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열기에 바람이 지나듯, 올해도 9월이 지난다. - 연극 '9월'

당신과 만나는 이 자리에서 지금 이 곳의 이야기를 나누다.
글 입력 2019.11.30 00:2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9월재공연포스터이미지파일 _ 세로.jpg

 

 

열기에 바람이 지나듯,

올해도 9월이 지난다.

 

연극 <9월>은 2019년 11월 21일부터 시작하여 24일까지 성동구에 위치한 신한두드림스페이스 아트스탠드에서 진행되었다.

 

기존의 연극과는 다르게 의자를 둥글게 하여 배우와 관객이 함께 참여하는 연극을 한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연극 <9월>은 나에게 어떠한 극을 보여줄까는 기대와 설렘의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장에 들어서니 의자들은 저마다 등을 맞대고 있는 채로 놓여있었다. 원래는 의자를 둥글게 하고 앉는 것으로 알았던 나는 의자를 보며 이렇게 배치한 이후가 무엇인지와 어떻게 의자를 둥글게 만들지 그 과정도 궁금해졌다.

 

노랫소리가 공연장에 울려 퍼지고 연극이 시작되었다. 의자를 원으로 둥글게 만들라는 안내 멘트에 따라 사람들은 일제히 의자를 가져와서 둥그런 원을 만들어 앉았다. 배우가 입장하고 관객 사이에 배우가 앉았다. 공연 포스터에 나와 있는 것처럼 이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각자의 사연들을 털어놓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마주 앉는 것은 생각보다 어색함을 주었다. 앉는 자리의 위치가 생각보다 너무 가까워서인지 서로 바라보기가 민망해서인지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이내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어색함도 있었지만 둥글게 의자를 돌아가며 앉았던 자리 대형이 새로운 경험을 주기도 했다.

 

공연이 진행되었을 때 배우가 옆에서 연기를 할 때 배우를 따라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관객과 배우의 얼굴의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연극은 흔치 않다. 그런데, 배우의 연기에 따라 변화하는 관객들의 표정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나에게는 색달랐고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배우들이 나와 매우 가까운 곳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 대사를 말할 때 호흡과 감정 전달이 느껴져서 배우가 말하는 상황과 말들이 더욱 실재감 있게 다가왔다. 연극을 볼 때면 배우는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고 관객과 떨어져 있어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내 옆에 배우가 앉아 연기를 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바라보니 내가 그 극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시놉시스>
 
 
열기에 바람이 지나듯,
올해도 9월이 지난다.
풍경도 계절도 거짓말처럼 모두 다.
 
우리의 거시사는 끊임없이 단순하게 정의되고 바뀌지만, 나의 미시사는 여전히 거칠고 답답하다. 역사와 뉴스는 계절처럼 나와는 아무 상관없다는 듯 자꾸 변해만 가고, 그 속의 나는 그저 또 매일을 살아낸다.

 


연극 <9월>의 줄거리를 얘기하자면 실로 복잡했다. 한 가족의 이야기 속에 막장드라마와 같은 복잡한 줄거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인물들은 수많은 사건들 속에서 얽히고설키며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로 전개되는데 무너져버린 가족과 각자의 사연을 얘기하는 인물들의 말들이 번갈아가면서 이어졌다.

 

이러한 이야기를 오로지 배우의 '말'로만 표현하였다. 때때로 흘러나오는 음악이 있지만 소도구나 무대 장치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극을 이끌어갔다. 배우의 '말'에만 의존하여 극을 이해하는 것은 관객이 극의 내용을 알기 어렵다는 점이 있었지만 의자를 둥글게 위치하면서 진행하다 보니 감정이 교류되는 것이 가까이 보여서 더욱 극에 집중할 수 있었다.

 

사실 연극 <9월>에 대해 기존에 생각했던 것은 배우와 관객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관객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노래 가사를 받기는 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방식과는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이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배우가 연기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면서 어떠한 일들이 와도 결국에는 열기에 바람이 지나듯 다 지나간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연극 <9월>에서 나왔던 인물들처럼 각자의 사연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것이 좋은 일이던지 슬픈 일이던지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계속되는 법이 없고, 슬픈 일도 마찬가지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처럼 다 지나간다는 것을 이 극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정윤지.jpg

 

 

[정윤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