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선우정아를 조각내고/모으고/연결하다 - '어피스오브 APIECEOF Vol.1'

선우정아를 이루는 안과 밖의 조각들
글 입력 2020.02.09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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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각내고/모으고/연결하기



정말 좋아하거나, 최고라고 생각하는 아티스트가 있는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각자 마음에 좋아하는 아티스트 한 명쯤은 두고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라디오헤드(Radiohead)의 'Creep' 라이브를 처음 듣고서는 음악적인 충격을 받아 라디오헤드의 팬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들의 음악은 그동안 들었던 대중가요들과 너무나도 다른 차원의 음악이어서 큰 충격을 받았고, 다른 음악과 라이브를 찾아 들을수록 그들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래서 필자는 아직도 좋아하는 뮤지션을 꼽을 때 라디오헤드를 언급하곤 한다.


이처럼 어떤 아티스트를 좋아하게 된 계기를 생각해보자.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 흔히 '입덕'이라고 말하는 일에는 시작점과 계기가 존재한다. 무대 위의 빛나는 모습에 반하거나, 폭발적인 가창력에 이끌리거나, 처음 들어보는 사운드에 꽂히는 등, 정말 많고 다양한 이유로 누군가에게 입덕 하곤 한다.


하지만 진정한 팬이 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단편적인 '입덕 계기' 이후의 일들이 더 중요하다. 어쩌면 입덕 계기는 단편적인 인상에 그칠 수도 있다. 진정한 팬은 입덕 계기 이후 아티스트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팬의 애정은 아티스트의 다른 작품들, 인간적인 모습, 말과 생각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생겨난다.


그래서 아티스트의 팬이 되는 일은 단순히 좋은 음악을 감상하는 행위와는 다르다. 팬이 되는 일은 아티스트에게 총체적인 애정을 갖는 일이다. 아티스트의 작품, 생각, 취향, 모습까지 전부 사랑할 수 있는 것이 누군가의 팬이 되고 덕후가 되는 일이다. 결국, 팬이 되기 위해서는 아티스트를 파헤치며 빠져들어야 한다.


작품의 본질을 경험하는 일 또한 마찬가지다.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는 일은 좋은 작품을 단순히 보고 듣는 일과는 다르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티스트와 그의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작품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작품 밖에 있는 작가와 그를 둘러싼 세계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팬이 되는 과정, 관객이 작품에 본질에 다가가는 과정은 작품 외부의 아티스트와 그 세계를 탐구하는 과정이다.


아티스트에게 빠져드는 과정은 아티스트를 조각내고/모으고/연결하는 과정이다. 먼저, 관객은 아티스트를 자세하게 조각낸다. 작품을 만든 아티스트라는 큰 덩어리에서 그의 배경, 성격, 이야기, 취향까지 다양한 조각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아티스트의 조각들을 한데 모으고, 그 조각들을 연결해 다시 아티스트의 작품세계로 편입시킨다. 이러한 과정은 작품에서는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찾아내고, 흩어진 조각들을 발견하는 일종의 탐구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들어, 관객은 우울한 노래로 유명한 아티스트의 다양한 조각을 발견한다. '외로움에 약한 성격'이란 조각을 발견했을 때 그 조각은 작품의 우울함을 설명하는 단서가 된다. 이후 작품의 재해석이나 아티스트의 이야기와 같은 다양한 조각들은 아티스트의 작품을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하고, 작품을 설명하는 단서가 되어 아티스트의 작품세계를 확장한다.


이처럼 예술을 조각내고/모으고/연결할수록, 관객은 더 강하게 이어지고 본질에 가까이 다가간다. 이것이 우리가 예술에 빠져드는 과정이며,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이다.


 


2. 디지털 시대의 종이 잡지, 'APIECE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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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스오브 스튜디오는 본질을 찾아 조각내고/모으고/연결하는 팀입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면을 볼 수 있게 하고 보이는 면은 더욱 새롭게 보게 할 것입니다.


 

콘텐츠진흥원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접하는 사람들은 전체 이용자의 91%에 달한다고 한다. 음악 감상은 디지털 기술 덕분에 점점 편리해졌다. 스트리밍,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등 다양한 기술들은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편리함 덕분에 음악 감상은 특별한 경험보다는 일상적인 습관이 되었고, 그만큼 아티스트와 작품은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온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편리해진 음악 감상은 관객과 아티스트의 관계를 분리했다. 편리한 음악 감상은 관객을 수동적으로 만들었다. 취향에 맞춘 플레이리스트, 분위기 좋은 음악만을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관객이 더는 음악을 찾지 않게 만들었다. 관객은 아티스트가 누군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이유로 노래를 썼는지 알려 하지 않았다. 음악을 만든 아티스트의 자리는 사라지고, 아티스트의 세계를 보여줄 창문은 점점 작아졌다. 수동적 음악 감상의 시대에서 본질을 찾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에서 예술의 본질을 찾으려 시도하는 이들이 있다. 예술의 본질을 찾기 위해 조각내고/모으고/연결하는 어피스오브 스튜디오는 종이 잡지 한 권을 내놓았다. 지난 12월, 그들의 첫 매거진 'APIECEOF'가 출간되었다.


