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 곁에 있는 익숙함들도 언젠간 사라져 버릴지도 모를 - 연극 '우리별' [공연]

너무나 소중하지만 한눈을 팔다가 사라져 버릴 지도 모를 것들에 대한 이야기
글 입력 2019.11.20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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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2, 1
 
타임 시그널에 맞추어 우리별로 떠나는 95분간의 우주여행이 시작되었다. 마치 우주로 여행하러 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연극 우리별 티켓은 우주여행 탑승권으로 꾸며진 티켓과 티켓 왼편에는 'hypersonic'에 체크되어 있어 우리가 짐작할 수도 없는 몇 십 억년이라는 시간을 짧게 압축해서 보여줄 것을 암시하는 듯했다. 티켓을 받으면서 아폴로를 받았는데 처음에는 관객에게 아폴로를 주는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연극을 보다 보니 왜 아폴로를 나누어 주었는지 알게 되었다.
 
극장을 들어서자 무대 중앙을 기준으로 옆으로 둘러싸인 좌석, 무대 중앙에 있는 큰 원형의 판, 그 위에 있는 둥근 조명 그리고 무대 뒤편에는 DJ가 나올 것을 연상케하는 공간까지 그동안 보았던 연극과 다른 무대 구성이라 그런지 연극이 시작되기 전부터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과연 이곳에서는 우리별에 관해 어떠한 이야기가 전개되고 관객에게 들려줄까를 생각하며 연극이 시작하기 전 기대되는 마음으로 좌석에 앉아 무대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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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말하길 연극 우리별은 지구를 어느 평범한 소녀인 '지구'에 빗대어, 태양계부터 우주 끝까지 광활한 거리와 지구가 소멸하기까지 50억 년이라는 인간이 가늠할 수도 없는 시간을 그리고자 하면서 만든 연극이라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라는 행성을 소녀 '지구'로 의인화해서 표현하였고, 지구의 가족들 엄마, 아빠, 할머니, 언니가 등장하며 선생님과 학생은 망원경으로 저 멀리 지구네의 가족이 있는 곳을 멀리서 관찰하는 것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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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가족들의 일상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어쩌면 우리의 일상을 담은 가족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아버지는 회사에 출근하고, 어머니는 가족들을 위해 살림을 하는 현대 가족의 모습과는 사뭇 다를 수 있지만 각자가 맡은 역할에 충실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각자의 세계에서 살다가 돌아오는 모습이 꼭 우리들 같았다.
 
지구는 자신의 생일이 여러 번 다가오고 아빠에게 받은 새 망원경을 통해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자기 안에서 벌어지는 것들에 대해서 흥미로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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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 번의 생일을 맞이하던 어느 날 할머니는 자신의 수명이 다 차서 가족들과 더이상 함께 있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것을 본 지구는 할머니에게 시간을 되돌리면 다시 할머니를 볼 수 있는 것이냐며 시간을 돌리려 거꾸로 돌아가지만 되돌아간다는 것은 모두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을 할머니에게 듣게 된다.

 

지구의 할머니가 말했듯이, 각자 죽음의 시간은 다르지만 그 시간은 언젠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우리가 사는 우주도 영원할 것 같지만 언젠가는 소멸하게 되고 말 것이고, 우리의 육체도 그때가 오면 자연의 순리대로 흙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은 어떨까. 나의 가족들, 친구들, 동료들, 연인. 우리는 유한한 시간 속에서 수없이 많은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결국 모든 만남의 끝은 헤어짐이라는 것을 알지만 실제로 그것을 깊게 생각하거나 신경 쓰지 않고 때로는 회피해버린 채 살아간다.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을 주어도 모자를 시간. 오래 함께 일 것 같은 사이도 시간이 흐르면서 익숙해져 버리고 그 익숙함에 젖어 떠나가고 사라져버리기 마련이기에 연극 우리별이 말하는 것처럼 사라지고 나서야 깨닫기 전에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익숙함에 대해 소중함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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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별 연극에서 모든 인물들이 매력적이었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지구와 달님이 인상 깊게 남았다. 첫 만남이 있던 날. 조금은 어색하지만 지구와 달님은 서로의 이름을 확인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점차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게 된다. 그리고, 각자의 인생에 한 편에 깊게 자리 잡는 친구로 발전해간다.

 

이것은 지구와 달님이 소꿉놀이를 하던 어린 시절부터 공부에 매진하던 중학생, 고등학생을 지나 연애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대학생을 거쳐 어른이 되어가고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다 어느덧 노년에 접어들어 할머니가 되는 모습까지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인생의 스펙트럼을 짧은 시간에 보여준다. 이 장면은 빠르고 재밌게 진행되었지만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 한 곳에서는 아련함과 왠지 모를 슬픔이 밀려왔다. 영원할 것 같았던 둘의 사이도 멀어질 때가 왔다.

 

지구와 달이 매해 년 마다 3.6cm씩 멀어지는 것처럼 영원할 것만 같았던 둘의 사이도 멀어지게 되는 날이 다가왔다. 시간이 지나서 지구와 달님이 조금씩 멀어져 결국 큰 목소리로 말해야 들릴 정도로 멀어져 버린 사이가 되었을 때 달님은 지구에게 자신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읽어줄 때는 아련함, 아쉬움, 먹먹함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느껴졌다.


연극 우리별은 무대, 음향, 조명, 배우들의 열연, 연출, 시나리오 등 모두가 뛰어난 데 이것들이 한 데 모여져 더 크게 빛났던 연극이었다. 특히, 연극에서 랩이 나오는 새로운 시도는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었고, 장면마다 우리의 공감대를 자극하며 감동을 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력과 대사의 전달력 그리고 120bpm 비트와 음악에 맞추어 서로 주고받은 대사들을 완벽하게 하는 것을 보고 정말 많은 연습과 노력을 하셨다는 것이 보였다.

 

이번 연극 우리별을 통해 나 또한 '우리별 앓이'를 하게 되었다. 한 번만 보는 것은 아쉽고 여러 번 본다면 볼 때마다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어 여러 번 본다고 해도 추천하고 싶은 연극이다.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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