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어른이 되어도 ‘어린 취미’를 사랑해도 될까. -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세상을 담는 그림
글 입력 2020.03.06 09:5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MARIKA_MAIJALA_3.jpg

 

 

취미에 적절한 시기가 있다는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내게는 평생을 걸친 취미가 있으니까.


미취학아동 시절부터 동화책에 나오는 악당들을 무찌르는 주인공을 동경했고 그것이 부끄럽지 않았다. 대부분의 또래 친구들이 나와 같았으니 오히려 공감대 형성 면에서 득이었다. 유명한 장난감을 샀을 때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자랑해도 되었다. 동화책과 장난감은 어린 나의 트로피였다.


이십대인 나는 아직도 악당들을 무찌르는 동화책을 좋아하고 만화책을 모은다. 아직도 인형이 좋고 방 구석구석에 그것을 늘여놓는다. 그러나 이제는 친구를 초대하기 어렵다. 명절에 친척이 올 때면 황급히 방을 치우고 숨기게 되었다. 금서를 읽는 것도 아니고 왜 떳떳하지 못하게 되었을까. 어느 순간 나는 ‘이럴 시기’가 지났음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일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어도 ‘어린 취미’를 사랑해도 될까. 사촌 동생에게 책을 양보하는 마음씨 넓은 언니가 되지 않아도 괜찮을까.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게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이 될 수 있겠다.

 


ⓒYoshiyuki_Maeda_05.jpg

 

 

 

세상을 배우는 아이들



어린아이는 동화책을 읽으며 세상을 배운다. <토끼와 거북이>를 처음 읽은 아이들은 토끼와 거북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활자에 담긴 묘사로 상상하기엔, 어린아이가 알고 있는 세상은 너무 좁고 얕다. 토끼 귀가 크다는 게 코끼리 모양의 귀인지, 거북이 등딱지가 무엇인지 아이는 알 수 없다.

 

아이의 좁은 세상을 확장하는 게 동화책 속 일러스트의 역할이다. 일러스트란 책이나 광고 등의 이해를 돕거나 그 내용을 시각적으로 전달할 때 쓰이는 그림을 말한다. 아이는 직접 동물원에 가지 않아도 그림을 통해 그들의 외양을 알 수 있다. 아이는 일러스트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배우게 된다. 얇은 그림책에 담긴 것은 세상 그 자체이다.

 

그림책에서 세상을 배운 아이들은 자라서 직접 세상을 마주한다. 그러나 어른이 된 우리는 안다. 아직 우리가 아는 세상은 완벽하지 못하고 우리는 여전히 어리숙한 존재인 것을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어린 시절처럼 떳떳하게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알고 싶어서 그림책을 읽는다고 말하기가 어색해진다.

 

이젠 미숙한 어른들이 고백할 차례이다. 세상은 너무 급변하고 모르는 것 투성이임을 털어놓고 세상을 배워야 한다. 두꺼운 철학 서적을 읽기엔 우리의 지식은 너무 얄팍하고, <작은 아씨들>을 읽었지만 '소금에 절인 라임'이 무슨 맛인지 모르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다시 세상을 배우기 위해, 세상을 담는 그림을 마주한다.

 

아직 어린 취미를 사랑하는, 어리숙한 우리에게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은 더 반갑게 여겨진다.

 

 

공모전포스터.jpg

 

17.jpg


 

 

우리가 마주할 세상들


 

2월 6일부터 4월 23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에서는 2019년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자 76명의 작품 300여 점을 만나 볼 수 있다. 과거 이 전시가 한국에서 개최된 이력은 있으나, 이처럼 수십 년을 내다보는 월드투어에 정식으로 포함되어 서울에서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6명의 수상자의 작품인 만큼 다양한 주제, 그림, 이야기가 담겨있어 ‘세상을 담는 그림’이라는 말에 걸맞다.

 

전시는 총 여섯 개의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다. 메인 전시로는 올해의 작가 76명의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일러스트 원화 300여 점을 만나게 된다. 다음으로는 2018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우승자인 벤디 베르니치Vendi Vernić (Croatia)의 특별전이 있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은 매년 한 명에게 최고상을 수여하는데 작년 원화전에서 최고상을 받은 벤디 베르니체의 책과 원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볼로냐 아동 도서전 2019>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선정 작가인 Masha Titova 특별전이 열린다. <볼로냐 아동 도서전 2019>에서는 매년 일러스트 작가 한 명을 선정해 볼로냐 아동 도서전의 아이덴티티 이미지를 제작하게 한다. Masha Titova의 이미지들은 홈페이지, 전시장 인테리어와 포스터 등으로 원화 작품과 함께 전시된다.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는 ‘어린이 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상이 있다. 바로 ‘라가치상’이다. 라가치상은 창작성, 교육적 가치, 디자인을 기준으로 픽션, 논픽션, 오페라 프리마, 뉴호라이즌 등 네 개의 분야별로 대상과 우수상을 선정하여 수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9년 수상 도서 16권을 전시한다.

 

다음으로는 2017년 ‘볼로냐 아동도서전 최고의 출판사상’을 수상한 보림출판사의 그림책이 전시된다. 최고의 출판사 상이란 도서 편집 혁신 분야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출판사들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제정한 상으로, 한국 출판사로는 최초의 수상이라 그 의미가 더 특별하다. 40여 년간 새로운 그림책을 만들어 오고 있는 한국의 보림출판사의 그림책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다양한 ‘볼로냐’를 마주하게 된다. 볼로냐는 ‘빨간 도시’, ‘뚱보들의 도시’, ‘현자들의 도시’, ‘포르티코의 도시’, ‘부자 도시’ 등 많은 별명을 가진 도시이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에서 전시와 더불어 전시장 속에서 숨은 그림을 찾듯 다양한 요소를 찾는 미션을 하다 보면 다양한 볼로냐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여전히 어린 시절의 취미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에서 세상을 담은 원화와 그림책을 만나보자.


 

메인-포스터.jpg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 세상을 담는 그림 -

 

 

일자 : 2020.02.06 ~ 2020.04.2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20분)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 12,000원

청소년 : 10,000원

어린이 : 9,000원

 

주최

예술의전당, ㈜씨씨오씨

 

주관: 메이크앤무브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이승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