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화적 권리, 평등한 문화예술을 위해: 우리 지역의 문화예술은 평등한가요?(2)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03.0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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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지역에서 문화를 자유롭게 향유하기 위해서는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 꼭 필요하다. 잘 정비된 문화공간 하나는 지역의 구심점이 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문화활동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앞선 글에서는 지역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문화적 인력과 자원을 활용하여 지역 문화를 진흥시키는 지역문화진흥원의 사업을 중점적으로 알아보았다. ‘문화적 권리, 평등한 문화예술을 위해: 지역 문화’의 마지막 편인 이번 글에서는 지역 간 문화콘텐츠의 차이를 인식하여, 새롭게 조성되는 문화 시설과 프로그램에 주목하였다.


대표적인 문화시설인 영화관과 미술관을 중심으로, 민간과 공공의 협력을 통해 지역 문화를 발전시키려는 작은 영화관과 작은 미술관에 대해 살펴보았다. 더불어 이러한 시설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 알아보고자 한다.

 


 

작은영화관, 우리 마을에서도 누리는 영화의 다양성


 

작은영화관의 첫 시작은 2010년 전북 장수군에 문을 연 ‘한누리시네마’이다. 장수군은 당시 인구 2만 3000명의 작은 지역이었는데, 영화관의 필요성을 인식한 후 지역의 유휴시설을 리모델링하여 작은 영화관을 조성하였다. 5000원의 적은 관람료로 많은 손님들을 끌어들인 한누리시네마의 성공으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작은영화관’ 개설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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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은 김제 지평선시네마를 시작으로 강원, 경북, 경남 등 다양한 지역에서 소규모 극장을 운영하게 되었다. 한 예로 강원도 삼척의 가람영화관은 개관 2년 6개월 만에 40만 명의 누적 관람객을 모으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지역의 많은 영화관들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지 6년 만의 일이었다. 지역 주민들이 가지고 있었던 문화예술에 대한 높은 수요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삼척의 가람영화관은 순수익금의 일부를 향토장학금으로 전달하는 등 지역의 복지를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작은영화관 사업의 일환으로 2019년에 진행된 ‘2019 작은영화관 기획전’은 예술,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영화를 무료상영하고 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행사로 이루어졌다. 기획전은 총 10개의 작은영화관을 중심으로 지역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장르의 영화들을 선보였고 관련 미술체험활동, 심리치료, 영화제작과정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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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에는 작은영화관 사회적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3일간 작은영화관 가을영화제가 개최되었다. 작은영화관에서는 주로 사람들이 자주 찾는 상업영화를 상영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전 세계의 다양성 있는 작품을 선보이게 되었다. 화제가 된 독립영화 ‘벌새’를 비롯해 성장, 역사, 평등 등 다양한 주제를 담은 영화들이 상영되었다. 지역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것을 넘어, 문화공간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의 문화를 접하도록 하는 노력이 돋보인다.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 동네의 작은미술관


 

2015년부터 시범적으로 시행된 ‘작은미술관’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운영된 지역밀착형 소규모 미술 공간 조성 사업이다. 지역의 유휴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지역 주민과 예술가가 교류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작년에도 오래된 건물, 버스 환승센터, 공부방 건물, 옛 보건진료소 등 다양한 건물을 활용하여 작은미술관이 조성되었다. 2019년 작은미술관이 조성된 지역과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

 


강원 삼척: 정라항 그리고(go) 작은미술관, 오래된 건물 활용

세종: 세종 비아르티(BRT) 작은미술관, 버스 BRT 환승센터 활용

강원 태백: 기억을 모으는 미술관 아트티(ART-TEA), 공부방 건물 활용

강원 평창: 봉평콧등 작은미술관, 옛 덕거초등학교건물 활용

경기 김포: 작은미술관 보구곶, 지역 민방위 주민대피시설 활용

인천 동구: 우리미술관, 비어있는 창고 활용

경남 남해: 경남 남해 바래길 작은미술관, 옛 보건진료소 활용

부산 금정: 서동 작은미술관, 서동예술창작공간 대관 공간 활용

울산 북구: 소금나루 작은미술관, 북구예술창작소내 전시공간 활용


 

버스 BRT 환승센터를 활용하여 만들어진 세종 작은미술관은 ‘세종열전’이라는 제목으로 세종시 예술가들의 작품과 도록, 팜플렛, 영상 자료 등의 전시를 진행하였다. 지역 내의 예술가들을 한번 더 돌아보고, 다양한 예술가의 작품세계를 작은 공간에서 조망해볼 수 있는 전시였다.


김포의 작은미술관 보구곶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모델이 된 사진전인 ‘보구곶 사람들’ 전시를 개최하기도 했다. 남한의 끝, 북한과 인접해 있던 김포의 보구곶 주민들은 평소 문화시설을 접할 기회가 없었지만, 작은미술관을 통해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향유하고 있다.


주민들은 미술관에서 전시를 관람하기도 하고, 전시의 주체가 되기도 하며 전시 외 활동들에 참여하기도 한다. 어르신들은 미술관 안에서 ‘세이브 더 칠드런’에 보낼 모자를 직접 뜨기도 하였고, 아이들은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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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사업으로 이루어지는 작은 미술관은 신규 조성, 지속 운영, 전시 활성화 등의 3가지 분야에서 지원을 받는다. 신규 조성 부문에서는 지역 내 미술관이 없거나, 접근이 어려운 지역을 대상으로 작은 미술관 조성을 지원한다.


지속 운영 부문에서는 이미 조성된 미술관의 운영비 등을 지원하며, 전시 활성화 부문에서는 조성된 지 3년 이상 된 작은미술관의 운영을 활성화하고 공공 전시공간을 작은미술관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한다. 작은미술관은 시각문화 향유가 어려운 지역에 문화시설을 조성하는 동시에, 지역의 특색과 밀접하게 연관된 공간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전시를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담아내거나, 지역 내 예술가들을 발굴해낼 수 있는 것이다.

 

*

 

작은영화관과 작은미술관은 문화시설이 부족한 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수요를 채워 주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더불어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특별한 장소가 되기도 한다. 작은영화관과 작은미술관 사업은 지역의 필요를 더욱 반영하여, 2020년에도 다양한 지역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이러한 문화시설은 앞으로 지역과 연계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형식만을 갖춘 기관이 아닌 ‘찾고 싶어지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또한 작은영화관과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고, 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문화플랫폼 구축 역시 필요하다. 지역의 문화 정보를 매개하고, 좋은 문화를 알리는 플랫폼은 문화확산의 촉매로서 작은영화관과 미술관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일례로 전주의 사회적 기업 ‘문화통신사’에서는 지역의 산재되어 있는 문화예술공연정보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기관에서 제공하는 문화예술정보의 전달과 함께 홍보마케팅 기능을 수행하는 채널이 존재한다면 사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비록 그 규모는 크지 않지만, 작은영화관과 작은미술관은 문화향유가 쉽지 않았던 지역에 문화인프라를 확장해 나가는 중요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참고
문화체육관광부

사회적 기업 문화통신사


 

[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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