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민한 게 뭐 어때서? 민감한 사람을 위한 감정 수업 [도서]

글 입력 2020.03.0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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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란 게 참으로 무섭다. 나는 사람이 감정 빼면 시체라고 생각한다. 감정에 죽고 감정에 사는 사람에게, 감정은 신의 선물임과 동시에 신의 계략 같기도 하다. 감정은 한순간에 사람을 저 밑바닥까지 몰아내거나 머리에 꽃 꽂은 사람처럼 미친 웃음을 짓게 만든다.


몇 년 전, 친구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너는 감정 기복이 좀 심한 거 같아.’ 이제는 많이, 아니 잠잠해진 편이긴 하다. (사실 잘 모르겠다) 솔직한 감정을 표출해 내는 것이 매력이지만 그만큼 민감하다는 뜻인 것도 알고 있다. 최근 들어 깨달은 사실은, 나는 타인의 감정이 나와 동일시될까 봐, 그게 기가 빠지고 지치는 일이란 걸 너무 잘 아는 나머지, 감정에 무딘 척, 공감 능력이 없는 척 행동하곤 한다는 것이다. 일부러 더 남의 일처럼 대하고,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다. 상대는 서운해하겠지만, 정말이지 나도 힘들다.


사람과 부딪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 안에서 점점 현실을 알아가기에, 겉으로는 무딘 감정을 연습하면서, 속으로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가지고 살 게 된다. 감정의 표출을 솔직히 하기엔 상처 주는 것들이 많기에. 얼마 전, 아는 지인분이 그랬다. 이제는 사람을 잘 모르겠다고. 가장 힘든 인간관계 속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하는, 감정에 대한 수업은 비단 ‘민감한 사람’ 뿐 아니라 모두에게 적용될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책에서 나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내 과거에서도 써먹었던 간단한 한 줄짜리 조언들이다.

∨ 감정의 원인을 파악한다.

∨ 화가 났을 때는 공포 영화를 보는 식으로다른 감정을 불러온다.

∨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한다.

 :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마트에 갈 예정이었다면, 차를 끌고 운전을 하고 필요한 물품을 사는 것에만 신경을 집중하는 것이다.

 : 그때 느낀 것은 슬픔이었어. 하지만 그건 과거의 일이야. 미래에 대한 걱정이 찾아올 때면 두렵기도 하지만 그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야.

∨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 지저분하고 더러운 환경을 정리하기

∨ 일상생활 속 물건에 집중하기

 : 방 안에 있는 물건을 하나 골라, 3분간 온 힘을 다해 관찰한다. 질감, 굴곡, 모양, 색, 느낌, 두께 등을 관찰함으로써 신경을 자기 자신이 아닌 외부로 돌린다.

∨ 쓸데없는 걱정하지 않기

∨ 봉사, 미술관 방문하기, 사진 찍기, 글쓰기, 음악 듣기 등 창의적인 활동에 몰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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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속에 담긴 사실(Fact)에만 집중한다.




타인의 행동이나 의도를 해석하려 드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그것은 오직 자신의 판단일 뿐이라고 인식하고 흘려보낸다. 가장 먼저,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보고 상황 속 정보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중략) 사실관계와 자의적 해석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감정을 다스리는 데 상당히 중요하다. 타인의 생각과 의도를 자꾸만 추측하다 보면 괴로움이 찾아온다. 당신 나름의 짐작으로 점점 더 부정적인 감정에 깊이 빠져드는 것을 조심하라. (중략) 자신이 지금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자신의 판단이 진짜라 믿거나 판단이 감정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것이다.자신의 부정적인 추측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다면, ‘친구가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네.’라고 생각을 고치는 것이 좋다.



타인의 생각과 감정은 그 당사자 말고 아무도 모른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던가. 감정이 휘몰아칠 때는 사실과 감정을 분간하기 힘든 건 사실이다. 자의적 해석을 크게 할수록 내 속만 문드러진다. 왜 일을 이렇게 했어? 라고 묻는 상사는 내 일 처리 방법이 궁금하거나 혹은 의아해해서 물은 것뿐인데, 본인은 내 존재 자체를 부정당했다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 ‘일’에 대해서만,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보고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떤 점 때문에 그렇게 묻는 것인지, fact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말은 쉽지만, 참 어려운 일이다. 친구가 다른 날보다 좀 무뚝뚝하다면, 혹시 내가 잘못한 게 있는지, 말실수하진 않았는지, 그때 그 일 때문에 그런 건지, 날 싫어해서 등 자의적 해석을 하며, 추측으로 내 속앓이만 하게 된다. 실제로 그 친구는 별생각이 없는데 말이다.


나와 같은 예민한 사람들은 타인의 감정을 일치시키고, 남이 느끼는 감정을 읽는 것이 뛰어나니만큼, 한 걸음 더 깊게 생각한다. 그러니 이렇게도 생각해보고, 저렇게도 생각해보며, 나였다면, 저 사람 성격이었다면 하면서 영원히 모를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추측하고 일종의 시나리오까지 작성한다. 그리고 지레 지친다. Fact만을 보고, ‘왜 저러지, 잘 모르겠다.’라고 손 털고 나오는 연습이 필요하다. 남에 대한, 나에 대한 집중보다는 밖으로, 드넓게 시선을 돌리라는 말과 같다. “에잇, 내버려 두자.”




