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자 ‘셋’이 살고 있습니다. [도서]

글 입력 2020.03.3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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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을 읽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트위터에서 만나 인연을 쌓아온 두 여자가 서로의 동거인이 되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가족과 함께 살기’, ‘여자 둘이서 살기 (기숙사)’, ‘혼자 살기’, ‘여자 셋이서 살기 (자취)’라는 다양한 주거 형태를 경험해보았다. 어떤 주거 형태든 마냥 모든 게 좋지만은 않았지만, 모든 경험이 나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읽고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고, ‘혼자 혹은 함께 살기’에 대한 생각이 많아져서 내가 경험하며 느낀 점들을 기록해보려 한다.

 

 

 

가족과 함께 살기


 

학창시절에 나타나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인 것 같다. 나는 20살이 될 때까지 엄마, 아빠, 오빠와 함께 넷이서 살았다. 가장 안정적이지만 가장 독립적이지 못한 생활 양식이기도 하다. 가족과 함께 사는 집에서 학교로 통학을 하는 대학 친구들에게 나는 하루빨리 독립을 경험해보기를 추천한다.


그 이유는, 나는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훨씬 더 잘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를 감싸던 가족과 분리되면 개인으로서의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고,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고민하고 스스로 자신을 챙기게 된다.


무엇보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성인의 삶은 정말 자유롭고 즐겁다!


 

 

여자 둘이서 살기 (기숙사)


 

룸메이트를 두 번 바꿔가며 2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했다. 처음에야 신기하고 재미있었지만, 나는 언젠가부터 하루하루 기숙사를 탈출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기숙사의 최악인 부분은 혼자만의 공간이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기숙사가 룸메이트와의 생활 공간이 분리되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안 그래도 밖에서 사람에 치이고 치이다 기숙사에 들어왔는데 사람을 피할 수 있는 내 방 하나 없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굉장히 끔찍하다. 한 명 빼고는 나를 귀찮게 하는 룸메이트를 만나지는 않았지만, 제일 편해야 할 휴식 공간에서 늘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나는 혼자만의 휴식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내향형 인간이라 더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룸메이트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는 채로 만나야 한다는 사실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 좁은 공간에서 생판 처음 보는 사람과 생활을 공유해야 한다니! 둘 중 한 명의 배려가 부족하거나 성향이 맞지 않는다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것은 굉장히 힘들어질 것이다. 자기만의 공간이 없으니 더더욱.

 



혼자 살기


 

지금 사는 집에 같이 살 사람들이 들어오기 전까지 약 한 달간 혼자 살았다. 제일 좋을 줄 알았던 생활 양식이지만, 나 자신에게는 가장 건강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게 했던 방식이다.


사람마다 너무도 다르겠지만, 일단 나는 밥을 잘 안 챙겨 먹었다. 하루에 한 끼를 겨우 먹는 하루들이 많았다. 그리고 겨울잠 자듯이 온종일 잠을 잤다. 기숙사에서 살 땐 룸메이트에게 한심하게 보일까 봐 최소한의 부지런함이라도 떨었던 것 같은데, 집에서 나를 보는 사람이 없어지자 한없이 나태해졌다. 밥 한 끼 먹는 시간을 빼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잠으로 보냈던 것 같다. 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정말 오래 꿈꿔왔지만, 이제는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번아웃의 기억을 준 삶의 방식으로 남았다.


 

 

여자 셋이서 살기 (자취)


 

지금의 주거 형태! 나는 친구와 사촌 언니와 셋이서 각자의 방과 거실이 있는 집에서 살고 있다. (정말 어쩌다 보니, 저런 이상한 조합이 되었다)


아주 짧은 기간이지만 혼자 살았던 나는 내가 누군가와 같이 살아야 하는 사람인 걸 깨달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의 주거 형태가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는 최고이다.


일단, 누군가 집으로 항상 돌아온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된다. 그 사람과 하루의 끝에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내가 좋아하는 친구와 술 한 잔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서적 체온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혼자 있을 땐 일상적으로 끼니를 걸렀었는데, 누군가와 함께 먹을 식사를 생각하며 서로가 국이라도 하나 끓이고 반찬이라도 하나 꺼내다 보니 식생활을 잘 챙길 수 있게 되었다.


앞서 적은 것들은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에도 나온 ‘함께 살기’의 장점인데, 이외에도 공감 가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다. 지금은 몇 달이라는 단기간의 시간 동안 이 형태를 유지할 테지만, 나에게도 저자 김하나 씨와 황선우 씨처럼 어느 정도 정착한 형태를 유지할 여자 동거인이 나타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의 초반부를 읽을 때는 이렇게 완벽한 동거인을 찾은 저자들이 부러웠지만, 그들도 당연히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점도 많았고, 싸우는 일도 많았다. 저자 김하나가 “동거인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서로 라이프 스타일이 맞느냐 안 맞느냐보다, 공동생활을 위해 노력할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을 것 같다. 그래야 갈등이 생겨도 봉합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 내가 공동생활에 노력할 마음을 품고 기다린다면, 나도 언젠가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같은 삶의 형태를 꿈꾸는 동거인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

 

삶의 형태를 선택할 자유

 

 

시대가 바뀌면서 무조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결혼하는 것(그중에서도 이성끼리 결혼을 하고 삶을 꾸리는 것)이 ‘더 정상적인’ 것이라거나,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딘가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존재하는 것 같다. 그들은 사회가 정해놓은 결혼 적령기에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보고 주제넘은 참견을 하기도 한다.


누군가 결혼한 삶을 꿈꾸는 것이 자유롭듯 내가 친한 여자인 친구와 동거하는 삶을 꿈꾸는 것도 자유로운 일이다. 마찬가지로, 혼자 사는 걸 원하는 사람들이 쓸데없는 참견을 받지 않을 권리도 충분하고.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라는 책이 마음에 꼭 들었던 이유는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서이기도 했지만, 결혼 이외의 다른 삶의 형태를 진솔하게 담아냈다는 데에 있다. 꼭 사회에서 이상적인 것으로 학습된 방식으로 살 필요는 없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삶의 형태가 있고, 자신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형태를 자신이 직접 선택하면 된다는 사실을 모두가 당연하게 여겼으면 좋겠다.

 




[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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