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파수꾼: 경계하여 지키는 사람 [영화]

글 입력 2019.11.3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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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주인공 ‘기태’의 죽음이다.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아버지는 서랍 속에서 나온 사진에 의지해 아들의 친구들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한 명은 전학을 가버렸고, 나머지 한 명은 자퇴를 한 상태로 장례식에조차 오지 않았다.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음을 느낀 아버지는 아들이 친구들을 만나보려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얼마 후 사건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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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부재와 아버지의 무관심 속에서 끝없이 결핍을 느끼며 살아온 기태. 기태에게 있어서 친구들의 존재는 가족의 대신이었고, 어쩌면 전부였다.

 

가정에서 느낀 결핍이 원인인지 기태는 친구들과의 관계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해간다. 야구를 좋아하고, 이성친구에 관심이 많고, 교실에선 공부보단 친구들과 게임하고 수다 떠는 걸 더 좋아하는. 가만 보면 멀쩡해 보이는 열여덟 남학생이지만, 방심하는 틈을 타 기태는 친구들에게 알 수 없는 행동을 한다.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 법을 몰랐던 기태는 소통의 도구로 폭력을 사용한 것이다. 친구를 옆에 두고 싶었지만 말로 소통하는 것에 서툴렀던 기태는 힘으로 친구를 묶어두고자 했고 결국 친구들은 모두 떠났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당연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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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친구라는 방패로 폭력을 행하는 기태를 억지로 포장해 감싸주지 않는다.

 

말이 아닌 무력으로 친구를 대하고, 오그라드는 진심을 가식으로 매장시켜버린 대가를 철저하게 받게 만들었다. 자신에게 전부였던 친구들 모두가 떠나는 방식으로 말이다.

 

기태가 가장 아끼는 친구 ‘희준’과 ‘동윤’은 결국 영화 말미에 기태에게 이런 말은 한다. ‘난 너 친구라고 생각한 적 한 번도 없어. 너도 없잖아’ 누구에게도 상처만 남는 말. 완전한 진심은 아니겠지만, 단순히 욱해서 나온 말이 아니라 더 아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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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색채감이 하나도 없다. 잿빛이다. 카메라 앵글은 계속해서 흔들린다. 불안해 보인다. 이들의 ‘관계’를 나타내는 듯하다.

 

한 사람도 솔직하지 못한 세 남자의 관계. 기태는 자신에게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표현하지 못했고, ‘희준’은 기태가 자신을 꼬봉처럼 대하는 게 싫다고 말하지 못했고, ‘동윤’은 기태가 아슬아슬하게 하는 행동을 단번에 막지 못했다.

 

애초부터 기태 아버지가 원했던 확실한 가해자나 명확한 원인은 없었다. 기태는 그저 자신이 했던 행동들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줄 몰랐고, 어리석은 행동에 둘러싸여 자신의 진심이 다가가지 못했음을 모르고 있던 것이다.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었다. 이들이 조금 더 성숙했다면. 조금만 더 솔직했다면, 곪지 않았을 때 터트렸다면. 이들은 아마 함께 야구하던 기찻길에서 웃고 있지 않았을까. 미숙한 게 당연하지만 그래서 너무나도 안타까운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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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이 작품을 죽음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됐다며, 학생들의 자살 사건에 대해 행간의 숨은 의미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외면하고 살아가는 세상의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해 ‘파수꾼’ 이 되어 지켜주길 바랐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를 온전히 지킬 수 있을 때 누군가의 파수꾼이 될 수 있다. 자신을 지키는 법을 몰랐기에 누구의 파수꾼도 되지 못 한 이들. 우리는 지금 누구의 파수꾼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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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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