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은 단순한 소비재는 아니다 : "출판저널" 514호 [도서]

<출판저널> 514호
글 입력 2019.12.3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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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펄프, 종이, 잉크, 인쇄, 활자, 그리고 책.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에서 시작되어 구텐베르크를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쇄와 출판산업은 점점 다양해지며 보편화 되어왔고 그를 통해 사람들과 더욱 더 가까워졌다. 때로는 지식을 쌓기 위해 또 때로는 무료한 시간을 흘려 보내기 위해 책들은 늘 우리 곁에 함께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았다.

 

그러나 급속도로 발전해나가는 사회의 속도에 적응하기에 출판산업은 너무나 점진적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긴 시간 동안 이어져오며 굳어져버린 출판과 책에 관한 상식을 빙자한 편견은 그 역사를 과거와 현재를 이어줄 매개체가 아닌 한물가버린 퇴물로 만들어버렸다.


책 관련 사업의 위기론은 내가 어릴 적부터 어느 정도 대두되어왔던 만큼 얼핏 기억하기로도 한두 해 이야기는 아니다. 고질적으로 늘 따라붙던 이야기인 만큼 아직은 잘 굴러가고 있는 듯 보이던 업계의 모습에 바늘이 가는 곳에 튀어나오는 실체 없는 실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넋을 놓고 있는 동안 책을 읽는 인구의 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판매 부수 또한 줄어들고 있었다. 새롭고 강력한 요기거리들과 플랫폼의 등장에 어느 새 나조차 책보다 유 튜브를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출판저널 514호 평면표지.jpg

 

 

2019년의 송년호인 <출판저널> 514호에서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물결 짓는 책문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몇 가지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출판저널 514호의 첫 글을 장식한 글은 바로 ‘리이우와르던 도서관’이었다. 네덜란드에 위치한 도시 리이우와르던의 이 도서관은 놀랍게도 교도소를 리모델링한 도서관이다. 하나의 건물을 전혀 다른 쓰임의 목적을 위해 리모델링한다는 것은 건축의 ‘ㄱ’도 모르는 내가 보아도 굉장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성공적으로 리모델링을 완성한 이 곳은 아주 훌륭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건축이 아닌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글인 만큼 그것에 관해서는 빼고 이야기를 한다 하여도 여전히 리이우와르던 도서관의 의미는 줄어들지 않는다.

 

다른 용도의 건물로 바꿀 수도 있었던 곳을 도서관으로 바꾼 후 그 곳은 사람들이 가장 꺼리고 아무도 찾지 않던 장소에서 모든 사람들이 찾아오는 활력 가득한 장소로 바뀌었다. 그 안에는 도서관뿐 아니라 카페와 레스토랑도 함께 있다. 누군가는 그런 것들이 책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메디치미디어 대표 김현종의 말을 빌려 ‘알려지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출판저널> 514호, 34P)’라는 이야기는 비단 하나의 상품에만 특정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해외통신+유럽+리이우와르던도서관중앙계단.jpg

리이우와르던 도서관

 

 

늘상 드나들던 카페 같은 편안한 공간에 도서관이 있다면 그 공간에 대한 부담감이 작아지는 건 당연하거니와 그 곳에 존재하는 모든 책들은 말 그대로 ‘알려질’ 기회를 얻는다. 아무리 광고와 홍보에 많은 돈을 들여도 만족스런 결과를 얻기는 쉽지 않기에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이런 알려짐은 상당히 귀중하다.

 

이와 디테일은 다르지만 공간자체가 사람을 모은다는 큰 맥락에서 비슷한 장소로는 포루투칼의 ‘렐루 서점’이 있다. (<출판저널> 514호, 70p) 렐루 서점은 굉장히 아름답게 꾸며진 서점으로 J.K.롤링이 해리포터의 영감을 얻었다는 것이 알려지며 더욱 유명해졌다. 이곳은 일정한 입장료를 지불한 뒤 입장이 가능하지만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면 그 입장료만큼 차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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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찍은 렐루서점

 

 

얼핏 들어선 별다른 효과 없이 아름다운 서점 내부만 감상하다 떠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실제로 올해 초 렐루 서점을 방문했었는데 그 안에서 나는 마음에 쏙 드는 책을 발견하고 망설임 없이 구매하였다. 만약 그 서점이 아름답지 않아 방문하지 않았거나 입장료가 없었다면 나는 그 책을 아예 몰랐거나 조금 망설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렐루 서점은 수 많은 사람들이 입장료를 기꺼이 지불하고 관람할 만큼 아름답고 사람들은 어차피 이미 지불한 입장료인 만큼 조금 더 돈을 내더라도 책이라는 기념품을 얻어가고 싶어했다. 책을 구입하기 위한 계산대 뒤로는 줄을 길게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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렐루 서점에서 구매한 책

 

 

이렇듯 불특정다수를 목표로 한 서점이 있다면 반대로 특정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서점도 존재한다. 바로 ‘우분투북스’이다. (<출판저널> 514호, 38p) 우분투는 공동체 정신을 일컫는 아프리카 말이다.


