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국, 종교계의 자유로운 들판 [사람]

글 입력 2019.12.2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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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친구들과 약 1년간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한국과 다른 나라의 문화적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던 경험을 종종 마주하곤 했다. 연락하는 친구들이 또래라 생활방식은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그 나이에 맞게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상에서 가끔 찾아오는 그 국가만의 기념일이나 풍습을 온라인으로 접할 때면 서로 자라온 배경이 아주 다르다는 사실이 선뜻 다가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기한 것은 종교적 차이였다. 다른 사람에게 종교를 밝히는 건 민감한 사항이지만 근황을 물어보면 그들의 종교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친구는 국교로 지정된 종교를 가지고 있었고, 때로는 종교의식을 보거나 겪은 체험담을 짤막하게 들려주곤 했었다.


종교가 없었던 필자에게는 다소 멀게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신앙생활을 위하여 금식하거나 주말마다 교회를 가기 위해 준비하기 위해서는 보통의 신념으로는 지속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종교가 개인의 일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들의 일상은 신성하면서도 한결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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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다양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 중 하나인 이태원,

@Bundo Kim, Unsplash

 


한국의 종교는 위의 사례들과는 달리 독특하다. 인적사항을 물어볼 경우 종교는 그다지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인구 절반 가까이가 무종교이기도 하지만 어떤 종교를 믿는지 크게 연연하지 않는 문화적 기반도 있다. 특정 종교를 믿는다고 꼭 하나의 종교만을 무조건 믿지도 않는다. 불교 신자가 크리스마스 예배를 하러 갈 수 있고 개신교도가 스님에게 고민거리를 상담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한국에서의 종교는 신념 구분을 막지 않는 경건한 문화체험처럼 보이기도 한다.

 

몇몇 문화권에서는 종교가 없다고 얘기할 경우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다. 그럴 때는 종교가 없어도 개신교나 가톨릭 등 다른 종교를 믿는다고 말하는 게 무종교라고 대답하는 것보다 자연스럽다고 한다. 실제로 이슬람권 국가에 사는 친구와 주말 계획을 얘기하는 중 “딱히 믿는 종교가 없다.”고 답했더니 갸우뚱해 하는 뉘앙스의 글을 보내며 “친구 중에도 이슬람교에서 무종교로 전향한 사람이 있으니 이해 못 하지는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한편, 종교가 없더라도 국교가 따로 존재한다면 사람들은 해당 신앙을 따르기도 한다. 베트남은 국민 중 무종교가 다수이지만 잠재적으로 그들을 불교도로 간주한다고 한다. 국교가 불교이기 때문에 불교행사 참여가 종교 활동이면서 동시에 고유의 풍습이다.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으로 절이 주로 산속에 있는 한국과는 다르게 베트남 마을에는 최소 1~2개씩 절이 민가 근처에 있다고 한다. 이전에 하노이 여행에서도 도시 곳곳에서 사찰이나 절터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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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는 종교적 기념일인 동시에

어느 곳에서는 단순한 공휴일 혹은 평일이다.

@Rodion Kutsaevy, Unsplash

 


과거 좋지 않은 기억으로 인하여 종교적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던 필자가 종교에 관심을 두게 된 원인에는 펜팔 친구와의 연락이 있었다. 이슬람교 신자가 세속적인 한국인에게 크리스마스 계획을 묻는 게 뭔가 생뚱맞으면서도 문화 차이를 존중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 배경에는 친구가 개방적인 사고를 하는 것과 다른 종교를 점차 인정하는 국제적인 상황이 있었다. 만약 그 친구가 한국에 방문한다면 놀라는 점 중 하나는 상당한 종류의 종교시설과 종교적 혼종성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사회학 이론에서 사용되는 샐러드볼의 예시에 한국은 종교의 샐러드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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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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