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세상을 향해 내리치는 호랑공주의 뉴클리어펀치 -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

권력은 인민에게! 황족은 궁 밖으로! 펑크로 세계정복이다!
글 입력 2020.02.2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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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망했으면 좋겠다.

아니, 다 망해라!

권력은 인민에게!

황족은 궁 밖으로!

펑크로 세계정복이다!”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

_홍지운



표지.jpg

 

 

[Review]

세상을 향해 내리치는 호랑공주의 뉴클리어펀치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을 내 손에 쥐게 된 것은 마치 캔 사이다가 잔뜩 담긴 냉장고를 들여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책을 펼치는 순간은 보기만 해도 톡 쏘는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이었고, 주인공 ‘호랑’이 세상을 향해 내리치는 물리적인 주먹(?)과 기죽을 줄 모르는 목소리 ‘주먹’을 따라가는 여정은 마치 경쾌하게 주먹 리듬에 맞춰 캔을 따 한모금 한모금 들이키는 듯한 경험이었다.

 

필자는 이토록 파괴적인 공주님이 누가 봐도 불량스럽다고 생각할 행동으로 수행하는 우아한 행적이 너무 놀라워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당돌함에 이마에 손을 짚다가도, 결국 내리치는 주먹 한 방에는 속이 시원해서 안 웃을 수가 없는 주인공 호랑이, 책 속 대한제국의 입헌군주제뿐만 아니라 호랑도 다른 의미에서 팩션이 아닐까? 휴, 이토록 매력적이라니!

 

 


 

 

***

 

“헤헤. 그나저나 우리 호랑이, 혜경공주에 대해서는 이렇게 잘 알면서 왜 다른 부분은 완전 깜깜이야?”

 

라라는 질린 듯 고개를 책상에 박고 신음을 흘리는 호랑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호랑도 미소 짓는 라라를 보고는 짜증을 풀고 살짝 웃어보였다.

 

“왜긴 왜겠어. 재미가 없으니까지.”

“하지만 호랑이는 유독 근현대사를 싫어하잖아.”

“내가 뭐가 아쉬워서 황궁에서 잘 먹고 잘 사는 양반들 족보까지 외워야겠어? 세상에는 그보다 중요한 게 많다고.”

“어떤 거?”

“오늘 급식으로 나왔던 게맛살튀김 같은 거.”


p19 | 1. 호랑이 교실에서 나가다

  


고등학생 호랑은 입헌군주제를 유지하며 민주주의를 외치는 대한제국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당연히 입헌군주제가 만들어진 역사가 새겨진 근현대사 공부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호랑은 펜 대신 기타를 들었다. 하라는 대로 의자에 앉아있기보다는 책상에 올라서서 펑크를 외쳤고, 교실에 있기보다는 밖으로 나섰다. 어디에서 무엇을 위해서? 바로 궁궐 복원 프로젝트를 저항하는 시위대 현장에서 부정하게 종가구 시민의 터를 밀어버리려는 황족을 타파하기 위해서!

 

 

무대라고는 해도 화물차 짐칸 위. 객석이라고는 해도 벽돌 깔린 길바닥 위. 관중이라고는 해도 연대 문화제의 참가자들. 호랑과 친구들은 시선의 방향만 다를 뿐 시위 현장에서 동지들과 함께 서있는 중이다.

 

“에- 투쟁으로 인사드립니다. 투쟁.”

“투쟁!”

“네, 투쟁. 그거. 오늘은 이 나라에서 진행하는, 그러니까 백악기 시절 이 종로에 세워져 있던 궁궐을 복원하는 프로젝트에 저항하기 위해 우리 종가행진 동지들이 모여있네요. 그렇죠?”

(…)

 

타이거릴리 프로젝트, 호랑과 그 친구들이 결성한 이 밴드는 어느 면에서도 엉망이다. 박하게 말해 기술적으로는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할 수 있기는 하다 정도의 평가만 내릴 수 있을 정도다.

 

(…)

 

“황족이라는 양반들이, 아니, 황족은 양반이 아닌가? 야, 해민아 걔네 양반이야? 모르겠다. 아냐. 검색하지마, 알고 싶지도 않아. 관심도 없어.”

 

“호랑아, 공부 좀 해!”

 

“관중석이 시끄럽다. 어쨌든 저치들이 제멋대로 부동산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우리 종가구 주민 여러분들을 몰아내고 누구만 좋은 궁궐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건데. 과연 그런 건물 몇 채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까요?”

 

“아니오!”


