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래서, '국제문화교류'가 대체 뭔가요? [문화 전반]

세계 속에서 문화 예술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글 입력 2020.01.0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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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문화교류’란 무엇일까? 용어가 생소하지는 않다. 단어 그대로 짐작해보면,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를 주고받는다는 뜻이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도 그렇지만, ‘문화교류’ 단어에서 가장 많이 떠오르는 이미지는 해외의 많은 이들이 한국 전통의상을 입고 전통문화공연을 한다던가, K-POP 무대를 꾸린다던가 하는 이미지들이다. 비슷한 단어로 ‘해외진출’ ‘문화외교’ ‘공공외교’가 있는데 이 단어들을 검색하면 주로 한식, 아세안, 즉 국가 차원에서 하는 정부 관련 행사 이미지들이 많이 보인다.

 

현재 정의에 따르면, 국제문화교류는 예술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체육, 관광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폭넓은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적 차원의 교류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문화교류 중요성 또한 강조하고 있다. ‘문화교류’는 ‘공공외교’라는 말과 혼재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으며 문화는 외교의 도구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글에서 그보다 집중하고 싶은 것은 외교 목적성을 조금 배제한, 순수 예술성을 중요시하는 문화교류다.

 

2018년에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제문화교류 전담기관으로 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지정된 것도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는 이제 개인의 문화교류 지원을 담당하는 또 다른 역할과 책임 또한 가지고 있다. 이제껏 문화교류로 이야기되어 왔던 것들이 일방향적이었다면, 쌍뱡향 교류의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국내 예술가들을 해외로 파견하여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해외 예술가들을 초청해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한다. 단순히 K-POP을 알리고 한국 문화를 알리는 것이 아닌, 서로 공동으로 무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동시대 미술과 공연예술, 문학에 대한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며, 타국의 예술계 현황을 이해하고 향후 문화 다양성과 예술계의 발전 가능성을 함께 도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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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문화와 문화를 잇는 매개자 역할을 예술가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그것이 왜 중요한가? 이들은 어떤 목적으로 교류를 시도하고 있는 것인가? 문화에는 국경이 없다. 최근 열린 아세안 국제 포럼에서 태국 총리가 국제문화교류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아시아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 갈 청년들의 교류가 중요하다. 특히 한국의 문화 산업은 정말 탄탄하다. K-POP만 봐도 그렇다. 청년들의 문화예술 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K-POP이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티스트는 BTS다. 한국의 많은 뮤지션들이 해외 진출을 위해서 그 나라의 언어로 음반을 제작하기도 한다. 물론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공통된 언어의 주고받음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화예술에는 그를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다.

 

해외 팬들은 영어로 변환된 음악보다 한국어 그대로의 BTS 음악을 듣기를 원한다. 서로가 서로의 시장과 문화를 흡수하고, 언어를 배운다. 서로 다른 문화임에도 음악이라는 하나의 예술 언어 앞에서 동질성을 확인하고 조화로운 공동체를 이룬다. 일방향적 교류가 아닌 쌍방향 교류가 중요시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리 것을 알리고 해외 문화를 그대로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힌다. 문화교류 왜 하느냐는 말에 누군가 농담처럼 툭 던진 말이 있다. ‘세계 평화를 위해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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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류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에 또 한 가지가 바로 돈이다. 물론 국제 교류에는 시장 진출 목적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 친선 관계 유지, 활발한 연구 촉진 등 다양한 목적이 있다. 그 모든 것이 맞물려 돌아가는 곳에서 돈은 그것이 잘 굴러갈 수 있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국내외에 있는 다양한 페스티벌 사업은 문화 예술 시장을 개척하며, 돈을 활발히 흐를 수 있도록 한다. 국내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라섬재즈페스티벌과 부산국제영화제를 이야기할 수 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매년 국내 자라섬에서 열리는 재즈페스티벌이다. 한국과 재즈라니, 조금 어색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텍사스에서 국악하는 느낌이랄까? 재즈라는 분야 자체가 외국의 문화이기 때문에 더 큰 축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제 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즈씬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재즈페스티벌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판단했을 것이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계명국 사무국장은 국내 페스티벌에 해외 아티스트가 방문하고, 그들이 한국을 경험하고 다시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진정한 국제 교류가 시작된다고 믿었다. 그렇게 페스티벌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을 때, 그것은 한국 아티스트들도 해외로 진출할 길이 되어주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아시아에서 제일 큰 국제 영화제로, 아시아필름마켓이 매년 열리고 있다. 영화를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을 매칭 시켜주는 하나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국내외에서 가장 회자되었던 영화 중 하나로 ‘벌새’를 꼽을 수 있는데, 이처럼 국내 영화를 해외로 보내기 위해서는 이러한 플랫폼이 중요하다. 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를 해외의 배급사나 관련 전문가들이 선택하고, 해외 상영이 확정되면서 영화를 통한 문화교류도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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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참여한 포럼에서 예술에서의 국제교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중일의 예술가들이 모여 하나의 공공미술을 시도하는 것에 대한 결과 발표의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 장 샤오강 작가가 남긴 말은 내 머리에 짜릿한 전율을 남겼다. ‘3국이 역사적 보편성을 찾는 데는 어려움을 겪을지 모르나, 미학적 보편성은 충분히 합의 가능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역사적 사건은 서로가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쌓아온 역사의 결이 다르기 때문에 충돌과 갈등은 언제나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역사적 보편성을 찾는 일은 앞으로도 힘든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은 ‘인류라는 글로벌 공동체의 기반을 쌓을 수 있는 강력한 매체’다. 미학적 보편성을 함께 연구해나가는 과정에서 서로 다름을 인지하고 이해하며, 공감하고 보듬는 시간 또한 싹틀 것이다. 혹자의 말대로, ‘예술의 사회적 책임은 경쟁과 충돌에서 수용과 공감의 사회로 우리를 인도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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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7일 있었던 남북정상회담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이야기될 수 있지 않을까. 남과 북의 정상은 판문점에서 만났고, ‘북에는 언제쯤 가볼 수 있을까요’라는 말에 ‘지금 한 번 가보지요’라는 답신으로 두 정상은 판문점에 있는 10cm 가량의 턱을 함께 넘었다. 이것은 하나의 행위이자, 퍼포먼스였으며 상징적 기호였다.

 

예술은 허구의 상징 기호들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시도들은 예술 안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허구라고 인식되는 예술은 그 속에서 실제 변화의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이런 예술적 행위는 국가 간의 그리고 개인 간의 갈등을 완화하는 중재자 역할을 한다. 미래에 대해 공통의 힌트를 가지고 과거를 바라보며 협업하고, 생각을 나누는 시도 자체가 곧 앞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발걸음이 된다.

 

‘미술은 창작부터 설치까지의 모든 과정이 곧 작품이다’라는 박이소 작가의 말을 좋아한다. 단순히 물질적인 작품 하나가 아닌, 그 주변을 이루는 모든 공간적 시간적 문맥 속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담긴 말이리라. 나는 이제 그 말을 기획이라는 부분으로 확장시키고 싶다. 예술은 저마다 놓여 있는 시공간의 결에 따라 마음속에 다가오는 그 느낌도 다르다. 국경을 넘어 시도되는 모든 기획, 프로젝트가 곧 예술이고 작품이다. 그 모든 시도는 새로운 문맥 속 언어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낼 것이다.


 

[장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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