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단 밥 먹고 춤추고 생각하자 "광대 탈놀이, 딴소리 판"

글 입력 2019.12.0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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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jpg

 

 

거지가 되어 돌아온

연희집단 The 광대의

유쾌한 깽판!

 

익살스러운 탈놀음과

딴소리 허다한 판소리의 만남!

 

 

‘거지가 되어 돌아왔다, 거지라는 역할을 왜 그렇게 강조할까?’ 공연 소개에 따르면 가진 것이라곤 마음의 여유밖에 없는, 빈곤과 공허함 속 해학적이고 탈놀음으로 시원하게 관객들을 위로한다고 한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바라보는 세상을 향한 시선이라는 것이, 글만 보아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유란 통장의 잔고가 얼마냐에 따라 생기는 것 아닌가? 빈곤함에서의 여유로움은 글로는 많이 봤지만,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았다. 왜 꼭 거지가 되어 돌아왔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일까?

 

 

 

거지들이 참견하는 이야기


 

연습사진4.JPG

 

 

<광대 탈놀이, 딴소리 판>은 큰 서사 없이 흥겨운 공연이었다. 탈놀이와 판소리가 어울리리라 생각은 했지만 어떤 식으로 융합될지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판소리와 탈놀이는 일종의 액자식 구성 같았다.

 

소리꾼이 하는 이야기가 마치 변사가 들려주는 것처럼 이야기 전달자의 역할을 한다. 그와 동시에 소리꾼은 탈놀이하는 거지들과 함께 그 안의 내용을 넘나들기도 한다. 소리꾼이 각 마당 속 주인공이 되었고 그 안에 거지들이 원래의 이야기를 마치 방해(?)하듯 끼어드는 형식이었다.

 

동화가 대부분 해피엔딩이듯, 원래 공연 속 판소리 다섯 마당의 본래 이야기는 희망적이다. 그러나 이 공연은 사뭇 다르다. 주인공들의 일명 ‘대박’터지는 날, 오히려 상황은 더 최악이 된다. 예를 들어 흥보가 정말 마지막 희망(음흉한 생각과 함께) 으로 박을 열었는데 소원을 말 그대로 "들어주기만"하는 거지들만 나타난다든지, 심청이가 연 봉사 잔치에 봉사가 아닌 거지들이 나타난다든지 등 주인공들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시작된다.

 

형식은 비슷하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후, 희망이 피어날 곳에 거지들을 보고 황당해하는 화자들 → 재치가 넘치는 해결방법(사실 해결됐다고 할 수 없는, 그저 웃어넘기는 형식) → 모두 웃어넘겨 버리는 탈놀이 → 고수의 그 악기와 함께 마당은 끝났다는 것을 알린다.

 

 

 

몽룡은 왜 거지가 되어 돌아왔는가?


 

송보라(소리꾼) (3).JPG

 

 

공연을 보며 깨달았다. 왜 하필 거지들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봐야 했는지 말이다. 거지들만이 가장 낮은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당 속 주인공들은 거지처럼 모두 밑바닥의 상태였다. 변사또에게 죽기 직전이었던 춘향, 너무 가난해 형님에게 더는 손을 빌릴 수 없는 흥보, 거의 자신을 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아버지를 찾는 심청 등 모든 인물들은 가장 최악의 상태다.

 

처음 그들은 자신을 구원해줄 복이 아니라 거지가 왔음에 실망하고 무시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오히려 밥만 축내는 거지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오히려 깊은 공감이 되었다. 거지들은 정확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배고픈 배만 배부르게만 하고 춤을 한바탕 춘다. 세상사 힘들어도 일단 놀아보면 별것 아냐!

  

돌이켜보니 인생에서 거지처럼 살아야 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미래는 막연하고 불안하게 느껴진다. 당장 졸업하지는 않지만, 당장 사회에 나가면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자신에 대해 혼란스러웠고 가진 능력이 초라해 보인다.

 

가장 초라해 보일 때 주변 사람들은 언제나 잘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럴수록 내 상태는 바닥이 되어가는 듯하다. 뭘 해야 해, 막연한 생각에 지끈거린다. 현재가 최악의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행동하지 않으면 곧 다가올 최악에 불안함을 떤다. 박을 기다리는 흥보처럼 그저 무엇인가만을 바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일단 지금은 배가 너무 고프다. 나도 거지처럼 먼저 밥부터 먹고 궁리를 해봐야겠다. 일단 밥부터 먹고 놀아보자, 여기서 거지라는 역할이 여기서 제일 중요한가보다. 결국 이 또한 회피다. 그래도 이렇게 노는 것이 유명한 드라마, ‘도망치는 것은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처럼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일단 이것저것 모르겠다. 복잡함 투성이인 곳에서 일단 춤추고 노래하자!

 

 

 

관객과의 호흡, 판소리에는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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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공연을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관객과 호흡하는 판소리 공연 형식이 신기했다. 예전에 임진택 감독의 "춘향전"을 본 적이 있었다. 영화는 소리꾼의 소리와 실제 춘향전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이어간다.

 

마지막 장면에서 소리꾼이 소리가 끝나가면서 관객들 또한 덩실덩실 춤추는 장면이 있었다. 그 영화를 보며 95년도 경의 관객들은 저리 흥이 많이 있나 본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당시 그들이 많았던 것이 아니라 판소리 자체가 소리꾼이 소리를 하면 관객들이 얼쑤, 좋다 하며 맞받아치는 장르였던 것이었다.

 

무대 또한 기존에 내가 알던 서양식 무대보다 단이 더 낮았다. 맨 앞줄에서 관람했는데 공연자와의 거리도 무척 가까웠다. 판소리와 탈놀이, 한국 문화 공연은 굉장히 가깝고 친근한 장르였다. 한국인에게 가장 낯설었던 판소리는 즐기기 아주 좋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

 

*

 

가장 낮았기에 즐길 수 있었던 극이었다. 앞으로 어떤 판소리, 혹은 한국 문화 공연이 들어올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오늘은 밥 한 끼 맛있게 먹고 신나게 놀아보자!

 

 



[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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