27p~29p | 2. 호랑님의 생신날이 되어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은 팩션으로 일제강점기 때의 독립운동 이후 입헌군주제로 황족이 자리잡은 후, 시간이 더 흘러 혜종이 다스리는 21세기의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양반 같지 않은 황족 놈들을 공부하는 것이라며 근현대사 공부를 때려치우고, 기타와 앰프를 들고나와 시위대 앞에서 기죽지 않고, 오히려 거칠고 당당하게 할 말, 못할 말, 뼈 때리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다 하는 호랑의 등장은 정말 범상치 않다.

 

호랑과 함께 타이거릴리 프로젝트를 이끄는(?) 호랑과 죽이 척척 맞는 호랑 공식 팬 넘버원 라라, 그리고 호랑과 라라가 너무나도 싫지만 다른 동급생들은 더더욱이나 싫어서 어쩌다 보니 이 둘과 친구가 된 해민. 같은 듯 너무나 다른 셋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함께 다니고, 밴드를 꾸려 시위대 현장에서 공연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면 마음 어딘가는 맞지 않을까 궁금해지는 삼인방이다.

 

타이거릴리 프로젝트 주변에는 너무나도 ‘리얼한’ 인물들도 공존하고 있다. 시위대에서 공연하는 고등학생이 특이하기 때문에 좋은 화젯거리라 생각해서 달려든 기자, 온갖 편견과 권력 욕망은 당연한 옵션인 황제 자리를 노리는 ‘이익태', 권력 앞에서는 굽신거리고 자극적인 이슈만 찾아서 돌아다니는 유튜버 '대박스', 이들은 어떻게 보면 조금 과장되게 문제적 특징이 부여된 인물들 같지만, 오히려 그래서 팩션 속에서 현실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이 현실에서도 결코 낯선 장면이 아니란 걸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인물 간의 성격, 그리고 실제 현실과 소설 속 세계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비는 여전히 당연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던 여러 편견과 사회에 존재하는 기이한 모습들을 선명하게 불러오고 있었다. 가령 일단 학생이고 무엇보다 이제 공주니 ‘모범’적인 행실을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 이유가 뭐든 계속 주먹을 휘두르면 퇴학시키겠다는 교장 선생님, 불량 학생이니까 당연히 술 한번 마셔보지 않았겠느냐는 아저씨들, 덩치 큰 자신에게 여학생이 겁도 없이 덤빈다며 아무렇지 않게 폭력적인 태도로 경고를 가하는 유튜버 대박스와 같은 인물들의 행적은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는 대부분 너무나도 당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들이란 걸 깨닫게 한다. 그리고 당연하다며 ‘그들에게 당연한 것’을 강요하는 어른들에게 우리의 위풍당당 미성년자들은 수긍하지 않고 오히려 모든 틀을 깨부순다.

 

자신은 폭력을 가한 대박스에게 주먹으로 정당방위를 했으며, 퇴학시키면 중졸 학생이 황제가 되는 것이니 사회가 학력 차별에 대해 숙고할 기회를 주는 것이니 차라리 하라고 말하고, 기타 든 락커는 무조건 술 마시고 방탕하다는 것은 선입견이라 큰소리치고, 자신이 아끼는 사람에게 공격을 가한 사람에겐 가차 없이 ‘뉴클리어펀치’를 내리치는 호랑의 행동은 파괴적이지만 가히 우아하다. 호랑의 말들을 듣다보면 지금껏 분명한 이유가 있었던 ‘불량’이라 보였던 호랑의 행동이 ‘겉으로 일단 정당하다’라며 포장된 행동들보다 더 이유 있고 정당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겉으로는 모범적이고, 예의 바른 언어와 행실이라는 이유로 속으로는 말도 안 되는 핑계와 논리를 쏟아내는 언어보다, 겉으로는 똘기 가득 찼지만 잘못된 것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대신 한 걸음 더 나아가 거침없이 말하며 당당하게 걸어가는 호랑의 행동이 더 우아하다. 더 매력적인 것은 그런 호랑의 행동들이 단순하게만 ‘정의’를 위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필자에게 호랑은 정말 '이호랑'이라는 사람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자신이 생각하고 마땅히 해야 할 것들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였고, 정말 행동에 가식이나 포장이라고는 단 한 점도 찾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


“왜 내 생일날 오셔서 이러세요? 아니, 헌법에 황제는 남의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않아도 가도 된다는 조항이라도 있대요?” 

