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와 천장 사이] 0. Prologue

저의 불면의 밤에 초대합니다
글 입력 2020.03.1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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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와 천장 사이] 0. Prologue


 

제가 기억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저는 쉽게 잠에 들지 못하는 아이였습니다. 짧게는 1시간에서 심하면 다음날 아침까지 수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죠. 예전에는 모두가 이런 건 줄로만 알았는데 친구 집에서 잠을 자던 날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들어버리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약간의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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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라는 행위는 어떤 동사가 따라붙느냐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생각을 ‘하다’와 생각이 ‘나다’의 차이를 고민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의 머릿속이 하나의 우물이라고 생각해봅시다. 생각을 '한다'는 것은 우물의 깊은 곳까지 두레박을 내려보내 끌어올리는 것이며, 생각이 '난다'는 것은 문득 우물 물의 표면에서 나뭇잎 하나를 발견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침대 위에서 하는 생각들의 시작은 대부분 후자에 속합니다. 낮에는 거기 있었는지조차도 몰랐던 나뭇잎들을 발견하는 것이죠. 그리곤 그 나뭇잎이 어디에서 떠올랐는지 우물의 깊은 곳까지 두레박을 내리곤 하는 것이죠. 그러다가 가끔은 우물에 빠져 버리기도 합니다.


잠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의 순환들을 억지로 끊어내야 합니다. 나뭇잎을 발견하더라도 모른 척 넘어가야 할 텐데, 저에겐 그것이 참 어려운 일입니다. ‘생각을 그만해야 해’라는 생각도 저에겐 어떤 시작이 되기도 하더군요. 이러다 보니 마음이 힘든 시기에는 불면증이 심하게 와서 꽤나 고생도 했습니다. 하지만 불면의 밤에 떠올랐고, 떠올렸던 생각들이 지금의 저를 형성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수많은 밤들을 마냥 미워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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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베개와 천장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쌓여 있을까요. 어떤 생각들은 잔뜩 꼬여 있는 실타래 같을 것이고, 어떤 생각들은 먼지가 수북이 쌓인 골동품 같을 것이며, 어떤 생각들은 자물쇠를 걸어 잠근 상자 안에 깊숙이 숨겨져 있을 것입니다.


마구잡이로 방치되어 있는 생각들을 한 번 차곡차곡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그러다 보면 저의 뿌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고, 운이 좋다면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는 통로를 발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쓰게 되고, 누구와 이 이야기들을 나누게 될 것인지, 그 과정에서 일어날 변화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집니다. 혹여 오늘 밤 잠이 오지 않으신다면, 저의 불면의 이야기들을 읽어주세요.

 

 

추신: 아. '베개와 천장 사이'라는 제목은 ‘파라솔’이라는 밴드의 노래 <베개와 천장>에서 따왔습니다. 제목이 마음에 쏙 들어서인지, 앞으로의 연재가 설레네요. 열네 밤에 한 번씩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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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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