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 사랑법 [사람]

너 인마 되게 멋있다.
글 입력 2020.02.17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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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의 심화 그룹에 지원했다. 몇 가지 질문 중 하나가, ‘자기 자신을 위한 자유 질문 1건을 스스로 기재 후 질문에 대한 답변을 부탁드립니다.’였다. 아름다운 질문이었다. 2n년 동안 함께 해온 나조차 모르는 나를 향한 질문을 하는 ‘그 순간’ 그리고 ‘대답’을 하는 일이, ‘온전히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으로 인도하는 것 같았고, 나도 모르게 갑자기 기분 좋은 웃음이 터졌기 때문이다.


남을 향한 궁금함에 내가 질문을 던지고서도 누군가 나에 대해 궁금해할 땐 줄곧 모든 걸 드러내지 않았던 나다. 이번 글에서는 솔직해지고 싶다. 나랑 대화하다 보면 기분이 묘하게 좋아졌다. 작은 질문 하나로 파생된 생각이 글까지 쓰게 할 정도면 많이 좋았나 보다. 나 스스로와의 대화이자 내가 내게 빠져드는 이 기분 좋은 순간이 아주 단단히 박제되길 원하는 나기에, 셀프 Q&A로, 나를 마구 사랑해 보려 한다.

 

 

Q 네가 걸어온 길은 어땠어?


A 글쎄, 후회하는 게 있긴 하지만, 매일같이 되뇌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후회하는 거지.’라는 말마따나 좋은 인생이었던 것 같아. 이 말끝엔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여전히 같은 선택을 했을 거 같아.’라는 말이 항상 따라오더라고.


난 항상 최선을 다했고, 발버둥 쳤고, 힘든 와중에 문이 열렸고, 도와주는 이들이 있었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고, 그때가 좋았고, 어떤 것이 싫으면 ‘또 다른 어떤 것’을 적용하면서 나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어. 집으로 오는 길에 이어폰을 꽂고 매일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오는 그 저녁 길도 좋았고, 투덜대면서도 수업 들으러 학교로 향했던 내가 기특해.


식당에서 나무를 보면서 멍하니 밥 먹던 그게 내 힐링이었고,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며 나름 힘주고 다닌 내가 웃기기도 해. 친구와 함께여서 좋았고, 나 혼자였어도 그리 외롭진 않았어. 오히려 편했지. 그렇게 사랑하던, 친했던 누군가와 멀어지게 되었을 때도 난 내 식대로, 나의 그대로로 행동했고, 정말 삶이 힘이 들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아무렇지 않아졌네. 마음의 문을 닫은 때도, 밤에 별을 보고 있을 때도, 여행을 갔을 때도, 난 항상 무언가에 들어가던, 무언가에서 빠져나오던, 내가 좋아하고 원했던 것을 위한 행동과 분위기, 말을 했었어.


발버둥 쳤다고 표현하고 싶지만, 고고했다고 포장하고 싶네. 어쨌든 나는 가만히 있진 않았다는 거야. 가만히 있었던 그마저도 내겐 이유가 있었던 거지. 모든 게 의미가 있었다기보다는 이유 있는 길이었어. 그래서 난 인정해. 좋아.



Q 네가 걷는 길은 어떤 길이야?


A 수만 가지 길 중에 어느 한 길에 올라탔어. 올라탄 지는 이제 1년 되었을 거야. 뚜벅뚜벅 걷고 있는데 앞을 모르니 조금 무섭긴 하지만 설레. 내가 정한 이름인데, 이름하여 ‘표현하는 길’이야. 나는 사람들이 표현한 작품을 보는 걸 좋아해. 특히 미술관. (취향을 타긴 하지만)


그리고 나도 나를 표현하는 걸 좋아해. 내 생각, 느낌, 감정을 말이야. 딱히 억압된 생활을 한 건 아니지만 성향 탓에 표현하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 말보다는 떠돌아다니는 머릿속의 몇 가지를 글로 적는 게 내겐 더 효율적이라서, 그렇게 지금도 드러내고 있는 중이야.


두려워하면서도, 조급해하면서도 난 여전히 그 길을 걸을 거 같아. 현타 오기 전까지는. 미리 걱정은 하지 않을래. 그냥 묵묵히 가는 게 내 스타일이라, 내 식대로 갈려고. 계속 멈추고, 계속 걷고, 계속 달리는 사람은 없잖아. 나대로, 그렇게 길 위에서 날아다닐 거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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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떤 꿈이 있어?


