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클래식 블루(Classic Blue). 가장 따뜻한 색? 가장 차가운 색? [패션]

글 입력 2020.02.1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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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래서 다채롭다고들 한다. 한데 이상하게 겨울만 되면 거리에는 검은색 아니면 흰색 말고는 볼 수가 없다. 가뭄에 콩 나듯 간간히 유채색을 입은 사람들을 만난다. 올 해의 유행 컬러를 아무리 떠벌려도 겨울에는 이상하리만치 이 두 색이 거리를 잡아먹는다. 가끔은 추위를 이기는 것보다 멋을 부리는 것에 신경 쓰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WHAT IS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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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CREDIT: PANTONE KOREA

 

 

2020년 새 해가 찾아왔고 팬톤(PANTONE)에서는 올 해의 유행 컬러로 클래식 블루(Classic Blue)를 제시했다. 블루면 블루고 파랑이면 파랑이지 클래식한 파란색은 또 뭔가 싶은 사람들이 태반이라 생각한다. 애초에 파란색이 어떤 색인지 이해하기도 힘든 게 보통의 사람들의 현실이다.


우리가 파란색이라 부르는 색은 딱딱한 풀이를 하자면 인간의 눈이 주파장을 통해 450에서 495 나노미터 사이의 파장으로 받아들이는 색상으로 색채 이론, 회화(Painting), RGB 모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원색 중 하나로 꼽히는 색이다. 가시 스펙트럼 상에서는 바이올렛과 초록의 사이에 놓이는 색상이라고도 하나 결국 우리가 받아들일 때는 파랗게 보이는 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다.

 

다른 색들에 비해 다소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는 해도 파란색은 무시할 수는 없는 세월을 인류와 함께 보내온 유서 깊은 색이다. 조화, 충성심, 유식함, 슬픔, 차분함, 집중 등 다양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파란색은 고대부터 예술작품이나 실내 장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랑받았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나무, 파피루스, 캔버스 등을 파랗게 칠하거나 청금석으로 귀금속이나 오너먼트(Ornament) 따위의 장식품을 제작하기도 했고 르네상스 시기에는 울트라 마린(Ultra Marine)을 가장 귀한 색으로 여기기도 했다. 중세에 접어들어서는 성당의 유리창에 파란색을 넣는 경우도 많았고 18세기 중국의 예술가들은 값비싼 도자기에 파란색으로 무늬를 새겼다. 지중해 연안의 민족들은 아직까지도 파란색이 신의 눈을 상징한다고 여겨 파란색 아뮬렛을 착용하면 불행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

 


 

HOW TO BE BLUE



나에게 있어 이 파란색이란 놈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이다. 어떤 때는 싱그럽기도 하면서 한없이 우울해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시원하게 숨 통을 트게 하면서 또 어떤 때는 손발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갑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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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zahra owji on Unsplash

 

 

햇빛이 부서지는 바다를 보고 있자니 햇살이 너무나 포근하고 에메랄드 빛으로 푸르게 빛나는 그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모습을 보자니 당장에라도 윗옷을 벋어 던지며 뛰어들고 싶다. 내리쬐는 햇살과 숨통을 조이는 여름날의 더위에 찌들어 있을 때면 시리게 푸른 블루 레모네이드 한 잔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파랗게 물든 데님 셔츠를 입고 부드럽게 미소를 짓는 사람을 만날 때면 그 사람은 또 어찌 그리 시원하고 선해 보이는지 모르겠다. 이런 녀석이 또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속에서는 차가워지는가 싶다. I’m in blue라는 문장을 읽을 때면 괜히 푸름보다 시퍼럼으로 다가와 몸이 차게 식어가는 기분이다. 온통 파랗게 칠해진 방에 들어가면 왠지 모르게 몸이 굳는 것만 같고 얌전히 있어야 할 것만 같다. 입술이 시퍼렇게 질린 사람이나 새파랗게 식은 손을 보면 옷을 잔뜩 껴 입어도 추워지는 것만 같다.

 

이런 복합적인 매력 때문에 올 해의 색으로 파란색이 뽑힌 것은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팬톤이 색을 발표할 때마다 사람들이 너무 그 색만 찾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전자 제품 회사나 특정 패션 브랜드에서 신제품을 출시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그 제품만 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컬러에서는 그 컬러에만 집중하는 것만 같다.

 

패션에서 한 가지 색으로 모든 스타일을 연출하는 일은 거의 없고 쉽지도 않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2가지 이상의 색을 섞어 입기 때문에 색의 조화를 잘 이해하고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번에 팬톤이 파란색을 올 해의 색으로 제시했다고 해서 파란색만 신경 쓸게 아니라 파란색과 어울리는 색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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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CREDIT: ABOUT HER

 

 

흰색과 파란색을 섞으면 시크하면서 지적인, 성숙한 어른의 느낌을 낼 수도 있고 생기 넘치는 젊음을 보여줄 수도 있다. 스포츠 음료나 스포츠 제품에서는 흰색과 파란색의 톤을 높인 조합을 많이 쓰는 편인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시원하고 활기찬 느낌이 들게끔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다소 톤이 죽은 흰색과 파란색의 조합은 정장에서도 많이 볼 수 있듯이 어딘가 신뢰가 가고 프로페셔널한 분위기를 내기 때문에 오피스 룩에서 많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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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CREDIT: MILLIWALL

 


노란색과 파란색을 섞으면 부드럽고 활기차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린아이의 명랑하고 밝은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미니언즈(Minions) 캐릭터가 대표적인 예시다. 노란 몸에 파란 옷을 입고 뛰어다니는 미니언들을 보고 있으면 정신 사납고 산만하기도 하지만 기운 넘쳐 보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유치원 원복에도 노란색을 많이 쓰는데 눈에 잘 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린아이들의 그 순수하고 밝은 느낌을 가장 잘 살려주는 색인 탓도 있지 않을까 싶다. 노란 맨투맨에 파란 청바지를 함께 입을 때면 너무 어리지도 너무 성숙하지도 않은 젊은 나이의 쾌활한 느낌이 한 껏 살아나기도 한다.

 

이렇듯 하나의 색도 상황과 연출에 따라 여러 가지 느낌을 낼 수 있음에도 우리는 색을 너무 간과하고 마치 일정한 공식처럼 받아들이는 면이 있다. 색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녀석이라 알면 알수록 재밌다. 책과 자료를 뒤져가며 깊게 파고들 필요는 없지만 너무 하나의 공식처럼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 어떤 색을 봤을 때 그 순간의 내가 느끼는 기분에 따라 그 색을 자유롭고 유연하게 쓰는 법을 연습한다면 보다 다채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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