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Call me by your name 그 이후의 이야기, "파인드 미 Find me"

글 입력 2020.01.1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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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 Me by André Aciman.

 


안드레 애치먼의 파인드 미가 번역본으로 출간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내 멋대로 해석하겠지 싶어 영문은 엄두도 못내고 있었는데 굉장히 기쁜 소식이었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처음 봤던 순간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퀴어 영화라는 틀 안에서 바라볼 수 없었던 영화. 영화는 단지 사랑을 말하고 있었다. 17살의 엘리오와 24살의 올리버는 그들의 가장 특별한 여름날을 보냈고, 나는 그들의 특별함을 보면서 마음 떨려 했다.


그 기억을 다시 돌이키고자 책을 보기 전 영화를 한번 더 봤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체감했다. 스크린 속의 그들은 그대로인데 내 시간은 변했다. 그리고 나도 변했다. 엘리오와 올리버를 처음 만나고 고작 2년이 지났다 생각했지만 그건 고작이 아니라 아주 긴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난 계속 말도 안되는 사랑이라고, 처음이라서 그런 거라고, 이루어지지 않아서 저렇게 애틋한 거라고 속으로 꼬투리를 잡았다. 그 2년동안 말도 안되는 연애를 하며 닳고 닳아서 그런건지. 어쨌든 시간이 흐르고 보니 난 달라졌다.

 

그리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떠나 파인드 미의 세계를 열었을 때. 영원히 멈춰 있을 것만 같았던 스크린 속의 시간이 흘렀다. 엘리오와 올리버는 그 찬란한 만남 이후로 10년, 15년도 더 지난 이후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난 그들도 달라졌겠지 했다. 나도 달라졌으니까. 어쩌면 달라지길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야기의 시간은 흘렀으나 그들의 시간은 한 시점에 멈춰 더이상 흐르지 않았다. 그들이 처음 만나 뜨겁게 사랑했던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여름, 한가로움에 취해 함께 누워 시간을 보냈던 그 순간에 멈추어 있었다. 책은 지나간 시간동안 그들의 변한 삶과 변하지 않은 사랑을 빠르지 않은 속도로 들려준다.

 

엘리오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혼을 했다. 그들은 아주 좋은 친구였지만, 정말 그냥 좋은 친구로 남기로 했다. 소설에서는, 분량으로만 따지면 엘리오와 올리버의 이야기를 그리 길게 서술하지 않는다. 오히려 엘리오의 아버지 펄먼 교수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 천천히 곱씹게 만든다. 펄면 교수는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나고, 대화와 행동 모든 것이 놀랍도록 자신과 꼭 맞았던 그녀와 열렬한 사랑에 빠져들게 된다.


이토록 즐겁게 대화를 한 적이 없었다고 그는 계속 속으로 놀란다. 운명처럼 다가온 사랑이라 생각했으나 계속 그를 주저하게 만든 것은, 그 여자와 나이 차이가 아주 많이 났기 때문. 하지만 이 우연한 만남으로 찾아온 운명같은 사랑의 가치를 직감한 여자가 먼저 용기를 낸다. 펄먼은 생각한다. 내 모든 삶은 이 사람을 만나기 위해 존재해왔다고. 지나간 사랑이 한순간에 잊혀지고, 단지 그 모든 과정은 지금 이 사람을 만나기 위한 기다림이었다고. 작가는 정말 현실적이면서 이상주의적인 기묘한 로맨티스트다.

 

엘리오는 피아니스트가 됐다. 그리고 그는 마음 속에 올리버의 자리를 늘 남겨두고 살아간다. 제 아버지와 그의 새로운 연인을 만나 마을을 거닐 때에도, 올리버와 지나갔던 길 어귀를 곱씹으며 그를 추억한다. 10년도 넘은 일이다. 누구에게는 과거의 한 경험으로 그칠 일이 그에게는 아직 현재의 시간으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과거에만 매어 사는 건 아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그 시간을 누구보다 충실히 살아간다. 새로운 인연도 만난다. 이름은 미셸. 나이 차이가 무척 많이 나는 그를 만나면서 올리버를 떠올린 엘리오는 미국 투어를 겸해 그를 만나러 떠난다. 이후의 이야기는 책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 전개됐었다고 하는데, 한번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흘러, 이제 올리버를 비춘다. 엘리오를 떠나 다른 여자와 결혼을 택했던 올리버 역시 과거의 그 순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혼 생활은 생각보다 불만족스럽다. 당연하게도. 사실 전작 영화의 마지막 내용이나 책에서 나타나는 위험한 사랑(이미 연인이 있는 관계에 관심을 갖는)에 대한 미미한 욕구를 생각하면 개인적으로 올리버는 내게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로 남아있었다. 그래서 이런 그가 엘리오를 그리워한다고 하지만, 그게 정말 진정한 사랑인지 난 속으로 계속 의심했다.


그는 현실에 굴복한 겁쟁이에 비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가시지 않아서. 하지만 올리버는 의외의 큰 결정을 내린다. 송별회에서 우연히 바흐의 곡을 듣고, 엘리오에게 찾아가겠다고 결심한 것. 그리고 머지않아 곧 떠난다. 자신이 사랑했던 이탈리아의 한 저택을 향해.

 

엘리오와 올리버가 만났다. 책은 이 이후의 이야기를 길게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만나러 오기까지의 시간이 참 길었다. 제목처럼, 정말 서로를 찾는 과정을 참 공들여서 보여준다. 결말은 해피엔딩. 긴 시간의 골을 무시할수는 없는지 서먹하고 어색하지만, 그들은 이내 다시 돌아온 만남에 감사하며 사랑을 이어간다.


전작 영화를 보고 나서 결국 이뤄지는 사랑만이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이별했더래도 그들에게 이 사랑은 그 순간 영원했고 앞으로도 영원히 남아있을 사랑이라고, 그런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었는데. 도입부 펄먼 교수의 이야기를 보며 느꼈지만 작가는 정말 운명론적 로맨티스트인가 싶다. 결국 이뤄지는 사랑이 아니었던 사랑을 영원히 함께하는 사랑으로 완결짓는다.


전작 책이나 영화를 재밌게 봤다면 이들이 겪은 이후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 만으로도, 그리고 짧지만 재회의 기쁨을 함께 누리는 것 만으로도 아주 충분히 흥미진진한 소설이 아닐까 싶었다. 다만 너무도 순수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는 데 면역력이 없다면 조금 긴장하고 봐야 할 듯. 다시 말하지만 재밌긴 참 재밌다.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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