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카우스(KAWS), '아트 토이'의 진가를 발휘해내다 [문화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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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예술계도 큰 변화를 맞이했다. 각진 사각형의 액자나 화이트 큐브에 전시되던 예술 작품은 그 틀 안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도, 혹은 미술관 밖으로 자유롭게 나와 상호소통되기도 한다. 한정적인 경계에 갇혀 있지 않고,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게 곧 미술관이 되었다. 우린 길을 걸어가면서 우연히, 예상치도 못한 장소에서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양성의 시대에 작품들은 여러 형태로 변모한다. 예술의 장르적 진출은 더는 어렵지 않게 되었다. 그러한 여러 장르 중 '아트 토이'는 컬렉션 대상으로 등장한 소유개념의 예술이다. 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토이의 개념과 다른, 예술가들이 만들어낸 작품의 한 형태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어떻게 예술로 정의할 수 있을까? 아트 토이가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차별점은 '놀이적 요소의 배제'다. 놀이 요소를 제외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예술가의 작품을 컬렉션하게 만들어 희소가치를 생산해내는 데 주력한다.
예술가는 아트 토이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뚜렷하게 표현하고, 가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 특히 아트 토이에는 일반적 토이와는 달리 숨겨진 뜻을 지칭하는, 서브 텍스트가 내포돼있다. 영화나 만화 속의 캐릭터를 상품화하여 만든 일반적인 장난감의 제작에서는 외적으로 드러나는 미적이고도 실용적인 부분이 더욱 중시될 수밖에 없고, 그것이 주가 된다. 그 때문에 굳이 또 다른 상징적인 의미를 포함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반면, 아트 토이의 경우는 하나의 작품으로 제작되기에 액자나 화이트 큐브의 미술처럼 예술작품이 되기 위한 조건을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작가는 창조해냈든, 특정 작품을 차용했든지 간에 예술가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와 담론을 분명하게 설정하고 있어야만 한다.
아트 토이의 대표 주자, 카우스(KAWS)
뉴욕의 버스정류장 그라피티(Graffiti)
심슨을 패러디한 ‘킴슨(KIMPSON) 앨범’, 2005
이러한 아트 토이의 세계에서 강세를 보이는 예술가가 있다. 바로 '21세기 앤디워홀'이라 불리는 미국의 팝아티스트 '카우스'다. 그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캐릭터를 활용한 대표적 아트 토이 '컴패니언'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의 작업은 스트리트 아트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라피티 아티스트로 먼저 활동했던 그는, 뉴욕의 대형 광고판이나 버스정류장 등에 서버타이징 문화를 퍼뜨렸다. 서버타이징은 아류를 의미하는 서브타입과 광고의 합성어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배되는 문화에 대한 저항 또는 냉소적 태도를 뜻한다. 그 이름에 맞게 풍자적이고 해학적으로 변한 광고 이미지는 원래의 의도로부터 멀어진, 작가만의 해석으로 다시 재창조되었다.
이렇듯 작품 생산에 대한 카우스의 예술적 사고방식은 '차용'으로부터 온다. 차용된 이미지는 그의 해석이 가미된 새로운 모습으로 뒤바뀌고, 상업적 상품성과 예술의 경계 사이에 놓인 형태로 존재한다. 비록 일차적인 부분은 이미지의 차용으로 시작되었지만,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알아볼 수 있는 형태는 엑스로 표현된 눈과 해골의 모습으로 창안되기에 이르렀다.
그라피티 작업 이후, 카우스는 애니메이션과 포스터로 활동을 이어가며 페인팅 작품을 선보였는데 스펀지밥, 심슨 가족, 스머프 등의 만화 캐릭터를 주로 리메이크했다. 특히 그가 그려온 심슨 가족 시리즈 중 '킴슨'은 지난해 홍콩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에서 최고가에 낙찰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렇듯 페인팅을 주 작업으로 해왔던 카우스는 본인만의 특징적인 상징을 더욱 포괄적으로 예술화하고자 또 하나의 미술 장르를 창작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컴패니언'이라 알려진 아트 토이다.
비록 작가만의 해석이 들어가긴 했지만, 미키마우스 캐릭터에서 보았던 익숙한 형태가 부분마다 눈길을 끈다. 이 또한 카우스의 의도가 포함됐다. 곳곳의 문화와 언어는 각기 다르지만, 캐릭터가 가진 보편적이고도 대중적인 이미지는 경계 없이 받아들일 수 있기에 차용했다는 것이다. 컴패니언(Companion)이 뜻하는 바는 친구, 동료를 의미하는 동시에 예술의 경계, 원작과 모작 사이를 나타낸다. 그렇게 차용된 이미지에 더해진 작가만의 서명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쉽게 기억하도록 한다. 카우스의 서명은 치밀하게 그의 아트 토이에 접목돼있다. 바로 사람들이 어떠한 대상을 바라볼 때 가장 먼저 인식하는 '얼굴'에 자신만의 표식을 넣은 것이다. 그리고 그 밖의 부가적인 요소나 전체적인 형태는 유명 캐릭터로부터 가져왔다.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면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매체를 아트 토이로 결론지은, 카우스의 독창적인 작업인 셈이다.
컴패니언은 다양한 포즈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누워있기도, 때로는 눈을 가리고 우는 듯 앉아 있거나 힘없이 있기도 하며 외롭고 쓸쓸한 고독을 상기시킨다. 이러한 자세는 마치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을 떠올리게 하며 그들의 감정을 헤아리고 공감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눈을 가리는 행동을 통해 감정을 감추려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카우스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따라 캐릭터의 자세를 바꾸어 동시대적 흐름에 맞는 컨셉을 제시한다.
