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신화 속 불편함을 선언한다.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글 입력 2020.03.17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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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신화 속 불편함을 선언한다.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어릴 적 읽던 그리스 로마 신화가

이렇게 폭력적이었다니..."


 

헤아아 공연사진 2.jpg

 


이토록 폭력적인 신화였다니...


'폭력적'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물리적인 상해를 벗어나 이야기 구조에 대해서도 종종 사용되는 단어가 되었다. 이야기가 주는 정신적인 충격을 폭력적이었다고 말하고는 한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다시 본 신화는 폭력적이었다. 물론 각색된 부분도 있었겠지만, 치정으로 얽매어 있는, 또는 신들의 복수 과정까지, 그 과정의 행동은 원초적이며 동시에 폭력적이다.


어릴 적 읽었던 신화 속에서 가감 없이 받아들였던 것과 달라졌음을 연극을 보는 시간 동안 느꼈다. 앞선 프리뷰에서도 우리가 왜 신화에 집중해야 하는가를 떠올려본다면, 이러한 신화 속 폭력적인 이야기들이 현실에서도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가 겪었던 일련의 사건들은 현대의 사건들과 비슷한 점들이 많다. 데이트 폭력, 불법 촬영 등의 현실 문제들이 떠오르는 에피소드 등이 등장한다. 그리고 세 명의 신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도 현대와 같다.


자유로운 욕정에 대해 말하는 아프로디테를 바라보는 헤라와 아르테미스, 가정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헤라를 바라보는 아르테미스와 아프로디테, 비혼에 대해 말하는 아르테미스를 바라보는 헤라와 아프로디테, 각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보면 지극히 인간적이며 편협함을 느꼈다. 자유로운 여성의 욕정을 말하는 아프로디테에 대한 한심한 시선,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헤라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 비혼에 대해 말하는 아르테미스에 쏟아지는 지나치다는 시선까지. 세 신들의 이야기는 모순적으로 흐른다. 서로에 대한 편협한 시선을 그대로 둔 채, 그들은 연대했다가 흩어진다.


이는 신화를 벗어나 현대에서도 이어지는 시선이고, 나는 이 시선에 주목했다. 과연 이 세 명의 신 중 그 누구가 옳은가?


 

헤아아 공연사진 3.jpg

 


선언하는 아르테미스, 그녀가 가장 옳은가?


아르테미스, 이 연극에서 가장 많이 선언하는 인물이다. '그건 잘못된 거야!', 그러한 선언은 옳고 그름을 떠나 의미가 있다. 헤라와 아프로디테에게 그들의 행동 속 모순을 발견했다며 그 행동을 지칭하는 행위이니 말이다. 자유와 남성으로부터의 독립을 이야기하는 아르테미스, 헤라와 아프로디테는 아르테미스에게 '너 참 똑똑하다.'. '너 굉장히 말을 잘하는구나'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헤라와 아프로디테는 그렇지 않은가?


그녀들이 수호하는 가치, 아프로디테의 정열적인 사랑, 헤라의 가정에 대한 수호, 그러한 가치들은 남성과 함께 하기에 완성된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본 연극에서 다뤄진 자체를 보자면 말이다.) 그래서 아르테미스는 헤라와 아프로디테에게 그렇게 휘둘리지 말라고 선언한다. 그 선언의 시작은 궁극적으로 헤라와 아프로디테가 자립했으면 하는 바람에 있는 아르테미스의 선언이겠지만, 그 두 가치의 중요도를 논할 수 없다.


우리는 아프로디테를 한심하게 볼 필요가 없으며, 헤라에게 그만 남편의 바람 상대를 쫓아다니지 말라고 할 수가 없다. 그녀들의 행동은 그녀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르테미스의 선언은 결국 통하지 않는다. 아르테미스의 모든 선언이 과연 옳다고 할 수 있을까. 다른 이에게 내재된 가치를 무너뜨리며 새로운 가치를 세우는 선언이라면 그 내용이 아무리 옳다고 해도 옳은 행동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결국 답답해하던 아르테미스가 그 신전을 떠나는 것처럼, 세 명의 신은 결국 갈 길을 간다.


페미니즘 입문극이라고 불리는 이 극은 굉장히 선명하게 에피소드들을 보여주고, 그에 대한 세 명의 신의 토론이 등장한다. 이 극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 토론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러한 논의가 시작되는 것, 그 논의의 정답은 개개인의 선택이겠지만 그 논의로 해당 이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펼쳐진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세 명의 여신 모두 옳지 않으며, 모두 그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참으로 인간적이다.


기대했던 것보다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 아쉬움은 지나친 선명함 때문일 것이다. 좀 더 모호하길 바랐고, 그 모호함 속에서 관객이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는 여백이 있길 바랐다. 그 여백 없이 꽉 채워진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조금은 과장되어 보이는 연기도 아쉬웠다. 이러한 아쉬움을 적는 건, 본 연극이 더 좋은 극으로 돌아오길 바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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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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