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더 셰프 (The Chef) - 왜 미치지 않을까 [영화]

글 입력 2019.12.14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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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우리는 일 없이는 살 수 없다. 자본으로 움직이는 세상에서 일 없이는 자본을 얻을 수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지내다 보면 삶의 의욕 자체가 사라져 삶의 필요성조차 못 느끼게 되는 탓이다. 세상에는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숨 쉬며 살아가는 만큼 각자의 적성과 흥미가 다르다. 그만큼 다양한 일도 태어난다. 그런 흐름 속에서 우리는 잘 맞는 일을 해야 하는지,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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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은 '장 뤽'이라는 요리사 밑에서 요리를 배워 미슐랭 2 스타까지 얻어낸 실력 있는 요리사다. 요리사에게 가장 큰 영광이라고도 할 수 있는 미슐랭 타이틀을 얻었던 아담이지만 인생의 목표를 잃고 술, 약, 그리고 여자에 미쳐 살며 자신을 망쳐가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마음을 다 잡고 미슐랭 3 스타라는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그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여러 갈등과 시련을 겪으며 무너지기도 하고 때로는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모든 갈등과 시련이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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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했다면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게 약속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은 약속을 어긴 적이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약속은 어겼을 때 상대방도 피해를 본다는 것 때문에 보다 더 엄격해지는 반면에 내가 스스로와 하는 약속은 자기 합리화를 통해서 보다 쉽게 어길 때가 많다. 마치 우리가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는 말을 달고 사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무수히 뱉었던 이 말보다 더 많은 수의 굴을 까는 아담은 100만 개 째의 굴을 까는 순간 가게를 뛰쳐나온다. 술과 약, 그리고 여자에 빠져 살았던 방탕했던 지난날에 대한 반성이자 이를 이겨냈다는 증표가 백만 개의 굴을 까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아담은 그대로 친구 토니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찾아가 당당히 주방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그 뻔뻔한 모습에 화가 난다기보다는 자신에게 더 엄격해지는 모습이 부러워진다. 백만 개의 굴을 까고, 술과 약까지 끊을 정도로 요리를 사랑하고, 미쳐 있으며, 소중히 대하는 아담의 모습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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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이 프랑스에서 요리를 하던 시절 그가 레스토랑에 쥐를 풀어놔 가게가 망해버렸던 미셸은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아담을 쫓아가 우여곡절 끝에 화해를 하고 서로 동업을 하기로 한다.


부주방장으로 아담에게 큰 도움을 주며 레스토랑을 성장시켜가던 미셀은 아담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인 미슐랭 직원들이 찾아오던 날, 그들이 앉은 테이블에 나가는 음식을 망쳐놓고 파리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복수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진다. 큰 좌절에 빠진 아담은 장 뤽 밑에서 같이 요리를 배웠던 리스의 식당을 찾아가 난동을 부리고는 요리 기구에 머리를 처박으며 자신을 요리해 달라는 등 미친 사람 같은 모습을 보인다.

 

처참하게 망가지는 아담의 모습은 요리에 쏟아부은 그동안의 열정과 시간, 인생에 있어서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이 장면은 한 사람이 실패로 무너질 때, 그 모습이 얼마나 처참한지나 얼마나 슬픈지에만 초점을 두는 것보다 그만큼 어떤 분야에 대한 그 사람의 열정과 애정이 얼마나 컸을까를 생각해 볼 수 있게 되는 사고의 전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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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선 아담은 이전에 미셀이 망쳤던 음식을 먹은 사람들은 미슐랭의 직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다시 레스토랑 운영에 매진한다. 미슐랭 3 스타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지만 진짜 미슐랭 직원이 찾아왔을 때 아담은 의외로 담담한 표정으로 평소처럼만 하라는 말만 던지고는 자신의 역할에 집중한다. 일생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순간이 다가왔을 때 조바심을 내지 않는 모습에 직원들은 보다 더 감동받은 표정으로 되려 더 열심히 자신들의 일에 몰두한다. 그리고 영화는 끝이 난다.


 


 


지금까지 살면서 꽤 다양한 것들을 접해봤다. 커피도 배웠고, 요리도 배웠고, 밴드로 공연도 해봤고, 댄스 동아리에서 춤도 춰봤다. 이 모든 것들이 그 순간에 내 흥미를 강하게 끌어당겼고 나는 그 흐름에 내 몸을 맡겼다. 하지만 그 흐름이 너무 강했던 탓인지 어느 것 하나 오래 이어진 적이 없었다. 실패가 찾아왔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도, 성공이 다가왔을 때 세상 모든 것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도 느껴 본 적이 없다. 더 셰프가 나에게 소리치던 '네 인생에 미쳐버린 미친놈으로 살라'는 그 말을 따르지 못했다. 나는 미친놈으로 살아본 적이 없다.


인생은 한 번뿐이기에 후회 없는 삶을 살라는 말은 귀가 닳도록 들었고, 그 방법도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나에게 어떻게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냐 물어본다면 미치라고 해주고 싶다. 나의 삶에 내 모든 것을 쏟아부을 정도로 미쳐 살아가면 후회를 할 틈도 없이 시간이 흘러가고 그만큼의 보람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물론 좌절도 겪겠지만 그 아픔과 내 인생의 열정은 비례한다. 작은 것 하나라도 성공하면 미친 듯이 기쁘고, 실패했을 때 인생이 무너지는 슬픔을 느껴볼 수 있는 그런 인생이 후회 없이 사는 삶이 아닐까 싶다.

 

한 번 사는 인생을 후회 없이 사는 방법은 많고도 많겠지만 누군가 나에게 그 방법을 묻는다면 제대로 미쳐서 살라고 해주고 싶다. 나의 모든 행동은 결국은 다시 되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말이다. 애덤은 자신의 망쳐놓은 누군가에 의해서 자신의 삶도 한 번 망쳐졌고, 자신이 내다 버린 시간으로 인해 그만큼의 후회도 겪었다. 나 혹은 이 글을 읽는 당신이라고 해서 그렇지 않으리 나는 법은 없다. 아주 작은 성과라 할지라도 그걸 얻었을 때 벅차오르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실패했을 때 인생을 다 내던지고 싶을 정도로 큰 좌절감도 맛볼 수 있는 그런 일을 찾아 그 일에 미쳐서 사는 삶이 아마 후회 없는 삶이 아닐까 싶다.


아직 나는 젊고, 앞으로도 젊을 것이며, 이전에는 어렸을 뿐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고들 한다. 나는 영원히 젊은 삶을 살아가며 영원히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영원히 고생을 사서 하는 정신 나간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큰 좌절감조차 기뻐하며 살아갈 것이다. 내가 아픈 만큼 나는 그 일에 미쳐있다는 것일 테고, 그만큼 알찬 삶을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고 저마다의 가치관이 있을 것이다. 그 가치관에 미친놈으로 살아라. 밑져야 본전이고 미쳐야 본전이다.

 


[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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