건강, 음식, 환경이라는 키워드를 시작으로 만들어나간 이 책방은 이와 관련된 책들을 주로 판다. 타 책방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주제의 책들은 가득한 대신 베스트셀러 코너는 존재하지 않는다. 책방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되어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물론 이따금 보이는 채소 책장에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등은 이곳의 재치를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되어준다.

 

이런 특정한 책방들은 알려지는 속도가 다른 서점들보다 느릴 순 있지만 그렇게 이루어진 유명세 혹은 탄탄한 마니아 층은 절대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단순히 자극적인 것을 내세우거나 무리한 가격경쟁으로도 가질 수 없는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2019연중특별기획+서점의미래+우분투북스+외관.JPG

우분투북스

 

 

그러나 이러한 활동들이 아주 활발히 일어나기에는 우리나라의 출판 교육은 물론 더 멀리 나아가 독서 교육부터가 매끄럽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출판저널> 514호에서는 이런 독서교육에 관해서도 다루고 있었는데 그것은 내가 이제까지 알던 교육의 방식이 편견일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청소년 독서토론전문가 지윤주 저자와의 인터뷰에서(<출판저널> 514호, 122p) 그녀는 독서를 싫어하고 좋아함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말한다. 좋아하는 분야의 글을 읽으면 독서를 좋아하게 되고 그 반대는 싫어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그 흥미의 범위를 점차 넓혀나갈 수 있게 ‘쉬운 책’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 같아 보이지만 이제까지 내가 생각해왔던 독서와는 조금 달랐기에 그 말이 꽤나 인상 깊게 다가왔다. 쉬운 책은 이미 내 수준과 비슷하거나 그 아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니 조금 더 어렵게 느껴지는 책을 읽어야 한다고 늘 생각했고 또 교육 받아왔다. 어려운 책을 읽어야만 똑똑하고 재능 있는 사람이며 사고의 깊이가 훨씬 깊을 것이라고 어렴풋이 생각해왔다.

 

그러나 그런 방식의 교육은 아이들간의 격차만 늘리며 책에 흥미를 오히려 떨어트리기 십상이다. 따라서 이해하고 흥미를 충분히 가질만한 쉬운 책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때 무작정 쉽기만 하다고 좋은 선정이라고 할 수는 없고 다양한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책을 선정해야 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나는 또 한번 나의 편견을 체감했다. 쉬운 책? 좋다. 하지만 아무리 그러해도 초등학생에겐 그에게 맞는 수준이 있고 성인에겐 성인에게 맞는 수준이 따로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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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강아지똥>

 

 

인터뷰에서는 유명한 동화책인 <강아지똥>을 예시로 들고 있었다. 유치원 혹은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이라고 생각되는 이 책을 그 나이 대는 물론 중고등학생과 성인까지 적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의 깊이에 따른 질문의 변화만 있다면 말이다. 성인이 되어서 논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던 많은 책들이 떠오르며 다시 보였다. 이해조차 힘든 책을 꾸역꾸역 읽고 뒤돌아가기보다 동화책이라도 그 안을 훑고 곱씹는 것이 훨씬 질적으로 훌륭한 독서 법이 되어준다.

 

이렇게 들으면 당연해 보이는 이 방법은 이미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독서에 관한 편견 때문에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점차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독서 법에 관해 생각해 볼 것이고 더 많은 아이들이 이러한 독서교육을 받을 것이며 그 아이들이 자라나 새로운 컨텐츠의 책, 책방, 그리고 출판 문화의 흐름을 만들어 갈 것이다. 또 이미 하나의 흐름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는 출판과 책문화를 응원하며 마무리한다.

 


“책은 단순한 소비재는 아니다. 인간의 정신활동의 연장선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특징이 있다.”


- <출판저널> 514호, 106P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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