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반복되는 공허함과 가벼움에 지쳤다면.. [문화 전반]

‘끈기’, ‘깊이’, ‘본질’에 대한 탐구
글 입력 2019.12.2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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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종종 창작활동을 하기 위해선, 좋은 것을 많이 보고,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한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 다양한 분야에 대한 탐구정신은 분명 융합 시대의 예술적 감성을 갖추는 데 도움을 줄 것이며,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이 더 나은 교육과 영감을 위해 새로운 세계로 떠났다는 사실은 그 주장의 근거가 되어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외부의 세계를 아예 차단한 채 고독 속에서 본인만의 세계를 구축해나간다면?


여기 실제로 평생을 침실 겸 작업실이 었던 네 평 남짓의 작은 방에서 작업하다가 생을 마감한, 은둔의 화가가 있다. 그는 한정된 공간과 소재에서 자신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 나갔는데, 한평생 자신이 태어난 볼로냐에서 머무르며, 예술가들에게 성지와도 같았던 파리와 뉴욕조차 방문한 적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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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의 화가, 조르지오 모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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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모란디가 생활한 방이자 작업실


 

 

정물화를 통해 본질을 탐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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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지오 모란디, Still Life,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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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지오 모란디, Still Life,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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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지오 모란디, Still Life, 1960


 

모란디의 정물화에는 이름이 없다. 단어 그대로 정물화(Still Life)일 뿐이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오브제들은 부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낡은 병, 주전자 컵, 상자 혹은 꽃병이 대부분이다.


일상적이고 소박한 그의 작품 세계의 진폭은 어찌보면 지나치게 한정적이고 제한적이지만, 1000점이 넘는 작품 속에 단 한점의 그림도 같은 그림이 없다. 하나를 빼고 하나를 더하고, 간격을 넓히고 좁히고, 조금씩 색을 다르게 하면서 만들어진 그의 그림 세계는 소박하면서 세련되었고, 간결하지만 깊은 여운을 주는 시(詩)의 한 구절처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그가 그림을 그리면서 집중한 세계의 본질은 그 물건의 기능, 눈에 보이는 형태 그 너머에 있다. “가시적인 세계에서 내가 유일하게 흥미를 느끼는 것은 공간, 빛, 형태이다.” 라는 모란디에게 있어 정물화는 회화의 구조와 정수를 밝히고, 존재와 근본과 관계를 탐구할 수 있는 최적의 장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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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오브제들

 

 

 

수많은 정보와 자극에 지친 우리에게 필요한 그의 자세


  

 

“전 세계를 여행한다 해도 아무 것도 보지 못할 수 있다. 세상의 이치를 반드시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많이 봐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지금 보고 있는 것을 성실하게 보는 것이다.”

 

 

나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은 창작활동에 도움이 되며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 수록, 여행도 많이 하면 할수록, 새로운 사람도 많이 만나 볼수록 나를 더 잘 알 수 있고,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토대로 나의 색깔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양하고 새로운 자극만이 창의적인 영감을 준다고 믿었던 나에게, 사실 모란디의 작품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단순하고 평범해보이는 그의 그림들은 어떤 누구의 그림보다 예술에 대한 그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었고,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창의적인 영감을 제공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 우리는 수많은 정보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 원하는 정보를 찾는 것, 새로운 자극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SNS, 유튜브, 각종 포털사이트를 보면, 우리가 의도한 것이 아니더라도, 너무 많은 정보와 자극에 쉽게 노출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그 가벼움에 공허함을 느끼면서도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습관적으로 또 다시 새로운 자극을 찾는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다보면 우리는 어느 순간 우리의 삶 속에서 중요한 것을 놓친 것 같은 공허함과 혼란스러움을 겪기도 한다.

 

반복되는 가벼움과 공허함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필요한 것을 차단하고, 본질에 집중하는 모란디의 자세가 아닐까? 넘쳐나는 자극과 정보에 지쳐, ‘끈기’, ‘깊이’와 ‘본질’에 대한 탐구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탈리아 화가 모란디를 소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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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어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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