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인분의 삶이란, 혼자서 완전하게 [도서]

이대로도 충분한 1인 생활자 공감 에세이
글 입력 2020.02.26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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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은 가족을 꾸리는 것이 정답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서른 살이 되어도 이제는 노처녀, 노총각이 아니다. 물론 부모님은 내 자식이 서른이 넘었는데 아직 결혼하지 않은 것에 대해 걱정을 하시겠지만, 정작 본인들은 그렇지 않다. 결혼보다도 내게 소중하게 생각되는 가치가 늘었고, 자연스레 혼자 사는 삶에 익숙해진다.

 

여기 <혼자서 완전하게>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이숙명 작가의 책이다. 에디터를 거치며 온갖 감각적인 재능을 덤덤하게 온몸에 휘감은 채, 지금은 1인 출판사의 대표이자 칼럼니스트로서 글을 쓰고 있다.

 

 

나는 혼자 산다. 그리고 혼자 일한다. 혼자 산다는 건 마냥 낭만적인 일은 아니다. 그건 자식을 먹이고 입히고 씻기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스스로를 보살피고, 공과금을 내고, 막힌 변기를 뚫고,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고, 집주인이나 이웃들과 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사소한 불편을 감수하자, 나는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자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여유, 누구든 만날 수 있는 가능성, 한 시간 후의 일부터 10년 뒤의 일까지 나 하나만 생각하고 계획하면 되는 간편함을 얻었다.

 

 

스스로를 25년 째 혼자 사는 프로 독거인이라고 칭하는 그녀는 그동안 혼자 살아오면서 겪었던 수많은 일화와 자신의 생각을 녹여내며 누차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혼자일 때 완전한 사람이어야 타인과도 잘 지낼 수 있다. 그러므로 외로워 말고 타인에게 주는 애정을 거두어 나 자신에게 듬뿍 주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녀는 진작에 회사와 가정에 자신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선 자유로운 단독자로 살아가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선 그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야 하며, 자신의 생활비를 버는 것에 세세한 계획을 세우고, 칼럼 쓰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약간의 투자를 하며, 통장이 마르지 않도록 대비한다. 그러면서도 싫어하는 일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하며 타인보다 내가 만족하는 삶과 경제력을 꾸려가고자 한다.

 

 

“누군가와 생활을 공유하느냐 마느냐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 내 인생의 중심에 있고 타인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완전한 혼자인가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의존하지 않는 완전한 혼자의 삶이라니. 아, 내 언니 삼고 싶을 만큼 시니컬하고 멋지다. 책을 읽는 내내 존재하지 않는 친언니가 생긴 듯 보이지 않는 채찍질을 휘두르며, 혼자여도 외로워 말라고 위로해주는 듯하다.

 

나는 유독 가족에게 각별하고 애틋한데, 이 언니는 “가족 사이에도 거리가 필요해”라고 말한다. 한 번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이 챕터에서는 줄곧 왜? 왜? 했던 것 같다. 근데 사실 이 챕터의 결론도 역시 자신의 행복이다.

 

가족을 위해 ‘나’를 희생하지 말고 가족 개개인의 구성원이 자신의 행복을 더 많이 생각하고 누렸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바람이다. 엄마라서, 아빠라서, 자식이라서 가족에게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지만 아빠지만, 자식이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행복을 더 중요시하자는 얘기에 나 역시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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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에도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지인이 많다. 정작 본인은 결혼하지 않았지만, 주변인들의 결혼식, 행사에는 자의 반 타의 반 어쩔 수 없이 참석하게 된다. 물론 내가 아끼는 지인의 결혼식엔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크니까 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가야 할 지 말아야 할지가 고민스러운 그런 애매한 관계에선 3만 원을 부조금으로 할지, 5만 원을 부조금으로 할지를 고민한다.

 

여기에 그녀는 과감히 이렇게 외친다. "청첩장은 사절합니다" 그녀도 오랫동안 결혼식을 부단히도 열심히 쫓아다녔다. 그러다 서른여섯인가 일곱 살에 말 그대로 산 넘고 물 건너 고생스런 지방의 결혼식을 다녀오느라 자신의 토요일을 모두 허비해 버린 채, 그 먼 곳에서 결혼한 지인을 원망하며, 부조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왕복 6시간에 걸쳐 힘들게 찾아간 또 다른 결혼식에선 이미 모두 끝나버린 결혼식을 맞닥뜨리며 그녀는 더는 모든 결혼식에 참여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며 주변의 모든 지인에게 선포한다.

 

그랬더니 부조금을 얼마 낼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너는 나에게 그만큼 중요한 인맥이 아니다' 라는 쓸데 없는 오해를 사지 않아도 될뿐더러 갈까 말까를 고민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더는 ‘그들’에게만 중요한 ‘그들의 결혼식’이 그녀에게는 중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대신 집에서 한치의 원망도 거짓도 없는 순도 백 %의 진심이 담긴 그들의 행복을 빌어주게 되었다.

 

회사 근처로 이사를 하면서 딱 1년, 나도 혼자 산 적이 있다. 그때 내가 살던 곳은 오피스텔이었기에 딱히 불편한 점이 없었다. 조명이 나가거나, 무언가 고장나면 오피스텔 관리인이 다 고쳐주었다. 그래서 사실 형광등을 갈 줄 몰라도, 콘센트는 더더욱이 건들지 않아도 혼자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렇지만 책 속의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완전한 삶을 위해 누군가의 도움은 필요 없다는 느낌이 혼자 사는 사람들에겐 무척 중요하다.”

