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강박증마저 잊게 하는 것 - "톡톡 TOC TOC" [공연]

글 입력 2019.12.29 00:1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31.jpg

 

 

가스 밸브를 잠갔는지 계속 불안해하거나 더럽다고 느껴지는 뭔가를 만지면 손을 씻고, 대칭이 아닌 모양을 보면 답답해하는 이들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현대인의 93%를 강박증을 겪는다고 판단한 어떤 연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늘날의 우리들은 크고 작은 강박증을 안고 살기 때문이다.


당장 나만 해도 집을 나오면서 고데기 플러그는 제대로 뽑았는지, 강의실을 나오면서 시험 답안지에 이름은 제대로 썼는지 사소한 것들로 지나치게 걱정한다. 혹은 추억이 담겼다는 이유로 갖가지 물건들을 버리지 못해 방에는 잡동사니가 쌓여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것에 대한 집착과 강박이 점차 심해져 일상생활에도 불편함을 주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들의 삶을 무대 위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는 연극 <톡톡 TOC TOC>으로 찾아왔다.

 
<톡톡 TOC TOC>에는 여섯 명의 강박증 환자들이 등장한다. 시도 때도 없이 욕설을 내뱉는 뚜렛증후군 프레드, 날짜부터 시간, 횟수까지 계산을 멈추지 않는 계산벽 벵상, 세균이 눈에 보인다고 믿으며 쉴 틈 없이 손을 씻는 질병공포증 블랑슈, 수도나 가스, 난방을 껐는지 계속 확인해야 하는 확인강박증 마리, 모든 말을 두 번씩 반복하는 동어반복증 릴리 그리고 대칭이 아닌 것은 참지 못하는 대칭집착증 밥이 이 연극의 주인공이다.

그들은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강박증 치료로 정평이 나 있는 스텐 박사의 병원을 찾는다.
 
 

171018 톡톡 0334.jpg

 
 
그러나 박사는 비행기 문제로 공항에 발이 묶여 몇 시간째 병원으로 돌아올 기미가 없다. 그래서 환자들은 시간을 때우기 위해 모노폴리 게임을 시작하고 전에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교황청이 위치한 바티칸 때문에 이탈리아를 사고 싶어 안달이 난 마리, 대칭에 대한 집착 때문에 ‘스위스’를 사고 난 뒤 뛸 듯이 기뻐하는 밥과 모두가 ‘쪼물딱거린’ 주사위를 만지기 싫어 매번 새 휴지로 주사위를 튕겨 던지는 블랑슈의 모습은 폭소를 자아낸다. 그러나 몇 시간이 지나도 스텐 박사는 돌아오지 않고, 그들은 화를 내며 병원을 나선다. 하지만 프레드는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이 아깝지 않느냐며 그룹 치료를 제안한다.
 
그룹 치료 경험이 있는 밥이 설명하는 치료 방법에는 거창한 것이 없다. 그저 서로 돌아가면서 자신의 증상을 이야기하고, 사람들 앞에서 그 증상을 3분이라도 참으려고 노력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 프레드는 욕설 없이 동화책 한 권을 읽으려 해 보고 벵상은 사람들의 계산 문제에 답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 본다. 블랑슈는 모든 사람들과 맨손으로 악수해 보고 밥은 마룻바닥의 선을 밟으려고 노력한다.

마리와 릴리 역시 각각 3분 동안 열쇠, 가스, 수도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말을 한 번씩만 해 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실패한다. 그들은 기운이 빠진 채 다시 병원을 떠나려 한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그 시도들을 한 번씩 성공했음을 깨닫는다.
 
 

181026 톡톡 리허설0217.jpg

 

먼저 벵상은 밥의 시도를 응원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자신이 밥의 이름을 몇 번 불렀는지 세지 않았고, 릴리는 호감을 품고 있던 밥이 자신의 번호를 알려줄 때 두 번씩 말하지 않았으며, 블랑슈는 릴리가 스스로를 자책하며 울 때 맨손으로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밥은 마리가 기절하자 급히 물을 가져다주며 마룻바닥의 선을 밟으며 달려갔고, 마리는 벵상과 대화하며 ‘가스’라는 단어를 들었는데도 가스 밸브를 잠갔는지 걱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그들이 스스로가 아닌 서로를 먼저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생전 처음 본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은 서로의 처지를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었기에 서로를 진심을 다해 응원했다. 그래서 그들은 타인의 상황에 빠져들면서 오히려 자신의 문제를 잊어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때 자신의 문제를 잊어버렸다는 것은, 자신 스스로를 잊어버렸다는 것까지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가 그 문제로부터 잠깐이나마 독립해 자유로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그들은 타인의 상황에 몰입하면서 스스로의 강박 증세보다도 자신의 감정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이로써 그들은 수십 년 간 골칫덩이였던 강박 증세는 자신을 괴롭히는 여러 요소들 중 하나에 불과하며, 자신의 몸은 그것을 통제할 만한 힘을 지녔음을 믿게 되었을 것이다.
 
 

181025 톡톡 리허설0141.jpg

 
 
극중의 인물들의 삶은 강박 증세로 지배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자신을 이루는 수많은 다른 요소들을 잊어버릴 수밖에 없다. 그 많은 것들은 하나의 문제 때문에 빛을 잃는 것처럼 느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잠시 가려졌을 뿐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니다.

아무리 강박적인 행동이 스스로를 괴롭게 해도 내 몸의 주인이 나라는 것은 틀림이 없다. 그리고 이것은 강박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거대한 한 가지에 밀려 다른 것들을 잊기보다는, 나의 온전한 힘을 믿어보자고 말이다.





톡톡
- 대학로 대표 힐링 코미디 연극 -


일자 : 2019.11.21 ~ 2020.02.09

시간
평일 8시
주말 및 공휴일 3시, 6시
월 쉼
 
*
12월 매주 금요일 4시, 8시 공연
01.24(금)/25(토)/26(일) 3시, 6시
01.27(월) 4시
01.28(화) 공연없음

장소 : 대학로 TOM(티오엠) 2관

티켓가격
전석 45,000원
  
주최/기획
(주)연극열전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공연시간
110분



    
 
[유수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