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름이 주는 외로움 - 헤드윅 [공연예술]

글 입력 2020.03.23 03:3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사람은 모두 다르다. 나와 완전히 같은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너무나도 당연해 보이는 이 사실을, 나는 부정하고 살아왔나 보다.


작년 가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아픔을 공유하면서 깊은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나는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이 나와 이렇게나 다르고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처음에는 그 사실이 흥미로웠지만, 곧 나는 우리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 못 견디게 외롭게 느껴지게 되었다. 이 세상에서 혼자가 된 기분이 들었기에.


 


반쪽 되어 외로워진 우리



[꾸미기][크기변환]70014726_2621302031247536_4684110325362982912_n.jpg

 

 

그때 나는 우연히 '헤드윅'을 만나게 됐다. 록이라는 장르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어서 관람할 일이 없을 것 같던 공연이었는데,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관람하게 되었다.


전혀 공감대가 없을 것 같던 헤드윅과 나의 삶은 ‘사람’을 찾는다는 점에서 굉장히 비슷했다. 헤드윅은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헤맸고, 나는 나를 온전히 이해할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나는 항상 우울의 구렁텅이 속에서 나를 꺼내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게 가족이든, 친구든, 전문가든. 누군가는 나를 구해줄 수 있을 것이라 믿었지만, 슬픈 목소리로 “그는 나의 반쪽이 아니었어.”라고 말하는 헤드윅처럼 나는 언제나 절망했다. 그 누구도 나와 완벽히 똑같은 감정과 가지고 살아가지 않았고, 말하지 않아도 나의 아픔을 먼저 알아채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나를 온전히 이해해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결국 각자만의 다른 삶을 살고 각자만의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도와달라고 아우성치는 나에게 손을 뻗어주고 도와줄 사람은 있겠지만, 결국 검은 어둠 속에서 빠져나가는 건 나만이 할 수 있다. 나는 이 진실과 마주하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


두려움은 나를 삐뚤어진 방향으로 이끌었다. 나는 내가 함께 시간을 보낼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를 다른 사람들에게서 끊임없이 확인받으려 했다. 그것은 내가 원하는 말을 해주기를, 그리고 나를 이해하고 좋아해 주기를 바라며 상대방을 옭아매는 행동이었다. 상대방이 자신의 반쪽임을 기대하고, 원하는 모습을 취할 것을 강요하기도 했던 헤드윅처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내가 괴롭히고 있던 것이다. 나는 이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내가 상처를 받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다름을 받아들일 방법을 생각했다.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은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바로 내가 누군가의 반쪽이 아닌 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온전히 나를 사랑하는 것.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고 신뢰하는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 또한, 다름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더는 누군가에게 내가 원하는 모습을 강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남편인 이츠학을 억압하던 헤드윅이 마침내 그를 인정했듯이. 내가 소중하고 완전한 만큼 다른 이들도 그렇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테니까.



[꾸미기][크기변환]KakaoTalk_20200323_005553106_04.jpg

 

 

다름이라는 두려운 진실이 '헤드윅'이라는 인물의 이야기와 맞물리면서 나의 마음은 조금 편해졌다. 결국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자기 자신으로 남는 헤드윅을 보며, 내가 먼저 나의 존재를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온전히 나를 이해해야 한다. 다른 누구도 해줄 수 없으며, 결국은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


 

운명이란 없는 거야.

사실은 바람만 있는 하늘처럼,

오묘한 마법도 없고 영원한 사랑도 없어.

보이지 않는 것을 찾을 순 없어.


이제는 받아들여 봐요. 당신 존재의 이유를.

두려워 말고 건너요. Wicked little town.

 

HEDWIG

 

 

 

우리는 모두 다르기에, 자신만은 온전히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축복'을 받은 게 아닐까.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다르기에 서로를 위로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송진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