'APIECEOF'는 어피스오브 스튜디오, 선우정아와 다른 작가들이 함께 제작한 매거진이다. 이들은 선우정아의 음악을 둘러싼 모든 요소를 수집해 한 권의 잡지로 담아냈다. 선우정아의 Q&A, 소설, 사적인 생각들이 담겨있고, 변영근 작가의 그림 <개화>, 배순탁 작가의 인터뷰, 김초엽 작가의 소설 <시몬을 떠나며>, 최재훈 작가의 만화 <평범한>, 백수린 작가의 <해질녘의 산책>이 수록되어있다.


'APIECEOF'에 담아낸 선우정아의 다양한 조각들은 디지털 시대의 음악 감상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것들을 보여준다. 'APIECEOF'는 인터넷 위키에서 떠도는 선우정아의 프로필 혹은 선우정아의 작품 수식하기 위한 미사여구가 아니다. 선우정아와 다른 작가들이 함께한 이야기와 그림들은 선우정아의 예술세계를 탐구한 과정이다.




3. 선우정아는 어떤 아티스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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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수식과 평가로 그를 가두고, 또 스스로를 정의 내리기에 급급한 사람들 속에서 자신은 그저 힘없이 유영하는 해초이고 싶다는 것이었다. 흐름에 몸을 맡기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유연함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선우정아는 어떤 아티스트일까? 이 질문은 선우정아 자신도 쉽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음악적인 장르를 넘나들며 싱어송라이터, 프로듀서, 음악감독으로 활약하는 그녀는 한 가지 능력이나 스타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선우정아가 유명한 데에는 곡을 잘 써서, 노래를 잘 불러서, 편곡을 잘해서, 가사를 잘 써서 등 무수히 많은 이유가 있지만, 선우정아의 정체성을 전부 설명할 수 없다. 선우정아라는 아티스트의 본질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좀 더 구체적이고 함축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


선우정아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소재로 해초를 선택했다. 선우정아를 수식할 세상의 평가는 무수히 많았지만, 그녀가 생각한 자신의 모습은 해초였다. 그래서 선우정아를 다룬 매거진 'APIECEOF'의 주제는 'Seaweed', 해초가 되었다.


그녀가 해초라는 소재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이유는 독특하다. 해초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자유롭게 움직인다. 특별한 힘 없이도 떠다니고, 일정한 규칙성 없이 움직인다. 하지만 해초는 바다의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 해초는 자유로운 듯 자유롭지 않은 존재다. 뿌리를 벗어날 수 없고, 움직이기 위해서는 뿌리를 옮겨 심을 용기가 필요하다.


선우정아는 재즈, 록, 팝 등 장르를 넘나들고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예술세계를 자유롭게 헤엄친다. 동시에 그녀는 음악에 대한 정통성, 기술과 지식을 통해 음악을 만든다. 그래서 선우정아의 예술세계는 해초와도 같다. 그녀의 음악은 유연하며 뿌리가 있고, 고독하지만 지나가는 것들에게 노래한다.




4. 복면가왕 '레드마우스'의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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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정아가 대중들과 직접 연결된 접점, 터닝포인트는 아마 <복면가왕>일 것이다. '레드마우스'를 쓰고 등장한 선우정아는 5연속 가왕 타이틀을 획득하며 당시 대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씬에 관심 있던 사람들은 '레드마우스'를 보고 단번에 선우정아임을 알아차렸지만, 많은 사람들은 선우정아라는 아티스트의 존재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선우정아의 <복면가왕> 출연은 그녀에게 큰 도전이었다. 선우정아가 '레드마우스'가 된 순간은 마니아가 아닌 대중들 앞에서, 씬이 아닌 미디어 앞에서 선 순간이었다. 선우정아는 '휘파람', '피카부'와 같이 거침없는 편곡을 선보였고, 그녀의 색깔을 가면 뒤에서 마음껏 보여주었다. 관객들은 선우정아의 무대를 경이와 놀라움으로 지켜봤다. 카메라는 관객과 패널들의 놀라움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복면가왕>은 선우정아의 중요한 조각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복면 뒤에서 선우정아의 감정은 가려졌다. 긴장하거나, 감정에 몰입한 모습은 아티스트의 무대를 구성하는 요소지만, <복면가왕>에서는 음악과 실력만을 위해 아티스트를 지워버렸다. 선우정아가 대중들 앞에 선 첫 무대라는 의미는 복면 뒤에 숨겨졌다.


이렇게 특별한 무대 위에서 선우정아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마 무대 위 그녀의 머릿속에는 복잡한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선우정아는 'APIECEOF'에서 이 순간의 기억을 글로 담아냈다.



