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툴루즈 로트렉 展을 감상하기에 앞서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툴루즈 로트렉> 展
글 입력 2020.01.0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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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1.jpg

 


2020년 첫 문화 향유로 한가람미술관의 <툴루즈 로트렉> 展을 보러 가게 되었다. 전시를 감상하기에 앞서, 내가 알고 있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모아보며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벨 에포크의 작은 거인


  

흔히 알려져 있는 툴루즈 로트렉 작품의 대표적인 주제는 19세기 말 파리의 상류사회와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벨 에포크(La Belle Époque), 아름다운 시대라는 의미의 당시 풍경은 화려함과 활기, 예술로 가득 차 있었고, 로트렉은 이러한 시대를 두 눈으로 목격하며 카바레 쇼부터 클래식 콘서트까지 다양한 공연과 그 안의 사람들을 화폭에 담았다.

  

역설적이게도 로트렉은 그들과 가까우면서도 동시에 먼 사람이었다. 이러한 대도시의 스펙터클을 수천 점의 작품으로 담아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가 신분이 높은 집안 출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사회에 완전하게 포함될 수 없었다.


어린 시절의 사고로 인해 137cm의 키로 평생을 살았던 그는 아버지가 즐기던 승마도 할 수 없었고, 다른 귀족들과의 사교 모임에서도 쉽게 어울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체적 문제는 마음의 병으로도 이어졌고, 이는 그가 정신병원을 거치고 결국 37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이유가 되었다.

  

이러한 거리감 속에서 로트렉의 유일한 동반자는 연필이었을 것이다. 그는 늘 연필을 가지고 다니며 자신이 포착한 대상들을 빠르게 스케치해두었고, 이를 옮겨 포스터나 유화 등으로 제작하였다. 도시가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감을 보여주었듯이 로트렉의 스케치 역시 선 중심의 러프한 스케치를 보여주었는데, 그는 이를 화폭에 다시 옮길 때에도 스케치의 느낌을 살려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냈다.


또한 그의 그림 중 대부분이 인물을 담고 있는데, 이 점이 특히 로트렉의 사회와, 사람들과의 관계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항상 그 주변에 머물러 같은 공기를 공유하지만, 언제나 그 안에 완전히 포함되지 못한 관찰자로서의 인물이 바로 로트렉의 위치였다고 보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로트렉의 작품은 단순히 화려하다거나 생동감 넘친다고만 말할 수 있는게 아닌, 아름다운 시대의 이면을 보는 힘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배우들, 무용수들, 서커스 단원들, 매춘부들의 가려진 감정들을 꿰뚫어보았고, 하류 계층의 지친 삶과 상류 계층의 허무한 삶의 진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작은 키를 가졌지만, 거인처럼 크고 넓은 시야를 가진 화가였다는 생각이 든다.


 

At the Moulin Rouge.jpg



  

인상주의에서의 로트렉의 방향


  

19세기 말 프랑스는 로트렉만이 아닌 수많은 인상주의 작가들의 대상이자 터전이었다.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에드가 드가, 폴 세잔,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등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인상주의 작가들이 이 시대에 활동했고, 그들은 ‘인상’을 담는다는 공통점으로 함께 활동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같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거나 같은 방향을 중시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어떤 이들은 눈앞에 펼쳐진 물리적인 세계를 담아내는 데에 집중하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그것을 통해 드러난 내면 세계를 그려내고자 했다. 두 가지 모두 맞다고도 할 수 있지만, 로트렉은 후자에 가까운 화가이다.


로트렉의 화풍은 반 고흐나 고갱의 작품에서 색채나 선을 통해 심리를 표현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드가의 관찰자적인 시각이나 무대 뒷면을 담은 주제 선택과도 공통점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로트렉은 드가를 존경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모네를 비롯해 많은 인상주의 화가들이 관심을 가졌던 빛에 대해서, 로트렉은 비교적 큰 관심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시간에 따라 바뀌는 빛과 색채, 자연이 만들어내는 조명의 효과를 담기엔 그가 주로 발걸음을 옮겼던 곳이 극장과 공연장, 술집인 까닭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곳들과 가까이 하게 되면서, 로트렉은 시각디자인 분야에 새로운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다.

  

로트렉의 작업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은 포스터 작업들이다. 그는 1889년 오픈한 댄스홀 물랭 루즈의 포스터를 제작하며 이름을 떨치게 되었고, 컬러 석판화를 통해 이후에도 여러 포스터들을 선보이게 된다.


그의 색 선택이나 배치 등 포스터 디자인의 아이디어는 매우 독특하고 대담한 것이었고, 이후 20세기의 시각디자인과, 앤디 워홀의 석판화에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당시 수많은 광고 포스터들이 존재했지만, 로트렉의 포스터는 남다른 것이었고 일부는 그의 포스터를 작품처럼 수집하고 소장하기도 했다.


 

Moulin Rouge, La Goulue.jpg



이와 같이 로트렉의 작품 속에는 자신의 생애가, 그리고 19세기 말의 파리 사회가 담겨 있다. 더불어 미술사적 맥락 안에서의 그의 위치 역시 중요함을 빼먹을 수 없을 것이다. <툴루즈 로트렉> 展은 2011년부터 유럽과 미국 13개 미술관을 거쳐 순회 전시중이며, 이번 한국 서울에서 14번째의 순회전을 맞이한다.

  

비슷한 시기의 다른 대표적인 작가들에 비해 로트렉의 작품은 비교적 자주 전시되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전시에도 150여점의 작품이 한국에 처음 소개될 것이며, 작품과 아카이빙 자료들 뿐만 아니라 특별히 준비한 영상 및 미디어 아트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한다. 전시는 총 7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주제별, 매체별로 그의 작업들을 종합한다.


 


툴루즈 로트렉
물랭 루즈의 작은 거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2020. 1. 14(화) - 5. 3(일)
(매주 월요일 휴관)
 
일반 15,000원
중고생 12,000원
어린이 10,000원


[황인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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