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토록 지독한 인간관계. 넷플릭스 <데드 투 미> 시즌 1 [TV/드라마]

글 입력 2020.02.2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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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여자들 주연의 작품을 안 만드는 구나 싶어.”
같이 보고 있는 여성 주연의 작품이 취향에 맞지 않던 나의 소중한 친구가 한 말이다. 반박 하고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고 하고싶은 말들이 무수했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인 법.

“그럼 그냥 다른 거 보자. 이거 재밌는데 1화 한 번 볼래?”
그렇게 나의 추천으로 우리는 <데드 투 미> 시즌 1을 보기 시작했고, 하룻밤 새 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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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인 <데드 투 미> 시즌 1은 비극적 사건들 속에 얽힌 인물들의 아이러니한 관계를 장르 특유의 미묘한 분위기로 녹여낸 블랙코미디다. 작품은 가벼운 주제를 다루지도 않고, 그 주제를 끌고가는 두 여성 주연을 모두에게 사랑받을 법한 캐릭터로 설정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고 속도감 있게 풀어내기 때문에 취향을 크게 타지 않을 만한 작품이다. 생경한 여성 캐릭터들과 익숙한 그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모두가 무난하게 즐길 만한 방식으로 다듬은 이 작품이 나는 너무 반갑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데드 투 미>시즌 1의 두 주인공, 젠과 주디는 이상적인 호감형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두 캐릭터의 인상은 각자의 첫 씬에서부터 확실히 드러나고 자리잡으며 시청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솔직함과 무례함의 경계를 넘나드는 젠. 그는 첫 씬에서 이웃의 호의에 불쾌감을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도무지 성격을 가늠할 수 없는 주디. 그는 농담을 부자연스럽게 건네면서도 관계 형성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작품은 의도적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려 시도한다. 비호감형 캐릭터를 형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이 별난 성격의 캐릭터들을 애매한 위치에 배치한다. 예를 들어, 주디와 스티브가 차량 사고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헤어지게 됐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다 돌연 주디가 ‘괴물’이라는 스티브의 말과 함께 종교 의식을 행하는 주디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남편이 죽기 전, 젠과 그가 나눈 대화의 내용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젠의 고부관계가 실은 굉장히 어긋나 있다는 사실과 함께 남편이 사고가 나기 전 그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단 사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시청자의 마음이 불편해지는 이유는 단지 두 캐릭터가 미심쩍고, 진실을 숨기는 주디와 그 궁극적인 거짓말에 위안을 받는 젠의 관계가 지독해서만이 아니다. 주디와 젠은 각자의 이야기가 있고, 작품은 그들의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는 시선으로 시청자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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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와 있을 때, 습관적으로 “괜찮아”라는 말을 하는 주디. 수차례의 유산 경험과 그 과정을 홀로 견뎠다는 주디. 에이브의 벗이 되어주는 주디. 아들과 게임을 하려 노트북을 켜는 젠. 그 바람에 죽은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젠. 집안 온갖 군데에 CCTV를 설치하는 젠.
 
작품은 젠과 주디의 개별적 사정을 결코 외면할 수 없게 만든다. 스티브의 가스라이팅을 인지하는 순간 매번 우는 듯 웃는 얼굴을 하는 주디를 이해하게 된다. 결국 시청자는 무엇보다도 각자 다른 곳에서 상처를 받고 피해를 받은 두 캐릭터가 가해자와 피해자로 연결되는 그 관계가 불편한 것이다. 둘의 상황을 모두 이해하기에.
 
이러한 작품의 시선이 나는 참 고마웠다. 캐릭터들의 아픔이 충분히 아플 법한 것이라는 사실을 계획적으로 보여주는 존중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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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은 몰입감을 유발한다. 상투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말 그대로 닭살을 돋게 하는 배우진의 완벽한 연기는 그 몰입감을 몇 배로 높인다. 그리고 매 화 차곡차곡 쌓아 올려진 이 불편함은 몰입감이 최대치에 오른 마지막 화에 일부 해소된다. 그동안 타인에 의한 자신의 선택에 헤매고 고통받았던 주디의 인생은 젠이 이 모든 상황의 궁극적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캐릭터가 맺던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해소되며 둘은 진정 한 배를 타게 된다.
 
젠의 뒷마당은 앞으로 어떤 순간들을 더 담게 될까? 올해 공개 예정인 시즌 2가 기다려진다.
 
 
[박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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