬을 보면서 밤하늘에 쏟아지는 아름다운 별을 관측하고 기록하는 갈릴레이와 비극적이지만 아름다운 삶을 살았던 주인공을 시적으로 기록해낸 셰익스피어가 서로 다른 분야를 살아갔다는 것은 너무 폐쇄적인 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후진술>은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두 인물의 신선한 조합을 통해 관객들의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그들의 삶을 더욱 생생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진정한 ‘갈릴레오 갈릴레이’로서 받는 최후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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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 갈리레이, 그는 살아생전 천동설을 부정하고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을 지지하며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사회적 정치적 권력을 틀어쥐고 있던 교황청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결국 그는 종교재판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자신이 여태껏 주장해 왔던 모든 내용을 철회하고, 앞으로 천동설을 지지하는 ‘속편’을 제작하겠다는 약속을 한 후 집으로 돌아온다.

 

뮤지컬 <최후진술>에서는 여기서부터 그의 사후 세계 여행이 시작된다. 그가 지지하고 믿어왔던 코페르니쿠스부터 시작해서, 천동설을 처음 주창한 프롤레마이오스, 그리고 그의 황천길을 책임지는 가이드 셰익스피어까지, 그 시대를 함께 살아왔던 동년배들을 만나며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점차 자신의 생전 가지고 살았던 ‘사상’들과 사후 세계까지 가지고 온 ‘속편’ 사이에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반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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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셰익스피어는 갈릴레이에게 말한다. 망자에 따라 각자 다른 방식의 사후 세계가 펼쳐지는데, 이것은 네가 느끼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필자는 결국 사후 세계에서 갈릴레이가 만난 역사 속 영웅들과의 대화, 그리고 사건들이 모두 갈릴레이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가 느끼는 대로, 생각한 대로 사후 세계의 모든 것이 펼쳐지고 그 안에서의 사건은 그의 무의식이 반영된 것이라면, 결국 이 사후 여행은 진정한 최후 재판까지 가는 동안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행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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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이는 처음에는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했다. 교황청의 바람대로 천동설을 지지하지 않으면, 사후 세계에서마저 재판을 통해 죄인이 되리라고 생각한 그는 가져온 ‘속편’을 증거로 하여 자신이 그동안 믿어온 모든 것을 부정하고자 한다.


하지만 갈릴레이의 예상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등장해 춤추고 노래하는 신 프레디는 말한다. 그저 믿을 것은 ‘사랑’뿐이며 ‘사랑하라’고. 필자는 이는 결국 갈릴레이가 생전에 살아왔던 세계에서의 선은 사후 세계에서의 선이 아니며, 온전히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보듬을 줄 알아야만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본다.

 

결국 갈릴레이는 마지막 최후 재판에서 온전한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다. 그의 사후 세계 동반자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곡 주인공으로서,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살아가라는 말에 갈릴레이는 속편을 집어던지고 외친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뮤지컬 <최후진술>에서 느껴볼 수 있는 소극장 만의 매력


 

뮤지컬 <최후진술>은 충무아트센터의 소극장 블랙에서의 초연 이후, 예스 24 스테이지 2관으로 이번 시즌에 돌아왔다. 여전히 <최후진술>은 소극장에서 진행되며 소극장 공연만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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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2인 극으로 진행되는 특성상, 셰익스피어 역을 맡은 배우는 1인 다 역을 맡는다. 그는 코페르니쿠스이기도 하며 프롤레파이오스이고, 프레디이다. 정말 다양한 역할의 인물을 연기하지만, 간단한 의상 체인지를 통해 관객들은 그를 구분해낼 수 있다. 이렇게 변화 무쌍한 캐릭터를 한 사람이 연기해내는 것을 보는 것 또한 나름의 재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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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최후진술>은 제한적인 무대 공간 안에서 조명과 소품을 잘 활용했다. 특히, 갈릴레이의 딸을 상징하는 모자를 무대 한 켠에 마련하고, 딸이 등장할 때마다 모자 위에 조명을 키는 연출, 신의 목소리가 등장할 때 무대 위 가운데에 위치한 신의 얼굴에 빛을 비추는 연출, 갈릴레이가 별을 관측할 때면 무대 뒤 공간에 별 모양의 조명들이 켜지는 연출 등은 오히려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관객이 느끼는 대로 상황을 재구성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대극장에서 모든 장면과 인물을 직접적으로 생생하게 제시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조명이나 소품만을 이용해 빈 간극을 나만의 상상력으로 채울 수 있는 소극장의 연출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최후진술>에서는 소소하게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경험도 제공한다. 프레디가 노래를 부르며 특정 동작을 따라 하게끔 하는데, 관객들은 이 동작을 다 함께 따라 하며 이 장면을 더욱 신나게 즐길 수 있다. 낯선 신 프레디의 모습에 이질감을 느끼다가도 그의 동작을 따라 하며 어느새 동화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극 중 비행기 티켓을 두고 셰익스피어와 갈릴레이가 관객을 대상으로 매력 어필을 하는 장면이 있다. 관객은 비행기 티켓을 의미하는 새장을 누구에게 주느냐에 따라 공연의 스토리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 이러한 소소한 관객 참여형 요소는 공연에 관객이 직접 참여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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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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