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들의 사랑", 20년도 넘어 다시 열린 그들의 콘서트 [공연]

글 입력 2019.11.20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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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jpg

 

 

대학로를 방문할 때면, 학창시절부터 모았던 친구들의 편지를 문득 꺼내보던 날처럼 마음이 저릿하다. 중학교 시절 마로니에 공원에서 백일장에 참여해 시를 썼던 기억부터, 대학교 때 남자친구와 크리스마스에 공연을 보러 갔다가 한바탕 싸우고 울면서 집에 갔던 날, 그리고 울적할 때 좋아하는 티룸을 찾아 스콘과 로즈마리 차를 마셨던 기억까지 전부 머리를 스친다.

 

본디 과거를 회상하는 데에는 재능이 없는 내가 유독 대학로의 추억들은 생생히 떠올릴 수 있는 걸 보면, 이 동네와 옛 추억 사이에 기묘한 궁합이 존재하는 것이 틀림 없다.

 

이번에 관람한 대학로의 뮤지컬 “우리들의 사랑”은 한국인들이 정말 사랑했던 과거의 세 가수를 회상하고 기리기 위한 공연이었다. 친구와 함께 찾은 대학로는 그날따라 거세게 비가 내렸고, 뮤지컬에서 김현식 가수의 노래 ‘비처럼 음악처럼’을 들으며 오늘의 기억도 오래 남겨지리라 생각했다.

 

“우리들의 사랑”은, 소개글을 보며 짐작했던 대로 뮤지컬보다 콘서트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15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중 체감 상 100분 가량은 노래로 꽉꽉 채워져 있었고,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의 노래들 중 유명한 명곡은 대부분 다뤄진 것 같았다.

 

각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아우라와 대사에서 실제 고인들의 성격을 반영하려는 연출팀의 노력이 느껴졌다. 세 배우들의 연기력 및 가창력은 모두 훌륭했지만, 그 중에서도 김현식 역할을 맡은 배우님의 목소리는 압도적이었다. 공연장 전체를 울리며 관객들 전부를 들썩이게 했다.

 

 

김미진.jpg

 

 

<시놉시스>
 

故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은 천국에서 밴드를 결성해 사람들(망자)을 위해 매일 라이브 콘서트를 하며 천국 생활을 하고 있다.
 
세 사람은 가끔씩 재미 삼아 내려다보는 현실 세계에서 자신들과 자신들의 노래를 멘토로 삼아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꾸고 있는 이초희(29)의 노래를 듣고 삶을 보게 된다.
 
초희는 아버지의 반대에 불구하고 자신이 꿈꾸는 음악과 뮤지션의 삶을 지키기 위해 퍽퍽한 삶의 일상을 꿋꿋하게 견뎌낸다. 초희의 꿈을 향한 열정과 일상을 지켜보던 세 사람은 이상한 끌림이 발동해서 옥황상제에게 하나의 조건을 걸고 간청을 해서 초희의 뮤즈(수호천사)가 된다.
 
故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은 초희의 수호천사가 되어서 나이 순대로 현실 세계에 내려와 초희를 도와주기 시작하는데...

 

 

공연의 스토리는 천국에 간 세 가수들이 이승의 싱어송라이터 ‘초희’의 멘토가 되어주고자 잠시 내려오는 내용이었다. 초희 역할을 맡은 김미진 배우님의 청아하면서도 강단 있는 목소리가 가장 인상 깊었다.

 

실은 스토리 자체가 상당히 빈약했던 탓에 ‘초희’라는 인물이 겪게 되는 음악 산업에서의 고초가 잘 와닿지 않았지만, 배우님의 뛰어난 역량이 시놉시스 상의 미비점을 충분히 메워주는 느낌이었다. 공연을 보고난 뒤 김미진 배우님의 팬이 되어 인스타그램까지 찾아 보았는데, 아직 가창력에 비해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분이었다. "우리들의 사랑"을 기반으로 더 다양한 작품에서 이 분을 만날 수 있기를.

 

하지만 "우리들의 사랑"이 창작극에 초연인 만큼, 시놉시스와 연출에서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초희의 친구는 공연의 감초 역할을 하는 것 외에 스토리 전반에서 아무런 역할도 담당하고 있지 않았고, 초희가 안정적인 직장을 강요하는 아버지와 겪는 갈등의 내용도 평면적, 신파적이어서 도리어 작품의 완성도를 저하한다고 느꼈다. 물론 이 공연의 핵심은 故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의 원곡들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고 살려내는 데에 있었기 때문에, 위의 작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만족하며 관람했다.

 

 

우리들의 사랑2.jpg

 

 

초희가 세 명의 가수들과 함께 콘서트를 열면서 뮤지컬이 마무리되었다. 이 때 '먼지가 되어'를 비롯하여 무대의 에너지를 높일 수 있는 박자감 있는 곡들이 연주되었고, 나 역시 몸을 들썩이며 배우들과 극의 마지막을 아쉬워했다.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의 곡들 외에도 이 뮤지컬에만 있는 초희의 자작곡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김미진 배우님의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당찬 곡들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객석에는 나와 친구처럼 20대로 보이는 분들도 많았지만, 다른 대학로 공연에 비해 중년층으로 보이는 관객들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우리들의 사랑"에서 예전의 추억을 되살리고 좋아했던 명곡의 재해석을 접해보고자 방문한 분들인 것 같았다. 세대를 불문하고, 추위로 인해 자꾸만 찾아오는 무기력을 상쇄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공연이었다.

 

 

우리들의 사랑 포스터.jpg

 





우리들의 사랑
- ACOUSTIC MUSICAL -


일자 : 2019.11.01 ~ 2020.01.05

시간

11.01 ~ 11.29

화/수/금 저녁 7시 30분

토/일/공휴일 오후 4시

 
11.30 ~ 12.29
화/수/목/금 저녁 7시 30분
토 오후 4시/7시
일/공휴일 오후 4시
12.25 오후 4시
 
12.31 ~ 01.05
화/목/금 저녁 7시 30분
토/일 오후 4시
01.01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티켓가격
전석 50,000원
 

기획

LP STORY

 

제작

㈜ 크림컴퍼니, LP STORY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공연시간
150분



 

 


[이창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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