 

“그런 조항은 없지. 하지만 이모가 조카 생일을 축하해 주려고 와서는 안 된다는 조항도 없거든.”


p. 50 | 2. 호랑님의 생신날이 되어


 

18번째 생일날, 사랑하는 아빠로부터 자신이 대한제국 공주님이라는 사실을 처음 들은 호랑은 아빠가 그저 농담을 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장난도 하필 이런 장난을?' 이라 생각하던 호랑의 집에는 황제 혜종이 찾아온다. 태어나 처음으로 만난 이모가 바로 혜종이라니, 호랑은 여느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 드라마 주인공처럼 충격을 받거나 그러지 않는다. 오히려 성인식을 해주겠다는 이모마마 말에 자신은 싫다며 입헌군주제 반대부터 시작해서 싫은 이유를 하나하나 나열한다. 하지만 그녀의 이모인 혜종도 호랑 못지않다. 혜종은 다른 누군가처럼 호랑의 말에 그 어떤 억지스러운 생채기를 남기지 않으면서 호랑에게 자신이 온 이유와 황제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호랑에게 설명한다.

 

끝내 호랑은 차기 황제가 되기로 한다. 그 이유는 호랑 자신이 황제가 되지 않으면 호랑이 그토록 싫어하는 이익태의 아들이 황제에 오르게 될 것이라는 혜종의 설명 때문이었다. 아무리 황제 자리가 싫어도 '궁궐 복원 프로젝트'를 시행하려는 이익태에게 저런 자리를 내줄 수 없지 않은가. 고작 황족 핏줄이라는 사실만으로 아무 이유 없이 자리를 부여받는 건 싫지만, 그렇다고 잘못 흘러가는 상황을 그대로 둘 수는 없는 법. 자신이 지켜야 할 것을 지키고,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하는 호랑의 가장 호랑스러운 결단이었다.

 

 

“라라라라라”

“응…?”

“내 꿈은 포기야”

“꿈? 뭐?”

“펑크로 세계정복”

“아. 그거? 왜?”

“대한제국 정도로 참으려고”

 

-57p |  2. 호랑님의 생신 날이 되어

 

 

***


호랑의 모습을 생각해보자면, 어떻게 보면 단순하고, 겁도 없이 저러는 거 보면 순수한 것 같고, 아직 세상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생각 따위 하지 않는 철부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아직 어려서 세상을 몰라”는 결코 아니다. 시위대에 나서는 것만 봐도 호랑은 이미 완벽하지는 않아도 사회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일을 그저 바라만 보지 않고 직접 나서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호랑은 아직 어려서 그저 말보다 행동이 무작정 튀어나오는 사람인걸까? 아마 처음으로 차기 황제로서의 호랑을 본 대한제국의 사람들도 호랑을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질문도 함께 떠오른다. 그런데 황제는 꼭 그래야 할까? 필자는 '모범적이고, ' '차분한' 호랑이보다 그런 호랑이 더 좋았다. 우선 잘못된 일을 겪고나서도 어떤 결과를 일으킬지 몰라 두려워하며 말씨 하나, 행동 하나 꺼내기를 심사숙고에 심사숙고를 거치는 속앓이를, 호랑이는 아무렇지 않게 나서며 다 뻥뻥 뚫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호랑의 행동은 ‘잘못된 일들은 잘못된 일에 불과해!”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어른들을 시도 때도 없이 당황시키는, 어른스럽지 못한 철부지 호랑과 호랑의 친구들이 좋았다.


 

“아저씨. 더운데 땀 빼지 마시고 돌아가시지.”

“와, 진짜 공주가 여기 있네?”

 

대박스는 호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는 고개를 돌려 스태프들한테 큭큭 웃어보였다. 인터넷을 너무 많이 해버린 사람의 웃음이었다. (...)

 

“어따 대고 반말이야?”

“왜. 저 같은 서민은 공주님한테 존댓말만 써야 합니까?”

“까기는. 나이가 어린 여자라고 반말한 거 지적하니까 더럽게 말을 돌리네.”

(…)

 “호랑아. 촬영 중이야 사이다나 일침에 대한 말도 안 되는 판타지는 버려. 네가 시비를 걸다 책잡히기라도 하면 종가구 사람들이 곤란해져.”

“알아요, 알아. 저 수준의 인간들이 하는 짓이야 똑같은 거 내가 모를까? 자기가 평소에 방송하면서 종가행진 사람들에게 온갖 쌍욕은 다 해놓고 가짜 뉴스만 퍼뜨리다 면대면으로 인터뷰 하겠다고 온 것 자체가 모독이잖아. 그런데 저렇게 뻔뻔한 낯짝으로 모른 척, 내가 너희들 도와주려고 온 건데 왜 날 나쁜 사람으로 모느냐고 뒤집어씌울 욕심이 눈빛에 드글드글한데 내가 어떻게 몰라? 사무국장님은 날 그렇게 몰라?”