 

형광등이나 콘센트교환은 그녀에게 이제는 식은 죽 먹기다. 그런 그녀에게도 아킬레스건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바. 퀴. 벌. 레…. 언젠가 회사의 남자 후배에게 ‘나’ 보다는 낫겠지 라는 마음으로집에 바퀴벌레를 치워달라 얘길 했지만, 그 남자 후배 역시 바퀴벌레 혐오증이 있어 절대 못 치운다고 말한다. 그 뒤, 사흘 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고 하니 그제야 그녀는 여자라서 벌레를 못 잡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내 해충박멸업체 직원의 도움을 받아 바퀴벌레의 잘못된 정보를 제대로 알게 된 뒤, 두꺼운 자신의 잡지책으로 그것을 짓이긴다. 사체를 치우고 물티슈로 주변을 여러 번 닦으며 진입로로 추정되는 벽 틈새에 거룩한 자세로 실리콘을 펴 바르기까지 한다. 바퀴벌레를 때려잡고 5분 만에 치우는 자신을 발견하며 이제는 정말 혼자서도 잘 살 수 있겠다는 확신을 하게 된다.

 

“나는 이제 바퀴벌레도 치울 수 있는 여자야! 더는 두려울 게 없어! 아무도 필요 없어!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 덤벼라. 세상아!”

 

웃기고 슬픈, 웃픈상황의 그녀의 외침에 피식거리다가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리고 주변의 혼자 사는 지인들에게 이 부분을 캡처해서 보낸다. “벌레를 때려잡아야 혼자의 삶이 완벽해지는 거야.” 답장은? 없다.

 

그럼에도 그녀는 “가끔은 함께하는 게 좋다”라고 한다. 어딘가 훌쩍 떠났을 때, 좋은 것들이 눈앞에 있을 때,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고 싶을 때 그녀는 보고 싶은 사람들을 떠올린다. 사랑하는 사람들, 후배, 친구에게 아무런 망설임 없이 여유 있게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은 것도 그녀가 돈을 버는 이유 중의 하나다.

 

혼자 사는 삶을 좋아할지라도 가끔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얘기이다. 그리고 혼자 살며 나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았을 때 곁의 다른 이를 챙길 수 있고, 그들에게 또한 감사한 마음과 소중함을 떠올릴 수 있다.


마지막 챕터 <중년을 맞이하는 독신의 자세>는 혼자서 살아가고 있는 독신들의 짤막한 인터뷰로 이야기의 끝을 맺는다.


 

-비혼자라고 하면 무턱대고 ‘애 낳고 결혼하는게 정상’이라 저를 설득하려는 사람듣에게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나 하나쯤 괜찮다고 생각하면 된다. 결혼 안 하고 살면 자유롭고 편해서 좋다. 좋은 사람이 있어야 결혼을 하는 거지. 결혼을 위해 사람을 만나는 건 패착의 첫째 조건이다.”

 

-40대가 되면 젊을 때 해보지 못한 많은 일들이 후회될까 걱정이에요.

“40대가 되면서 심리적으로 평온을 찾는다. 신체가 쇠약해지기 때문에 생각하는 속도나 몸이 각성되는 속도가 확실히 느리다. 그 덕분에 젊을 때 정신없이 살던 것에 비해 안정되고 여유로워진다. 청춘의 피크는 35세라는 거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여행을 가겠어, 유학을 가겠어, 했을 때 뭐든 가능한 나이가 30대다. 그러니 아직 30대라면 지금이 가장 젊고 아름다운 시기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라.”

 

-40대에도 새로운 걸 배우고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까요? 그게 가장 두려워요.

“열정이 사라질까 봐 고민이라고? 난 더 많아졌는데? 그리고 꼭 열정을 발휘해야 하나? 하고 싶은 게 없으면 안 하면 되지. 그게 좋은가 보지. 그냥 그때그때 마음가는대로 살아라. 어차피 타인은 아무도 당신한테 관심 없다.”

 

 

인터뷰를 하며 그들의 말을 비상식량처럼 마음 한구석에 담아두고 혼자서 흥겹게 중년을 통과할 것이라는 그녀. 그녀 스스로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미 너무 멋지게 혼자 사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에게 그렇게 보이려 하는 것이 아닌 책 속에 쓰인 그녀의 이야기로 하여금 얼마나 그녀가 멋진 사람인지를 설명해준다. 타인에게 좋은 영감을 주는 매력적인 사람. 그렇기에 나는 그녀를 좋아하고 응원하게 된다.

 

마치 옆집에 엄청나게 스타일리쉬하고 조금은 까칠한데, 그렇지만 속 정은 엄청 깊은 언니를 한 명 알게 된 것 같다. 팬미팅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취미가 많다.” 는 나와 같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이숙명 작가가 너무 좋다.

 

오늘도 혼자, 별일 없이 살고 있을 그녀가 지금 이 시각,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지가 무척 궁금하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녀를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면 오래전부터 봐왔던 것처럼 “언니” 하고 부를 것만 같다.

 

1인분의 삶이란 언제나 그렇듯, 내가 주체가 되고 나에게서 가장 큰 만족감을 느끼는 삶이지 않을까. 이것이 모든것의 첫 시작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곳에서 우리는 모두 혼자인 채로 함께다.“


 



[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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