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출판저널 514호 - 출판이 주는 즐거움

2019년을 마무리하며, 출판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고찰.
글 입력 2020.01.0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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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부터 ‘책’ 그 자체를 매우 좋아했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e-book이 많아졌다지만, 실제로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표현에 나만의 언어를 적고, 추가하고 싶은 정보는 메모지에 붙여가며 나만의 책을 만드는 것이 좋아서 종이책을 산다. E-book은 편하고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위와 같은 종이책만의 장점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지하철에서 종이책을 읽는 사람의 수는 감소하고 있다. 모두 핸드폰, 아이패드를 들고 있으며, 오히려 책을 무겁게 들고 다니는 나를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소품 샵, 카페보다 동네 도서관, 서점이 좋은 나. 하지만 서점에 가자고 하면 피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출판저널>이라는 매력적인 제목을 가진 책이 나를 찾아왔다. 표지는 마치 학창 시절의 교과서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내용은 매우 알찼다.

 

출판저널은 대한민국의 대표 책 문화 전문지이다. 1987년 7월에 창간되었고, 최근 2019년 12월에 2019년 송년호 통권 514호를 발행하였다. 출판저널은 그 풍부하고 질 높은 콘텐츠로 출판산업의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하고 긍정적인 담론을 추구하고자 하고 있다.

 

 

출판저널 514호 입체표지.jpg

 

 

514호는 송년호이니만큼 2019년 한 해 동안 출판, 서점계, 독서계, 도서관의 이슈를 정리한다. <출판저널>의 정윤희 대표는 이번 호에서 “출판산업도 이제는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경이로움, 당대의 담론을 만들고 사상을 만들어가는 출판의 사명이 필요한 때.” 라고 밝혔다. 그는 ‘출판’ 그 자체의 중요성을 말한다.

 


 

출판산업 주요 이슈


 

먼저, <출판저널>은 출판계의 주요 이슈들을 거론한다. 이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하여 결과를 내어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정말 출판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이들의 참여를 통해 함께 출판 산업에 대해 고민하고, 정보를 나누는 이러한 취지가 <출판저널>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 같다.


최근 유튜브를 통해 출판을 알리고 책을 파는 것에 도움을 주는 유튜브 셀러, 서점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서점의 도서관화, 그리고 도시정가제 제정에 관한 사안들이 주요 이슈로 선정되었다. 나는 이 문제들이 시대가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들을 통해 앞으로 출판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특집좌담 - 책문화생태계 모색과 대안


 

이번 호의 내용 중에 눈에 띄는 내용은, <출판저널> 통권 500호부터 진행해 오고 있는 ‘특집좌담 책문화생태계 모색과 대안 부분’이다. <출판저널>은 그 이름에 걸맞게, 출판의 중요성부터 문제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 등 포괄적으로 문제들을 다룬다. 요즘은 출판산업이 아주 어렵다고 한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도시정가제의 도입 등으로 책을 사서 읽는 사람보다는 중고 서점이나 e-book을 사용하여 읽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양상은 대형 서점의 독점화로 이어진다. 몇십 년 마을을 지켰던 서점들은 점점 문을 닫고 있다. 게다가 전문 인력의 부족함이나 출판업계의 교육시스템의 현실 문제 등도 있다. 특집좌담에서는 이러한 출판 산업의 문제점을 다방면의 전문가들과 함께 좌담 형식으로 진행한다.

 

국내의 사례를 살펴보고, 외국의 사례와 그 차이점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나는 출판산업이 어렵다는 것은 대충 알고 있었지만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관련된 전문 인력과 교육 시스템 등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좌담을 통해 자세하게 알게 되어서 좋았다. 출판 산업은 그 수요나 규모와 비교해 전문인력이 매우 적다고 한다. 대학에서 출판학과는 거의 찾아볼 수 없거나, 있어도 금방 사라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더욱더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출판선진국인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의 바탕은 출판 인재 교육 시스템에 있다고 한다. 앞으로 출판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2019 연중특별기획


 

지난 509호부터 새롭게 연중 특별기획을 연재하는 <출판저널>. 출판사, 서점, 도서관, 지역의 책문화와 관련하여 현장 전문가들의 칼럼을 통하여 지속가능한 책문화 생태계를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먼저, 메디치미디어 김현종 대표는, 출판 산업은 단순히 책을 출판하는 데에 그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자-출판사-독자’로 이어지는 관계 형성이라고 한다. 작가나 출판사의 사장이 독점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독자, 그리고 출판사가 출판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출판인재양성과 시대의 변화에 따른 기획과 홍보 방법이 중요하다고 한다.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는 건강한 책과 먹거리로 도시와 농촌을 잇는 우분투북스를 운영하게 된 계기부터 그의 책방운영철학을 소개한다. 그는 단순히 책을 파는 서점이 아닌,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지속할 수 있는 교류의 장으로서 서점을 운영한다. 게다가 책과 먹거리를 접목해 독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재치 있는 발상 덕분에, 나도 후에 여행을 간다면, 꼭 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점에도 개성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사서에게 듣는 도서관 이야기’의 부분에서는 덕정초등학교의 강상도 사서가 아이들의 특징, 사서로써 지녀야 할 자세와 가치관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내가 중, 고등학교 때 ‘사서’라는 직업에 대해서 그냥 편한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종일 따듯한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수 있고, 단순히 책만 정리하면 되니까 정말 편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사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나처럼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사서는 단순히 책만 읽는 편한 직업이 아니다. 이들은 관련 학과를 나오고 자격증을 취득하여 일하는 기술을 가진 전문직이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단순히 책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정리도 하고, 도서관의 행사도 기획하고 참여하고, 책을 알리고, 관련 자료들을 정리하는 등 다른 일처럼 힘들고 복잡하다. 하지만 사서에 대한 인식과 그에 따른 대우는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지역의 책문화 스토리’에서는 허성곤 김해시장이 김해를 책 읽는 도시로 만들기를 선포했던 과정부터 대한민국 책의 수도 ‘김해’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한다. 그리고 더욱 역동적으로 책 읽기 문화를 확산하여 품격 있고 성숙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이렇게 책과 도시를 연결한 사례도 매우 흥미로웠다.

 


 

<출판저널>을 읽고


 

요즘은 ‘책’의 범위가 과거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자신의 일기를 책으로 출판하는 사람도 있고, 여행에서 그린 그림들을 엮어 책으로 내는 경우나, 직접 찍은 사진들을 모아 책으로 출판하는 경우 등 출판은 더욱더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해 읽는 책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사람들과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출판은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책을 출판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어떻게 세상에 알리고, 어떤 영향을 주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

 

게다가 출판 산업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살펴보면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그 위기를 좋은 기회로 만들 것인지에 관한 고민을 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이 <출판저널>을 읽으면서, 출판에 대해 더욱더 진지한 시각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고, 세상에 출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만다는 것이 놀랍고 반가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출판에 관한 다양한 생각, 철학을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이 또한 출판이 주는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출판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매우 추천하는 책이다.

 


[정윤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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