 

111p~112p | 4.호환마마전쟁

 

 

그런 꾸밈 없이, 뒤에 숨겨진 기울어진 논리를 버려둔 채 무작정 나설 수 있는 “순수함”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던져주는 통쾌함이 좋았다. 호랑은 다른 일을 꾸미기 위해 겉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 말해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을 할 뿐이다. 뒤에서 다른 목적을 꾸미고 있을 것 같아 도저히 믿음이 가지 않는 어른들에 맞선,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호랑의 모습은 얼마나 믿음직스러운가. 다 망하고 권력을 인민에게 보내라고 외친 호랑만이 정말 인민들을 대표할만한 당돌함과 솔직함을 가진 인물이지 않은가.

 

호랑이 시위대에 나선 이유는 부당하게 터전을 잃게 된 우리 동지들과 함께 복원 프로젝트에 반대하기 위해서였고, 황제가 되기 위함은 인민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 황제가 되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고, 결국 숨겨왔던 주먹을 쓰는 이유는 잘못 없는 사람들이 부당하게 당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만 없었기 때문이었다. 호랑과 친구들에겐 그 이외의 이유란 없었다. 그래서 더 통쾌하고 더 전적으로 주목해서 바라볼 수 있다. 이유 자체로 이유일 수 있고 마음 자체로 진심일 수 있는 이 철부지스럽고 결코 불량하지만은 않은 모습들에 우리의 마음 한 켠이 한시름 놓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철부지”라는 단어조차도 우리가 그렇게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호랑에게 씌운 것일지도, 그리고 어떻게 보면 진짜 철부지는 어른들일지도 모른다.


 



 

***

 

15111.jpg

 

“영광된 이 자리에서,

누구보다 사랑해야만 할 여러분들 앞에서

소리 높여 선언합니다!”

 

 

“호랑이 굴에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를 “‘호랑’이 굴에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로 보게 되었다. 대한제국 호랑공주는 굴이든 궁이든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는 인물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읽기 시작할 때는 호랑의 불량스럽고 당돌한 행동들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금방 함께 옆에서 손뼉 치며 응원하는 입장이 되었다. 해민처럼 호랑이 곧 벌일 일들에 대해 걱정하다가도 어느 순간부터 라라처럼 호랑의 공식 팬이 되어버린 입장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내 마음은 호랑을 중심으로 둘러싼 해민과 라라와 같았고, 소설을 읽는 동안 나의 마음은 어설프지만 그야말로 모두를 위한 대한제국을 꿈꾸는 ‘타이거릴리 프로젝트’였다.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에서는 호랑이의 뉴클리어펀치가 행하는 업적들과 함께 더 많은 것들이 우아하게 파괴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젠더에 대한 편견도, 갑을 관계에 대한 틀도, ‘권력’이라는 것의 정의도 호랑이 있는 곳이라면 오래 자리잡던 관념이 와장창 무너지고, 무너진 땅 위에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소설 속 대한제국은 어쩌면 호랑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꽁꽁 묶여있는 고정 관념들이 언젠가 무너지는 기회를 가지지 않을까 기대해보게 된다. 물론 여전히 이익태나 대박스와 같이 문제적 인물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앗, 그런데 아마 그런 사람들도 호랑이 모두 고쳐버리지 않을까? 라라와 해민이가 말하는 걸 보면 아직 호랑의 뉴클리어펀치를 이겨낸 사람은 (한 사람만 빼고!)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좌충우돌 온갖 사건을 겪고 나서도, 처음 인민들 앞에서 해야할 말을 준비하지 못했으면서도, 급하게 올라온 자리에서 자신 있게 인민들에게 “누구보다 사랑해야만 할 여러분들”이라 외치는 차기 황제 호랑 공주는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누군가는 미리 준비해야 할 수 있는 말을, 항상 마음에 담아왔음을 알리듯이 선언하는 호랑공주. 호랑이가 황제가 되고 나면 대한제국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너무도 궁금하다. 인민들에겐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시위 현장을, 모두가 모여 락을 즐기고 나누는 인민들을 위한 장을 만들까 싶기도 하다. 하여튼 당장 무엇을 할 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우리 호랑이지만 이제는 우려보다 나아갈 행보를 더더욱 기대해본다.


 




[도서 정보]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

-안전가옥 오리지널 3-

 

 

호랑공주_입체북.jpg

 

 

지은이

홍지운


분야

장르소설 - 역사소설, 팩션


쪽수

284쪽


정가

15,000원


발행처

안전가옥


발행일

2020년 2월 3일

 

 

[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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