A 간단해. 언제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난 내 일 열심히 하면서 살 거다. 그리고 난, 내가 첫 번째다?! 다른 사람 말고 내 감정 먼저 들여다볼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해.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내 향기가 누군가에게 스쳐 지나가게 될 때면, 미소 지어졌으면 해. 욕심은 아니고, 그냥, 모두가 좋았으면 좋겠어. 마음의 여유가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에 한몫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꿈이 있지.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


가끔 생각해. 내가 눈을 감는 날, 내 생의 모든 것이 주마등처럼 흘러가겠지?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고, 내가 내 몸과 내 정신과 내 생각을 갖고 나로만 살아가는 이 한 번의 인생에,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한 것이 생각난다면? 무언가를 놓치고, 누군가를 놓쳤다는 생각이 든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닿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 옆에 서성여 본 적도 없노라면, 너무 슬플 것 같아서. 그래서 일단 나는 하고 싶은 거, 내 식대로 한다. (!)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도 정말 멋있지.

 

 

Q 내가 나를 좋아하는 이유는? (부끄럽지만, 범법도 아니고, 솔직해져 봐!)


A 귀여운 걸 좋아해서. 솔직해서. 낯을 가려서. 티가 나서. 뭘 좀 하려고 해서. 만족하면 웃어서. 열심히 해서. 표정이 있어서. 창밖을 좋아해서. 나를 좋아해서. 너를 좋아해서. 걷는 걸 좋아해서. 웃어서. 화를 내서. 혼자 생각이 많아서. 보조개가 있어서. 오늘 이 글을 써서. 카레에 계란 후라이를 올려 먹어서. 좋은 친구를 둬서. 도전해서. 누군가를 싫어해서. 고집이 있어서. 게으름을 부려서. 배고프면 먹을 게 떠올라서. 콧물을 훌쩍여서. 뱃살이 나와서. 심장이 뛰어서. 바보 같기도 하고 천재 같기도 해서. 거짓말을 해서. 감자탕을 좋아해서. 순두부찌개를 좋아해서. 글을 좋아해서. 욕을 해서. 사진을 걸어놔서. 대화를 해서. 헛소리를 해서. 발 냄새가 나서. 성질머리가 있어서. 맘에 드는 옷을 골라서. 머리가 곱슬머리이어서. 돌돌이로 머리카락을 정리해서. 틱틱거려서. 흥이 많아서. 혼코노를 즐겨서. 턱이 두 개라서. 그래서 좋다.



Q 지금, 너의 모습 어때?


A 후우, 인생이 좋았다가 별로였다가 맘대로네. 상황이 맘에 들게 흘러가지 않은 경우는 있어도, 지금의 나의 모습(가치관 등)은 좋은 거 같아. 나 같은 앤 이 세상에 하나뿐이거든. 겹치지 않아 행복하고, 다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개개인의 매력이 나에게도 있다는 것을 내가 아니까, 꽤 좋은데? ㅎㅎ 인생 한 번 흥미롭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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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람이길 ‘원한다’는 것도 좋지만, 먼저, 지금 당장의 내 모습부터도 일단 사랑하고 보고 싶었다. 나는 대단한 자기 사랑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나는 나를 좋아하니까, 수줍지만 한번 거하게 고백해본 것이다.


지금의 내 모습 역시 내 과거의 발자취이자, 결과물이다. 그땐 최선의 선택이 지금의 모습이라면, 그때의 선택을 한 과거의 나는 ‘결정을 내린 훌륭한’ 사람이었고, 지금의 내 모습이 후회된다면 그땐 몰랐으니까, 하고 용서하고, 이해하고 인정한다.


지금의 나와 독자 모두가 과정 끝에 다다른 결과물이다. 하지만, 끝나지 않았다. 결과물인 ‘지금의 나’ 역시 미래의 내 모습을 향해 걷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멈추었다고 생각하고, 끝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여전히 –ING 중이라고 생각하며, 나와 그대들의 인생에서 ‘지금, 이 순간’이 잔잔히 빛나는 하루이길 바란다.

 

스스로를 향해 말한다. 야, 너 인마. 쫘식. 좀 멋있다?

 



[서휘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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