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의 매일을 더 새롭게 채우는 방법 - 1일 1클래식 1기쁨 [도서]

클래식으로 더하는 일상의 즐거움과 추억
글 입력 2020.02.15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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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클래식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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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많은 사람이 다양한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누군가는 기다렸다는 듯이 어느 음악 대가의 이름과 곡을 읊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곡의 이름과 음악가를 모르지만 어디선가 들었던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마음에 담아두었던 곡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물론 클래식이 대화의 소재로 지루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 집에는 라디오가 하나 있다. 아빠가 어디선가 가져온, 본가 안방에 자리한 이 라디오는 요즈음의 뉴레트로 감성에 어울리는 멋들어진 디자인으로 꾸며져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매우 투박하게 생긴 기기이다. 아무리 잘 봐줘도 1990년대 후반에 생산된 것 같은데 성능은 좋아서 몇 년 동안 고장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집에 온 후부터 지금까지 라디오는 오직 한 주파수에만 맞춰져 있다.

 

“FM 98.5 MHz, KBS 클래식FM입니다.” 투박한 라디오가 이렇게 정각 알림과 함께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기 전부터, 어린 나와 함께 차로 외출할 때마다 아빠는 클래식FM을 틀었다. 집에서 일하거나 가족과 함께 대화할 때도 TV보다 라디오를 틀어 놓았던, 정확히는 클래식FM만 들었던 아빠의 모습과 아빠와의 추억의 순간들이 내게 "클래식"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이다.

 

이제 나만의 보금자리에서 바쁘게 하루를 살다가도 생각날 때면 자연스레 인터넷 라디오 온에어 방송을 틀어 놓곤 한다. 특히 밤 10시에 시작하는 “당신의 밤과 음악“의 시그널인 빌 더글러스(Bill Douglas)의 찬가(Hymn)는 들을 때마다 항상 하루 종일 지친 마음을 잔잔하게 해준다. 아빠처럼 매일 라디오를 듣는 것은 아니지만 이따금 라디오를 통해 새로운 곡과 음악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배우는 것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동시에 즐거움을 얻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내게 ”1일 1클래식 1기쁨“은 독자에게 클래식을 알려주며 하루분의 편안함과 배움을 주는 지침서이지 않을까 하는, 읽기 전부터 기대감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저자 클레먼시 버턴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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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저자 클레먼시 버턴힐(Clemency Burton-Hill)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그의 다양한 경력과 활동이 인상적이다. 버턴힐은 BBC 3 라디오 ”브렉퍼스트“ 및 프롬에서 "BBC 젊은 음악가와 차세대 예술가" 경연의 진행을 맡고 있다. 12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해 음악상을 받기도 한 그는 BBC, 이코노미스트의 예술 칼럼니스트로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왔는데 두 편의 소설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버턴힐은 10년 정도 배우로 활동했다고도 한다.


음악과 글, 연기까지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한 버턴힐은 ”1일 1클래식 1기쁨“을 소개하며 음악을 매일 듣는 것은 영혼을 지탱하는 방법의 하나라고 말한다. 독자들이 자신이 책에 소개한 음악들을 꼭 하루에 하나씩 들어야지 하는 의무감을 느끼지 않기를,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진 것을 표현하고 청중에게 들려주려고 했던 음악가들의 결과물을 그저 느끼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그는 자신이 추천한 음악을 통근할 때, 아이들을 돌보거나 가사를 할 때와 같은 일상에 배경음악으로 두어보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버턴힐은 마음의 편안함과 더불어 음악은 각자 독자의 마음을 채우고 다시 독자만의 음악이 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음악과 함께하는 한 해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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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책은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하루마다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중세의 음악부터 밀레니얼 세대 작곡가의 것까지, 책장을 넘기며 독자들은 그날의 계절과 맞는 음악을 또 때론 익숙하지 않은 음악가의 곡을 만나게 된다.


클래식이 상류층 유럽 백인 남자들을 위한 음악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저자는 여성 작곡가와 성소수자, 유색인종 등 다양한 음악가들과 그들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하루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한 페이지를 넘기지 않는다. 그러나 클래식이 다양하고 도전적인 예술 형식이라는 것을 독자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저자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된다.

 

저자의 말처럼, 음악을 듣는 것은 음악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고 그 과정은 일상에 작은 평화를 더해줄 것이다. 또한 내가 더 새롭고 다양한 클래식 음악과의 추억을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내가 다시 걸어갈 한 해가 어떤 날들로 채워질지는 모르지만 마음을 다스리거나 잔잔한 일상을 보내기 위해, 때론 나의 삶이 무채색의 날들이 연장이라 여겨질 때 이 책이 나의 감성을 다채롭게 채워줄 것은 분명하다. “1일 1클래식 1기쁨“의 리뷰를 마치며 책에서 소개한 음악 중 인상 깊었던 3곡을 소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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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믿음 - 슈베르트

 

4월 14일의 음악으로 저자는 프란츠 슈베르트의 ‘봄의 믿음’을 소개한다. ‘봄의 믿음’은 독일의 시인 루트비히 울란트의 봄의 바람과 기운이 세상에 퍼져갈 때의 기대감을 잔잔하면서도 충만히 표현한 내용인 동명의 시에 노래를 붙인 가곡이다. 겨울의 서늘함이 가시고 봄이 완연한 4월의 중반에 어울리는 음악이다.

 

수줍은 성격이었던 슈베르트는 평소 존경하는 베토벤이 자신이 지내는 곳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머물러도 용기가 없어 만나지 못했다. 결국 베토벤이 세상을 떠나기 일주일 전에야 방문했다는 일화를 들은 후 항상 마음 한구석에 이 내성적인 예술가에 대한 안쓰러움이 있었다. 이번 봄은 수줍은 성격을 지닌, 선율의 천재라 불리는 예술가의 가곡과 함께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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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소나타 - 이사벨라 레오나르다

 

우르술라회 수녀였던 이사벨라 레오나르다가 작곡한 것으로 그는 이탈리아의 성녀 우르술라 수녀원에서 수녀원장의 자리까지 올랐으며 생전 200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10대에 수녀원에 입회해 일생을 그곳에서 지낸 그는 이탈리아에서 기악곡을 작곡한 두 여성 음악가로 역사에 기록된다.

  

저자는 9월 6일의 음악으로 이를 소개하며 대부분 역사에서 실제 음악을 접할 기회는 공연장에서 직접 연주를 듣는 방법뿐이며 대부분의 작곡가들, 특히 여성 작곡가들에게 그런 기회가 없었음을 언급한다. 음악을 더 다양하고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지금 어려운 환경 속에서 피워낸 레오나르다가 남긴 소나타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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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나는 겨울이다 - 올라퍼 아르날즈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달, 11월을 보내는 독자에게 버턴힐은 아이슬란드 음악가 올라퍼 아르날즈의 곡을 소개한다. 1986년생인 아르날즈는 현대 클래식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음악가 중 하나로 텔레비전 음악, 영화 외에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다. ”당분간 나는 겨울이다“에 대해 아르날즈는 겨울은 영원하지 않으며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다.

 

어쩌면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보다 11월이 공연히 우울함이 늘어나는 시기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돌이켜보면 그즈음에 항상 한 해의 시작이 어제와도 같은데 벌써 가을이 떠나고 겨울이 온다니, 나는 그동안 뭘 했던가 하는 식으로 홀로 되뇌었던 것 같다. 그래도 올해 11월 3일에는 항상 희망을 계속 떠올린다는 아르날즈의 음악을 들으며 스스로에 대한 질책보다는 내일의 봄을 떠올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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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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