연민의 마음을 갖는다




상대방도 완벽하지 않은 사람임을 인정한다.



개인적으로 이 말처럼, 내게 위로가 되는 말은 없었다. 그도 나와 같은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 사람의 과거가, 환경이, 어쩔 수 없이 갖고 태어난 무언가가, 생각과 가치관이 그 사람의 지금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연민의 감정이 느껴진다.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언젠가 한 번은 누군가가 나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기분 나빴지만, 되려 나도 ‘저렇게 생각하는 너도 참 불쌍하다. 얼마나 잘났길래.’ 생각하고만 경험이 있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이다. 누군가에게 나를 기대기엔 그 사람도 완벽하지 않다. 배고프면 밥 먹고, 잠이 오면 자고, 슬프면 울고, 신이 나면 웃는. 사람은 모두 똑같고, 모두 불완전한 존재이다. 이처럼 공평한 게 또 있을까.




자기 자신을 향한 비난을 멈춘다



자신의 선택이나 행동이 실패로 귀결됐을 때 본인이 ‘인간으로서’ 실패했다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실패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못 하는지 배우는 것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나쁜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자기 자신을 비난하는 것을 멈추고, 부정적인 결과가 ‘왜’ 나왔는지 분석하며 자신의 잘못을 파악해야 한다. 상사가 보고서의 일부를 수정하라고 했을 때, 보고서를 ‘완전히’ 엉망으로 쓴 것 같다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삶은 돼지고기는 뜨거운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댕-하는 배경음과 머리에 물음표가 그려지는 한 예능 속 장면이었다. 한 번 실패를 맞본, 무언가를 경험한 사람은, 그 경험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말이다. 꽤 웃긴 말이지만, 엄청난 용기를 선사하는 문장이다.


실패가 자칫 내 모든 것을 앗아갈까 두려운 요즘이다. 도전하는 것부터 고민에 고민을 낳고, 또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를 머릿속에서 작성하고, 지레 걱정한다. 어느 누가 실패를, 좌절을, 쪽팔림을 감수하며 나아가겠는가. 도전하는 사람이다. 일은 일에서 끝내고, 나 자신이 무너지는 상상은 그만두자. 되면 되고, 아니면 내 길이 아닌가 보다. 세상엔 할 일이 많다. 하고 생각하며 거침없이 뛰어드는 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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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예민한 사람은 잡담을 의미 없는 행위라고 여길 때가 많다.



너무 공감돼 미친 듯이 웃었던 문장이다. 대학생 때 어머니께 물은 적이 있다. “엄마, 왜 사람들은 별 시답잖은 이야기를 많이 해? 정말 의미 없는 날씨 이야기, 버스 이야기, 이러쿵저러쿵. 날씨가 맑으면 맑은 거고, 흐리면 흐린 거고, 버스가 노란색이면 노란색인 거지 굳이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는 거야?” 엄마는 웃으며 그랬다. “그렇지, 그렇기는 해. 엄마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게 다 눈에 보이는 일상적인 것들이잖아. 쓸데없는 이야기도 할 줄 알아야 해. 대화는 대부분 그런 거로 시작하는 거야. 있는 이야기, 보이는 것부터 이야기하면서. 그냥, 말문을 트는 거지. 할 이야기가 없을 때 자연스럽게 말할 주제가 그런 것들이니까.”


그 말을 들었을 당시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요즘은 새삼 끄덕여지는 말이다. 알을 깨고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하고 친근해지는 것,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것의 시작은 ‘공통된 주제’이다. 당신과 나의 취미, 당신과 나의 가치관, 당신과 나의 미래를 이야기하기 전, 만남 속 가벼운 이야기는 ‘일상적인 것들이 곧 말문의 시작이자 좋은 소재’이리라.


쓸데없는 이야기부터 하는 습관을 좀 생각해봐야겠다. 오늘의 날씨, 오면서 있었던 일들, 구름의 모양, 음식의 생김새. 글의 소재도 하나로부터 파생되듯, 사람과의 대화도 그렇게 시작되는 건가 보다. 신경 쓰지 않아 몰랐던 것들도 배웠다.




행여, 당신이 별나다는 생각이 들어 시무룩해 하는 건 아니죠?



해주고 싶은 말이 생겼다. 나에게도 하는 말이다. 예민한 거 인정한다. 근데 그게 잘못된 거야? 아니!!? 남이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느낄 수 있어서 얼마나 새로운지 그들은 모르시겠죠. 알려나 몰라. 쬐끔 피곤한 거 말고는 뭐. 너나 나나 불완전한 사람이니까.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는 법이지.

 

감정 수업 들었다고 더 피곤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수업 들었다고 예민한 내 성격을 완벽히 탈피할 수는 없으니까, 완전해질 수 없으니까. 자신에게 맞는 것만 선택해서 가끔 적용하면서 삽시다. 지금 이대로도 최고니까, 예민한 것에 위축될 필요 하나도 없잖아요. 우리가 왜? 어때서?


예민한 사람 중 나와 같이, 책을 읽고 또 다른 무언가 숙제 같은 짐을 얻게 되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필요하다 생각되는 것만 책에서 뽑아 씁시다. 다 하려 자칫 욕심내다 제풀에 지치기보단, 끄덕이는 정도로. 우린 충분히 너무나도 괜찮은 사람들이니까요.

 

 

[서휘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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