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위태로운 가운데 변화하고 성장해가는 이야기,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청소년들이 겪는 대립과 결핍에서 보는 우리의 이야기
글 입력 2020.01.31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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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꿈을 꾸었다. 학교 과학실 같은 곳에서 선생님께 호되게 혼이 났다. 과제물을 잘 해내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어떤 점이 잘못된 것인지 지적하는 커다란 목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물론 살면서 뭔가를 잘하지 못했다고 해서 심하게 혼을 내는 선생님을 만난 기억은 없다. 하지만 학교에서의 생활은 늘 평가의 연속이었다. 단일한 기준이 존재했고,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애써야 했다. 언젠가부터는 누군가가 나를 채찍질하고 평가하지 않아도 나 자신이 그 역할을 자처하고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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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나가는 것이 귀찮은 것이 아니라 두려워졌던 것은 초등학교 4학년 여름 즈음이었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나를 ‘재미로’ 따돌렸다. 무슨 해코지를 하지는 않았지만 몇 주인가 몇 달간 의도적으로 나를 피했다.


당시의 기억은 대체로 희미한데, 처음으로 따돌림을 느낀 순간만큼은 선명하게 기억한다. 공중전화가 설치되어 있던 복도 끝 계단 앞에 친구들이 보여 반가운 마음으로 다가갔을 때, 친구들은 계단 아래로 쏜살같이 사라져버렸다.


그때 나는 괜찮지 않았는데 아무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다만 나는 다른 사람들, 특히 3살 위인 언니를 많이 부러워했다. 언니의 밝은 웃음, 길게 쭉 뻗은 손가락, 온화한 성격까지 모든 게 부러워 왜 내가 언니일 수는 없는 걸까 한동안 고민했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왜 나일까’ 하는 질문에 대해 생각했던 같다.

 

마음의 방황이 잦았던 시기를 보내고 나서, 그 시간들을 다시금 돌이켜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부정하든 잊으려 하든 존재했음이 분명한 그 시간들이 나를 이루고 자꾸만 나를 찾아온다는 사실, 또 다른 비슷한 어려움을 직면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성장통을 겪는 주인공이 나오는 이야기를 찾게 되는 것도 유사한 동기에서다. 그 이야기를 통해 결국 나를 발견하고, 나를 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사진제공_대전예술의전당 (1).jpg

사진 제공 - 대전예술의전당

 

 

연극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은 청소년들이 겪는 자기 내적인 그리고 외적인 대립과 결핍의 모습을 그린다. 부모의 세계,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관이 그들을 둘러싸고 억압하는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도 역동적으로 자아를 찾아나가는 시기의 그들은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이렇듯 모든 게 위태로운 와중에 형성되는 청소년들 간의 관계, 그 안에서 변화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연극은 전하고자 한다.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사진제공_대전예술의전당 (4).jpg

사진 제공 - 대전예술의전당



시놉시스


준호는 입시경쟁의 불안과 초조함을 여성용 레오타드를 착용하고 사진을 찍는 독특한 취향으로 심적 안정을 찾는다. 하지만 자신이 속해 있는 과외모임 엄마들의 과도한 통제와 친구들의 선입견 때문에 자신의 취향을 비밀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레오타드를 입은 준호의 사진이 얼굴이 모자이크 된 채로 올라오고 준호는 그것을 올린 사람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희주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체육 수행평가에서 짝을 구하지 못했던 희주가 준호의 사진을 빌미로 체육 수행평가 과제를 함께 준비하자고 제안한다. 준호와 희주의 평소와 다른 모습에 주변 친구들로부터 의심과 의혹을 받게 된다.


 

이 이야기의 방향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가늠하기 어렵다. 사생활 침해에 가까운 희주의 돌발 행동은 무슨 동기에 의한 것이었을까, 그리고 이 사건은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이들에게 찾아오는 정제되지 않은 감정과 그로 인한 갈등은 그들로 하여금, 또 관객들로 하여금 무엇을 새로이 발견하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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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 부모의 세계에 갇힌 아이들 -


일자 : 2020.02.06 ~ 2020.02.09

시간
목요일 오후 8시
금, 토, 일 오후 4시, 7시

장소 :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티켓가격

전석 20,000원

  

주최/기획

극단 돌파구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연령
중학생이상 관람가

공연시간
80분




 
극단 돌파구
 
동시대를 다양한 방법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구현하며, 연극적 돌파구를 찾고자 합니다. 연극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김주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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