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창작자와 아이디어 – '디자인 매거진 CA #248’ [도서]

글 입력 2020.01.2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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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는 모든 창작자에게 해당되는 영원한 갈망이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그 어떤 작업도 시작할 수 없기에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나 역시 아이디어를 얻고자 고군분투했다. 어떤 날은 교수님께 과제의 주제를 듣자마자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레퍼런스를 조사하다가 떠오르기도, 아무거나 만들어보다가 떠오르기도 했다.


가끔 정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때가 가끔 있는데 정말 곤욕스럽다. 아이디어의 부재는 작업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차마 빈손으로 수업에 갈 수 없어 결국 자료 조사한 것들을 가지고 교수님 연구실에 갔던 기억이 있다. 짧게나마 나의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아마 창작자라면 각자 아이디어에 관한 자기만의 일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디어에 대한 고민을 가진 나에게 디자인 매거진 CA 248호는 굉장히 솔깃한 발견이었다. 주요 테마 중 하나인 '아이디어'가 나에게 몹시 와닿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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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로 받아본 CA는 A4 사이즈보다 크고 A3 사이즈보다 조금 작지만 큼지막한 크기였다. 표지와 같은 초록색이 내지 중간중간 배치되어 있어 컨텐츠 간 분위기를 환기해주었다. 그리고 예사롭지 않은 레이아웃도 눈에 띄었다. 문단과 문단을 묘하게 엇갈려 배치한다든지, 자료 사진을 여백 없이 붙여서 배치하는 등 책장을 넘기는 동안 독특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시도를 여럿 볼 수 있었다.

  

첫 번째 테마인 <아이디어>, 그중 기발한 아이디어 찾는 방법을 다룬 파트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다.

 


".....잘 팔리는 아이디어는 철저한 조사 끝에 탄생합니다. 계속 보고, 이야기 나누고,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열심히 작업해야 얻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되어선 안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이 재미있어야 하죠. '송로버섯을 찾기 위해 온 산을 뒤지는 멧돼지'가 되는 것이라 할까요. 과정을 즐기고 봤더니 그 보상이 스스로 찾아오는 것과 같습니다."

- 짐 서덜랜드

 

특히 모든 과정이 재미있어야 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되어선 안된다는 구절은 여태껏 내가 해온 작업을 되돌아 생각해보게 끔 만들었다. 그림이 좋고, 디자인이 좋아서 배우고 있지만 어느 순간 작업은 고통스러운 과정이 되어있었다. 반성과 동시에 '나 때는~'과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모두가 작업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그 과정이 즐거워 질까? '어떻게'라는 질문이 나의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주어진 짧은 기간 동안 작업을 완성하기도 벅찬데 즐길 수 있을까?

 

하지만 내용에 쓰여 있지 않은 '어떻게 해야 즐겁게 작업할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은 앞으로도 내가 해야 할 무수히 많은 작업을 하며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내가 그동안 어떤 마음가짐이었는지 다시금 돌아본 것만 해도 나에게 저 인용구는 큰 울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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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도 아이디어를 키우는 방법, 실행하는 방법 그리고 다양한 사례 등이 소개된다. 그중 아이디어의 기발함을 어떻게 가늠하냐는 질문에 양선희 디자이너가 대답한 것이 떠오른다.

 


그런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기발하다는 말은 새롭거나 예상하지 못했다는 뜻인데,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기발한 아이디어다'라는 말 대신, '기발하게 표현했다'라는 말이 더 맞을 듯하다.


 

우리는 같은 아이디어를 두고도 서로 다르게 표현된 경우를 간혹 본다. 나는 그 이유를 각자 다른 경험에 따른 해석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디어에 대한 내용은 마무리되었지만, '표현'에 대한 양선희 디자이너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 여운이 남았다.


'아이디어' 테마는 '아이디어의 본질을 지키고, 훌륭한 작품으로 이어지게 하는 방법'을 환기하며 글을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디어의 정체성에 걸맞은 '표현'도 몹시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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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의 끝에는 부록의 느낌으로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라는 스페셜 리포트가 있다. 이 한 페이지에는 아이디어가 행사하는 영향력의 예시로 칸 라이언즈 그랑프리 수상작 AMV BBDO의 '쓰레기 제도' 캠페인을 소개한다.


그 어떤 나라도 북태평양에 쌓인 프랑스 크기의 쓰레기 섬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자, AMV BBDO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바로 그 쓰레기 섬을 공식 국가로 만드는 것. 그들은 공식 국기뿐만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지폐, 여권, 우표 등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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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캠페인에 참여하여 스스로 국가의 국민이 되었다. UN에 스스로 가입신청을 하며 이 'The Trash Isles'를 정식 국가로 인정해달라는 의지도 내보였다. The Trash Isles이 국가로 인정받으면 전 세계가 이 쓰레기 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쓰레기 제도 캠페인의 영상은 조회 수 5억을 기록했고, 글로벌 네트워크와 미디어를 통해 50억 명에게 이 캠페인이 알려졌다.

 

이 캠페인은 단순히 사람들에게  쓰레기 섬에 대해 알리는 것에 머물지 않았다. 이 캠페인을 알게 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쓰레기 섬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도록 변화를 만들어 냈다. 그냥 보고 넘기는 것이 아닌, 행동으로 이어지게 한 것이다. 이게 바로 최고의 아이디어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

 


"'쓰레기 제도' 캠페인은 국제연합에 전 세계 정부의 안중에도 없는 행정적인 일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해양 쓰레기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합니다. 법이 제정될 때 비로소 변화가 일어나죠. 이 아이디어 하나가 큰 차이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 로지 아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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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매거진 CA #248

- 2020년 1~2월호 -


발행 : CABOOKS

분야
미술/디자인
그래픽

규격
220 * 300mm
무선제본

쪽 수 : 160쪽

발행일
2019년 12월 26일

정가 : 16,000원

ISBN
977-23-8418-200-9

 


[김혜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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