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색(色)슈얼리티. 색과 패션의 교감. [패션]

글 입력 2020.01.17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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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를 나와 함께 보낼 옷을 고를 때 어떤 녀석을 고를지 고민하느라 골치가 아프다. 이 코트에는 어떤 이너를 입을까. 이 셔츠에는 어떤 바지를 입을까 아니면 치마를 입을까. 신발은 또 어떤 것을 골라야 할까.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끝도 없이 솟아오르고 옷장을 아무리 뒤지고 뒤져봐도, 옷을 그렇게 사도 입을 옷이 없다는 사실에 좌절한다. 사실 입을 옷은 많다. 그저 어떻게 입어야 할지를 모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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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Greyson Joralemon on Unsplash

 


사이즈, 재질, 질감, 핏, 비율을 비롯해서 하나의 스타일링을 연출할 때에 고려해야 할 요소는 무척이나 다양하다. 그런 탓에 옷을 잘 입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Simple is the best가 가장 잘 들어맞는 꽤나 단순한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색 하나만 잘 이해해두면 썩 괜찮은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것이 패션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고 말장난을 하나 싶을 수도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색이라는 놈이 꽤 골치가 아프다. 이해만 제대로 하고 있다면 여기저기에 써먹을 수 있지만 그 이해가 상당히 까다롭다. 뭐든지 기본에 충실해야 성공하지만 그 기본이 어렵다는 말이 뼈 저리게 다가온다.

 

색이라는 것은 우리 눈이 받아들이는 여러 감각 중에서 색각을 통해 인식하는 빛의 주파수 차이다. 학창 시절에 프리즘에 빛을 쏘면 여러 갈래로 퍼져나가는 현상을 봤을 텐데 그런 역할을 하는 게 우리의 색각이다. 이러한 색각과 여러 기술에 의존하여 여러 가지 색을 찾아 내 분석하고 연구한 지식이 쌓여 패션과 미술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다.

 

이러한 색이라는 녀석은 기본적으로 색상, 명도, 채도로 구분하는데 전공자나 이런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깊게 들어갈 필요까지는 없다. 색상은 우리가 부르는 빨강, 노랑 같은 색의 이름이다고 이렇게 색에 이름을 붙이거나 구별하는 기준점이 되는 요소가 나머지 명도와 채도인데 색이 밝고 어두움을 구분하는 것이 명도, 얼마나 깨끗하고 탁한지를 구분하는 것이 채도다. 파스텔 톤의 색은 명도는 높고 채도는 낮으며 반대로 매트한 색은 명도는 낮고 채도는 높다고 이해하면 이 두 가지 요소를 이해하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나에게 있어 색은 패션이라는 세계에서 한없이 순수하면서도 끝도 없이 관능적인 모순적인 존재다. 어떨 때는 봄날의 꽃처럼 은은하고 포근한 모습으로 다가오면서도 또 어느 때는 까마득히 어두운 밤 조명 아래서 빛나는 드레스처럼 강렬하고 뜨겁게 나를 짓누르기도 한다. 이런 매력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스타일링에 고민이 많은 사람들에게 언제나 색을 배우라고 추천하는 편이다.

 

색이 중요한 이유는 우선적으로 디자인이건 스타일링이건 간에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직관적인 요소라는 점이다. 디자이너가 열심히 공을 들여 최상의 수치를 한 핏의 제품이라 할지라도 색 하나를 잘못 쓰면 그 탑이 한 번에 무너져버린다. 예를 들어 한 벌의 정장을 테일러가 고객의 치수에 맞춰서 완벽한 핏을 연출했을 때 바지를 초록색, 상의를 빨간색으로 제작 해 버린다면 그건 그냥 핏 좋은 수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소 극단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만큼 색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주기를 바란다. 수박이 되는 것을 피하려면 색을 어떻게 활용해서 어떤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지를 잘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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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CREDIT: Art Center Information

 


색을 활용할 수 있는 연출법은 상당히 다양하고 방대하다. 즉, 한 두 가지 색 만으로도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아는 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같은 아이템으로 연출할 수 있는 스타일의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색상을 활용할 때는 본인이 디자이너가 아닌 이상은 직접 명도, 채도를 조절해서 색을 연출할 수 없기 때문에 기존의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배치에 집중해야 한다. 색상을 배치할 때는 대비, 온도, 배색을 고려해야 스타일이 엉망진창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색상환을 활용하면 보다 수월하게 이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데 서로 이웃한 색을 활용하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을 내면서 부드러운 인상을 줄 수 있고,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색들을 배치하면 분리되는 느낌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주거나 상하체가 차지하는 색의 비율을 조절하여 신체적 단점을 커버할 수 있다. 하지만 보색 배치는 꽤나 어려운 연출법이라 색과 핏 등 스타일링의 여러 방면에 대한 이해도가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앞에서 말했듯이 그저 걸어 다니는 수박이 될 수도 있으니 섣부르게 시도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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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CREDIT: Marni. Vogue

 


색에 있어서 온도는 말 그대로 차가운 느낌 또는 뜨거운 느낌으로 색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인식하는 온도를 조절해서 어떤 느낌을 낼지를 결정한다. 빨강, 노랑처럼 웜 톤(Warm Tone) 계열의 색은 따스하거나 뜨거운 느낌을 내고 파랑, 초록 같은 쿨 톤(Cool Tone) 계열의 색은 시원하거나 차가운 느낌을 준다. 뜨거움부터 따스함, 차가움부터 시원함까지 폭넓게 걸쳐있는 색들을 살펴보고 내가 원하는 온도를 낼 수 있는 색들을 골라서 어떤 색을 위로할지 또는 아래로 할지, 혹은 부분적으로 포인트로 둘 지 등 그 색을 넣을 위치를 고려하는 것이 바로 배색이다.

 

내가 입는 옷들이 가진 색이 서로 어떤 관계에 놓여있고, 어떤 온도를 지녔고, 이 색들을 어디에 배치해야 할지를 파악하고 난 이후에는 이제 서로 다른 색들을 섞어가며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자유롭게 연출할 수 있다. 나는 봄날의 풋풋한 소년 소녀가 될 수도 있고, 고즈넉이 어두워진 밤에 서로를 추구하는 관능적인 남녀가 될 수도 있다.

 

색 하나로 나라는 사람에게서 풍겨지는 타인에게 나를 전달하는 그 눈을 사로잡는 향기와 맛을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색다른 매력을 끊임없이 보여줄 수 있다. 색이라는 것은 그런 마법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아주 매력적인 녀석이다. 그렇기에 내가 이토록 색을 찬양하며 사랑하고 주변이들에게 색을 공부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이다.

 

당신의 색을 찾아서 당신만의 색으로 타인을 물들여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한다.


 



[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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