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레오타드와 손거울의 이야기 - XXL 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공연]

글 입력 2020.02.12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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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XXL 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은 어른의 세계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온 한 남학생이 그들의 세계가 과연 맞기만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반항해보는 모습을 담아냈다.


고등학생 시절, 우리는 수험생이라는 시간을 준비하기 위해 2년 동안 발판을 만들어오고 고3이란 1년의 시간 동안 만들어 놓은 발판을 가지고 수능이란 관문을 도전한다. 연극은 고등학교 2학년의 시간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며 고3의 시간을 맞이하면서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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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대전예술의전당

 


 

'이건 뭐지??' 싶은 독특한 공간


 

대부분 연극 공연장이라 하면, 텅 빈 무대 위 필요한 소품이 배열되어 있다. 예를 들어, 상담가를 만나는 연극의 경우, 마치 상담소처럼 테이블, 컴퓨터 그리고 소파 등 일반적으로 직접 상담소에 가서 볼 수 있는 공간을 구현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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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L 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의 공간은 마치 무대를 준비하다가만 모습이었다. 공사장의 느낌도 들고 건물을 짓는 느낌도 들었기에, 학교라는 장치를 한 번에 생각하기 어려운 장치였다. 하지만 뼈대로만 만들어진 공간은 팔색조처럼 다양한 공간을 자연스럽게 구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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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공사장, 운동장 등 필요한 모든 장소를 떠오르게 했고 관객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아마 배우들의 연기와 이동하는 방식이 무대의 모습을 더 꽉 채웠던 것 같다. 이후 배우에 대해서 다시 언급하고 다시 공간에 대해 말하자면 연극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준 무대라고 설명할 수 있다.


연극은 흔히 한 장소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사건을 다룬다. 그 이유도 연극이란 장르의 한계 때문이다. 연극은 한정된 장소와 시간에 관객에게 모든 것을 들려줘야 하기 때문에 제약도 제한도 많은 예술 활동이다. 따라서 관객과의 거리는 그만큼 가깝지만, 자칫 잘못 설정하거나 기획한다면 관객의 몰입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 연극의 공간은 한 장소에서만 이뤄지는 연극의 한계를 벗어나 관객에게 다양한 장소에서 이뤄지는 스토리를 제대로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만 한다.

 


 

열정 가득 배우와 조금 아쉬운 스토리


 

‘XXL 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의 배우들은 정말 고등학생이라고 믿을 수 있을 만큼 그 시절 학생들이 보이는 행동과 습관 그리고 상황 대처를 잘 표현해냈다. 특히 준호 역을 맡은 배우는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다.


아마 남성이 여성용 레오타드를 입었다는 사실이 주는 놀라움도 있었겠지만, 관객 앞에서 레오타드를 입고 연기하며 옷을 벗는 행위를 했다는 점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대단하다고 느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연극에서 의상을 교체하는 경우, 가림막 뒤에서 실루엣만 보여주거나 애초에 교체를 한 상태로 나오지만, 이 작품의 경우, 무대 위에서 직접 교복 안에 입은 레오타드를 보여주기 위해 의상을 벗는다. 연극의 킬링 포인트를 뽑자면 위 장면이 아닐까 감히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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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로 익숙한 느낌을 제대로 받았지만, 반전이 없었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장면 장면 간 배우들의 연기로 그리고 장치의 활용으로 놀라움을 느낄 수 있었으나, 스토리만 살펴보았을 경우,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선 10대의 시각으로 바라본 어른의 세계와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그들의 삶에서 느끼는 감정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준호에게 그리고 희주에게 부여된 과거 장치, 다시 말해 준호가 레오타드를 입게 된 사연 그리고 희주가 왕따가 된 사연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물론 준호의 사연은 주된 이야기기 때문에 명확하지 않더라도 확실히 그가 왜 그 옷을 입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희주의 경우, 그녀가 왕따가 된 이유가 불명확하다.


왕따의 문제는 현재 학교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현상으로 왕따가 되는 이유 그리고 만드는 이유가 다양하다고 한다. 과연 연극에서는 왜 희주를 왕따로 만들어냈는지 궁금증만 주고 끝나버렸다. 단순히 도벽이 있어서 왕따가 되었다는 설정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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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수행평가에 모든 노력을 쏟아붓는 희주와 어른들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준호, 이 두 캐릭터는 현실감 넘치는 성격으로 관객에게 10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만든다.


대학을 가기 위해 한시라도 점수를 더 잘 챙겨야 하고 어떤 일이 있든 대학이 원하는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자신을 그 기준에 맞추는 모습을 희주에게서, 그리고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해 부모는 아이의 이미지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맞추고 누구든 부러워할 만한 이미지로 만들며 공부를 시키는 모습 그리고 그러한 부모의 노력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 모습을 준호에서 볼 수 있게 만든다. 아마 현재 수험생들의 삶을 생각해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80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가 있으면서도 중간중간 충격을 주는 연극이 바로 ‘XXL 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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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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