몇 년 동안 피규어로 제작된 컴패니언은 자그마한 크기에 맞게, 한정적으로 소유되는 개념이었다. 그것이 아트 토이가 되기 위한 필수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정 에디션을 통한 작품은 대중과의 소통을 확장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동시에 디지털 기술도 하루아침에 빠르게 발전하고 있던 상황에서, 카우스는 기존 작품에 어느 정도의 변혁을 주어야만 했다. 그는 마침내 컴패니언과 함께 자유롭게 미술관 밖으로 나가는 탈출을 감행하게 된다.
"대중과의 소통, 대화를 중요하게 여긴다. 갤러리나 미술관에서의 예술이 아니라, 대중에게 항상 살아 있는 예술이 중요하다"
미술관 밖으로 나온 아트 토이
KAWS : HOLIDAY
카우스는 미술관이 아닌, 자유로운 공간에서의 예술적 경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신의 생각이 직접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의 예술도 서슴없이 보여주고 있다. 아트 토이로 시작되어 작은 피규어로 존재해왔던 컴패니언은, 공공미술 프로젝트에서 공간을 아우르는 대형 작품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다가간다.
2018년 7월, 카우스의 대형 프로젝트 <카우스: 홀리데이 코리아>가 서울 석촌호수에 설치되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과 홍콩, 대만 등 세계 곳곳에서 추진되었던 작업은 예술가와 그의 작품을 인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는 그의 캐릭터를 아는 컬렉터들뿐만 아니라, 처음 접해 본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주며 큰 화제를 불러왔다. '휴식'을 모티브로 추진된 카우스 홀리데이는 그 키워드에 걸맞게 수면 위에 띄워져 하늘을 바라본 채 쉬고 있는 컴패니언의 모습으로 기획되었다. 예술가의 작품과 탁 트인 공간은 한데 어우러져 휴식을 연상케 했다. 바쁜 일상에 쫓겨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로하고 그들이 갈망하는 쉼을 조명한 카우스의 대형 작품은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채워주었다. 이렇듯 대중 앞에 가까이 마주한 예술은 거대한 모습으로 그들에게 다가와 삶의 가치를 나눈다. 카우스는 아트 토이라는 특별한 매체로 사람들에게 위로와 울림을 주어 예술의 본질을 실현했다. 그의 예술적 담론을 실현해줄 최적의 도구를 추적해나간 그 끝에는 컴패니언으로 대변되는 아트 토이가 있었다.
한편, 카우스의 작업을 처음 접한 일부의 대중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엑스 모양의 눈과 낮은 채도의 색을 가진 거대한 설치물이 부담스럽고 난해하기까지 하다는 의견이었다. 사실 이와 같은 견해는 예술의 흐름에서 있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현대 미술의 등장도 난해함과 모호한 배경을 가진 채 시작됐고, 그러한 특징적인 요소들이 지금까지도 계속해 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카우스는 관람객들의 어떠한 의견과 반응도 환영한다고 말하며 공공미술의 계속된 추진을 통해 익숙함을 주게끔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미술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나 자연환경과 뜻을 함께하는 공공예술을 시도한 카우스는 대중들의 상반된 반응을 예상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프로젝트를 추진한 건, 그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시키고자 한 게 아니었을까? 카우스는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전적으로 관람자의 몫이라 말한다. 작품을 설명하기 위한 담론은 작가 본인이 만들어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주체 역시 예술가의 담론에 존중하며 안목을 기르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 결과, 비로소 예술의 완전한 상호작용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갤러리, 박물관에 갇힌 예술이 아니라 대중과 소통할 때 살아있는 예술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트 토이의 무궁무진한 변신, 그 끝은 어디일까?
expanded holiday 프로젝트
expanded holiday 프로젝트의 오픈 에디션
출처 : 방탄소년단 트위터
최근, 카우스는 아트 토이의 또 다른 면을 대중들에게 공개했다. 이번 작품은 VR/AR 아트를 제작하는 플랫폼과의 협업으로 성사된 'expanded holiday' 프로젝트로, 카우스의 컴패니언을 가상영역으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3월 12일부터 26일까지, 12개의 주요 도시에서 전시되는 작품은 협업 플랫폼인 어큐트 아트 앱을 통해 만나볼 수 있으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도 이번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오픈 에디션에서는 정해진 시간 동안 25개의 AR 컴패니언 조각품을 소유할 수 있다. 오픈 에디션은 앱 결제를 통해 이루어지며 소셜 미디어로 공유할 수 있어 작품 홍보를 위한 예술 마케팅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카우스는 앞서 소개한 대형 프로젝트에서 고전적 예술 공간으로부터 탈피한 작품을 선보였다. 2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그는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또다시 몸을 맡겼다. 디지털 기기를 통해 공개되는 컴패니언은 이제 시공간의 제약 없이, 관객의 필요에 따라 소비되고 소유된다. 컬렉션의 개념과 함께 조그마한 아트 토이로 제작되어 소유된 컴패니언은 디지털의 발달에 의해 증강현실로 공유되기까지 한다.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는 아트 토이, 그러한 변신의 끝은 어디일까? 카우스는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고안한 예술의 방법론에 아직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의 선두자로 관객들을 이끄는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할 따름이다. 그리고 그의 손 끝에서 끝없이 변신하는 컴패니언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레 카우스의 작품 세계에 빠져들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미술관 밖으로 나온 카우스의 컴패니언이 그가 말한 '살아있는 예술'의 해답일 것이다.
[최세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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