얼굴로 가리고 있으니까, 망사로 가린 눈 틈 사이로 정말 희미한 빛만 들어와요. 패널들이 거리상으로는 그렇게 멀지 않은데 굉장히 흐릿해서 다른 차원의 존재로 보여서 이게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구분이 안 돼요. 그래서 비교적 덜 떨린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만화책에서 까맣게 먹칠 돼 있던 칸이 조금씩 열리는 걸 보듯이..


 

 

5. 그림이 된 뮤직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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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로 얽어서 만든 정글짐은

'쌤쌤'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상징한다.


내가 밟고 선 층은

누군가가 올라와야 할 목표이고,

그 역시 누군가의 위층을 발아래 두고 있다.


거꾸로 매달려

혼자만의 싸움을 하던 아이는

스스로를 이겨냈을까?

 

못다 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지금의 선우정아가 감싸 안으려 한다.


이제는 매달리기보다

두 발로 세상을 딛고

올라서는 일만 남았다.


 

선우정아의 EP앨범 에 수록된 '쌤쌤'은 경쟁이라는 소재를 다루었다. 그녀는 경쟁하고자 하는 욕구는 그저 누군가의 위로 올라가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에서 경쟁이라는 소재는 정글짐 오브제로 표현되었다. 그녀는 정글짐을 오르는 어린아이들을 통해 사람들의 경쟁은 어린아이들의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경쟁의 메시지와 더불어 선우정아는 뮤직비디오에서 자신의 유년 시절을 표현했다. 정글짐이라는 경쟁 속에서 거꾸로 매달린 아이는 그녀의 어린 시절이었다. 선우정아는 유년의 자신을 바라보며 경쟁을 노래했다. '쌤쌤'은 유년의 그녀에게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이면서 회고였다.


선우정아의 '쌤쌤' 뮤직비디오는 타인의 시선을 통해 'APICEOF'에서 그림이 되었다. 매거진에는 변영근 작가가 뮤직비디오를 재해석해 그린 '개화'가 수록되었다. 


변영근 작가는 '쌤쌤'을 재해석하며 뮤직비디오 속 성인 선우정아를 주목했다. 거꾸로 매달려 놀던 유년의 선우정아가 어른이 되어 꼭대기에 올라가기까지, 정글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를 그림에 담아냈다. 그는 그 과정을 꽃이 피는 '개화'라고 표현했다. 그는 선우정아가 정글짐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모습이 아닌, 혼자만의 방식으로 개화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변영근 작가의 '개화'는 타인의 시선으로 선우정아를 채우는 작업이었다. 다른 작가의 참여로 선우정아의 예술세계는 한 번 더 확장되고, 조각은 더욱 다양해진다.




6. 선우정아의 취향, 도토리묵 위 올리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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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유는 도토리묵 무침에 듬뿍 뿌려 먹기도 할 만큼 좋아한다. 어두운 병에 든 것이라면 다 잘 먹는데, 특히 유기농 제품은 향이 훨씬 진해서 좋다. 그러니 올리브유만 있다면 어떤 음식도 만찬이 된다.


 

'사적인' 챕터에서는 선우정아의 일상을 다룬다. 어떤 옷을 주로 입는지, 어떤 음식 취향을 가졌는지, 어떤 웹툰을 좋아하고 어떤 아이템을 아끼는지 자세하게 적어놓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선우정아가 올리브유를 정말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올리브유가 들어간 음식을 좋아한다기보다, 올리브유를 하나의 음식으로 먹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마 대한민국 보통의 사람들보다 심플한 취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또한, 그녀의 옷 취향에서 조거 팬츠를 잘 입고 다녔다는 부분이 있었다. 과거 그녀의 인터뷰인 '선우정아의 [A to Z]'에서 레깅스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표현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거 팬츠를 입는 그녀에게 레깅스는 아마 그녀의 짝사랑 같은 취향이 아니었을까 상상했다.


음악을 하지 않아도 선우정아는 여전히 선우정아다. 선우정아의 일상 속 취향을 확인하면서 그녀의 일상적인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일상의 조각을 확인하는 일은 아티스트와의 거리를 더욱더 가깝게 한다. 아티스트와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그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

 

편리하게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에서 수고롭게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찾아 읽는 일은 쉽지 않다. 게다가 종이책으로 된 잡지를 읽는 것은 더욱 번거롭다. 하지만 이러한 수고를 들여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소중한 관심이 분명하다. 누군가를 좋아하기 때문에 하는 노력 그 자체는 애정이자 관심이다.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그 자체로 본질에 다가간다. 아티스트의 음악을 더 많이 듣고, 찾고, 연결할수록 아티스트는 더욱더 선명해진다. 예술을 조각내고/모으고/연결하는 과정은 애정과 관심을 만들고, 다시 애정과 관심은 예술을 조각내고/모으고/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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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어피스오브 


정가 15,000원 


사이즈 148 x 210mm 


페이지 128 page 


제본형태 노출제본 


분류 잡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어피스오브스튜디오 


지은이 선우정아, 백수린, 김초엽, 변영근, 최재훈, 이빈소연 


출판사 디자인이음 


출판년월일 2019년 12월 17일


ISBN 979-11-88694-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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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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