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또 다른 십 년이 흘러도 하나의 영혼으로 함께하기를 - 뮤지컬 “아이언 마스크” [공연]

뮤지컬 <아이언 마스크> 리뷰
글 입력 2020.01.1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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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영혼으로 죽는 그 순간까지”


 

뮤지컬은커녕 연극 하나 보기 힘든 일명 ‘지방러’였던 나. 처음 뮤지컬을 접한 순간은 여전히 기억 속에 생생히 살아 숨 쉬고 있다. 한국도 아닌 외국, 심지어 뮤지컬의 성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을 감상했던 날. 당시 17세였던 난 그렇게 뮤지컬에게 첫눈에 반했고, 훗날 서울에서 살게 된다면 많은 뮤지컬을 보리라 다짐했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현재 1년의 대부분을 서울에서 거주 중이지만, 뮤지컬을 볼 기회는 손에 꼽을 수밖에 없었다. 용돈과 알바비로는 감당하기 힘든 비싼 티켓값과 여유가 생겨도 선뜻 큰 돈을 투자할 용기의 부재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좋은 기회로 오랜만에 만난 뮤지컬 <아이언 마스크>는 웅장한 무대장치부터 내게 반가움과 설렘을 선사했다. 이후 막이 내리고 자리를 뜨는 순간,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올해가 가기 전, 그간 보고 싶었던 뮤지컬에 아낌없이 투자하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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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언 마스크>는 이미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공연했던 뮤지컬 <삼총사>의 후일담이다. 그래서일까, 왠지 모르게 내용이 익숙하기도 하다.


은퇴 후 각자의 위치에서 평온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삼총사는 다시 한 번 세상을 바꾸기 위해 기꺼이 인생을 내던진다. 그 중심사건은 바로 폭군 루이에 의한 아토스의 아들 라울의 죽음이었다. 선을 넘어버린 루이의 폭정은, 결국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려버린 것이다.

 

하지만 삼총사의 친구이자 루이의 경호대장인 달타냥은 이 계획에 동참할 뜻을 밝히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모시는 왕을 배신할 수 없다며 단호하게 거절한다. 숨겨진 진짜 이유는 극의 마지막에 암시되지만, 지켜보는 입장으로서는 답답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충심과 도덕적 윤리 사이 어떤 것이 옳다, 라고 쉬이 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치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으니, 그것에 대해 누구도 왈가왈부할 수 없다. 다만 건실한 젊은 청년 라울과 연인을 죽인 왕 루이의 품에 안겨야만 하는 여인 크리스틴에게 이미 감정이입을 해버렸다면, 어느 편에 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의 대답은 이미 끝나버린 채 사건은 진행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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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프랑스를 배경으로 ‘혁명’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극의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극의 후반부에 차례로 밝혀지는 진실과 달타냥의 죽음에는 눈시울을 붉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는 삼총사(+달타냥)의 끈끈한 우정과 그들만이 선사하는 유머 덕분일 것이다. 특히 지고지순한 아내바라기 포르토스를 사랑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유쾌하지만 묵직한 존재감을 선사하는 포르토스와 걸크러쉬 아내 세실의 조합은 잊지 못할 씬스틸러였다.

 

‘아이돌’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떨쳐내고 이제 어엿한 뮤지컬 배우로 인정받고 있는 산들의 1인 2역도 빼놓을 수 없다. 보통 한 배우가 두 가지 이상의 역을 맡으면 ‘음, 지금은 OO역할로 등장했군’하며 생각하기 마련인데, 산들의 루이/필립 연기는 실제로 닮은 두 배우가 연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구분이 명확했고, 덕분에 흐름이 자연스러웠다.

 

특히, 하나의 넘버 속에서 루이와 필립을 동시에 연기하던 장면은 생생하게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표정과 자세는 물론 발성까지 자유자재로 변형하던 연기는 마땅히 극찬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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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의 계획을 망치면서까지 루이를 지키려 했지만 달타냥은 결국 삼총사의 편에 서고, 루이/필립의 어머니이자 자신의 숨겨진 연인이었던 안느 왕비의 품에 안겨 죽음을 맞는다.


이때 루이와 필립이 실은 죽은 왕의 아들이 아닌, 달타냥의 아들이라는 진실이 어렴풋이 암시된다. 달타냥이 루이를 지키려 했던 마음에는 물론 충심도 있었겠지만, 부성(父性)이 컸으리라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일까.

 

다만 필립을 생각하면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형 루이를 위해 이유도 모른 채 가면 속에서 살아갔던 그의 삶, 루이의 폭정과 삼총사의 개혁이 아니었다면 그는 결국 영원히 자신이 누군지도 모른 채 살아가야만 했을 것이다.


달타냥의 부성은 애초에 루이만을 위한 것이었는지, 루이를 지키기 위해 필립은 희생시켜야만 했는지 등을 떠올리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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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그에 따른 신념의 갈등, 그리고 사랑. 뮤지컬 <아이언 마스크>는 많은 주제를 포괄하고 있는 만큼 각자에게 임팩트 있게 다가오는 인물, 넘버, 이야기는 다양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품은 만큼 기억에 남는 명확한 지점이 없다는 것은 아쉽기도 하다.

 

다만 근거리에서 배우들의 열연과 시원한 열창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쉽게 보러 가지는 못하더라도 늘 마음속에 뮤지컬을 품고 사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아이언 마스크
- THE MAN IN THE IRON MASK -


일자 : 2019.11.23 ~ 2020.01.26

시간

화, 수, 목, 금 8시

토 3시, 7시

일 2시, 6시

윌요일 공연 없음

목요일 4시, 8시


장소 : 광림아트센터 BBCH홀

티켓가격

VIP석 140,000원

R석 120,000원

S석 80,000원

A석 60,000원

 
주최
㈜플레이앤씨

주관
㈜글로벌컨텐츠

제작
㈜메이커스프로덕션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공연시간
150분
(인터미션 :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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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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