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SF가 아니라 또 하나의 현실, 테드창의 『숨』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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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우리에게는 드니 빌뇌브 감동의 영화 <콘텍트>의 원작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의 저자로 잘 알려진 테드창이, 『당신 인생의 이야기』 이후 17년 만에 출간한 신작이다.
테드 창은 미국 브라운 대학교에서 물리학과와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과학도이다. 그는 1990년 발표한 「바빌론의 탑」으로 역대 최연소 네뷸러상 수상자가 되었다. 이후 발표한 SF 단편들 역시 전 세계에서 극찬을 받으며 휴고상, 로커스상, 네뷸러상 등 SF계의 권위 있는 시상식들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그의 소설의 매력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역시 탄탄한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구성된 소설을 구성했다는 점을 빠뜨릴 수 없다. 이번 그의 소설집 『숨』에서도 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테드 창의 소설에서 그려지는 여러 가지 주제들, 즉, 시간 여행,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반려동물, 기계에 관한 철학적 질문 등은 우리의 일상과는 거리가 있어 다소 막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테드 창은 이 이야기의 구조들을 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쌓아올린다. 이 덕분에 과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독자라도 소설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그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게 된다.
특히 『숨』에서 그 매력을 잘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은 표제작인 「숨」이었다. 「숨」은 뼈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 아니라, 온몸이 기계로 형성된 인간들이 살아가고 있는 세계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이들은 다른 존재에 의해 임의로 구성되거나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며, 마치 지금의 인간이 그러하듯 생명의 기원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이들이다.
더불어 인간이 자신의 몸의 작동원리를 다 파악하지 못하듯이 이들 역시 자신 몸의 작동 원리를 다 파악하지 못했다. 이들의 생명의 근원은 공기다. 그래서 이들은 몸 안에 장착된 허파의 공기가 다 소진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충전소에서 공기를 보급해야 한다. 몸 안의 공기가 소진되면 점점 팔다리가 무거워 지고 결국에는 죽음에 이른다. 주인공은 자신 신체의 작동 원리를, 특히 기억 메커니즘을 궁금해하는 과학자다.
소설에서 그는 자신의 머리를 스스로 해부해 결국 뇌의 작동 원리가 자신 생명의 근원과 같은 공기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 때문에 인류의 생명 활동으로 인해 전 세계의 한정된 공기가 점차 줄어 간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때 인간의 생명과 사고 활동의 근원 역시 공기임으로, 인류가 이 세계에 생존해 있다면 결국 언젠가는 이 세계의 공기가 전부 소진되고, 인류도 멸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간략하게 적었지만 소설의 설정은 매우 상세하다. 단순히 ‘기계 인간’이라는 설정을 제시하고 끝나지 않고, 그들의 몸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이를테면 핏줄은 어떻게 생겼는지, 또 사고를 당하면 그들의 몸은 어떻게 되는지 제시되어 있다. 더불어 주인공이 자신의 머리를 해부해 뇌 속을 들여다보는 과정 역시 마치 독자가 그 옆에서 그 순간을 바라보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자세하게 그려진다. 이를 통해 독자는 이 이야기를 단순히 허구의 이야기로서가 아니라, 또 하나의 현실처럼 느낄 수 있다. 이런 독서 경험 속에서 우리 세계의 지평은 점차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테드 창의 소설들은 비록 공상과학 소설일지라도 우리의 현실에 맞닿아 있다. 「숨」은 그 은유의 껍질을 한 꺼풀 벗겨보면 과도한 벌목 및 환경 파괴로 지구의 신선한 공기를 결국 잃어가는 우리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소설 속 인류가 공기를 잃어갈수록 활동과 사고에 지장을 받는다는 설정 역시 현실에서 크게 벗어난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미국 볼더 콜로라도 주립대와 펜실베니아대 등 공동연구팀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고농도 이산화탄소가 인간의 인지 능력에 영향을 끼친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비율이 더욱 높아질수록, 이 영향은 점차 심화될 것이며 특히 어린이들의 학습능력을 50%까지 크게 저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세계의 지평을 넓힐 수 있도록 해주지만,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의 문제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테드 창의 소설을 앞으로도 꾸준히 볼 수 있길 바라본다.
[권묘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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