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달항아리가 담는 것은 [시각예술]

강익중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글 입력 2019.11.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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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본관 1층에는 거대한 은하가 떠있다. 정사각형 나무 패널에 그려진 달 항아리 88개가 가로로 긴 사각형을 만들어, 마치 은하수를 보는 것 같은 장관을 연출하는 것이다. 언뜻 보면 모두 같은 달 항아리 같지만, 각기 다른 빛깔과 붓질로 칠해진 작품들이 모여 총 468 X 643.5라는 엄청난 크기를 이루는 작품이 강익중의 <88개의 소원들>이다.

 

 

 

아르바이트로부터 시작된 그림


 

개별적인 것을 모아 통일된 하나를 형성하는 그의 작품은 홍익대 미술대학 졸업 후 뉴욕으로 떠난 유학시절부터 시작한 것이었다. 하루 12시간 점원 일을 했던 그는 그림 그릴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3x3인치의 작은 캔버스를 만들어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의 모습과 일상의 단편, 영어 단어 등 문자나 기호, 그림 등을 그려 넣기 시작하였다.

 

이런 다양한 이미지들 수천 개가 모여 강익중 자신으로 표현되어 (1992), <모든 것을 던지고 더해라>(1994) 등의 작품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활동 중에 1997년 베니스비엔날레를 기점으로 그는 어딘가 허전한 느낌을 받았고, 그것을 해소할 방법으로 미술관 전시보다 대규모 공공 프로젝트 중심으로 활동하기 시작하여 <십만의 꿈>(1999), <행복한 세상>(2000), <놀라운 세상>(2002), 광화문 복원 공사 가림막 설치그림 <광화에 뜬 달>(2007)과 같은 작품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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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의 변화된 작품 행보 중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있다면 바로 ‘달’이라는 이미지이다. 예로부터 정월대보름이 되면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전통이 있었으며, 근래에는 달이 평소보다 크게 관측되는 ‘슈퍼문’이 뜨는 날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이러한 제의적 의미를 담고 있는 만월을 닮은 달 항아리는 강익중의 작품에서 더욱 그 의미가 확장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달, 소원, 역경


 

그가 달 항아리라는 소재를 직접적으로 작품에 옮기게 된 계기는 2004년 <꿈의 달> 프로젝트이다. 141개국 12만 6천 명의 어린이들이 그린 정사각형의 작품을 모아 일산 호수 공원에 띄운 지름 15미터의 구는 계획했던 완벽한 만월의 달이 아닌 다소 주저앉은 형상이 되었는데, 이를 본 순간 강익중은 어린 시절 집에서 본 달 항아리를 떠올렸다. 이런 우연한 계기로 강익중은 두 개의 반죽이 하나로 합쳐져 불이라는 가혹한 시련을 거친 뒤 완성되는 달 항아리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는 항상 작품을 모든 것의 근원인 자신으로부터 출발하여 만들었고, 자신이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를 작품의 이슈로 표출하였기에 한반도의 분단문제와 인류의 행복, 세계의 갈등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런 강익중에게 달 항아리는 남과 북으로 나뉜 한국의 현실, 많은 고난을 거쳐 온 역사가 완성하는 하나의 작품이자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담는 이미지로 연상된 것이다.

 

더불어 남북 분단의 해소가 세계 평화에 다가가는 발걸음이라 생각하는 강익중은 한국적인 화해의 이미지가 나아가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평화의 이미지로 승화될 수 있다고 믿었다. 모네가 루앙 대성당이라는 한 대상으로 수십 점을 그렸듯이, 강익중은 이러한 생각을 달항아리가 가지는 여러 빛깔을 통해 다양한 사이즈와 느낌으로 <달항아리>(2006), <작은 달항아리>(2007), <광화에 뜬 달>(2007)과 같은 작품으로 표출하였다.

 

 

 

한국적 이미지보다는, '연결'


 

이처럼 그는 한국적인 이미지를 통해 세계적인 의미를 담는다. 그의 작품을 볼 때 주의할 점은, 리처드 마이어가 ‘정체성’에 대해 논의할 때 언급하였듯 강익중의 정체성이 선입견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달 항아리라는 소재를 좋아하는 이유는 한국적이라서 보다 ‘연결’이라는 주제 때문이라 밝힌 바가 있다. 한국적 이미지들로 남북의 화해를 추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세계인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강익중의 뜻은 2013년 순천 정원 박람회에서 175m의 <꿈의 다리>로 이어져, 2016년 <집으로 가는 길>을 통해 실향민들의 꿈을 런던 템즈강 위에 띄워 끝없이 확장되고 있다. 앞으로도 그의 작품은 하늘에 뜬 달보다 우리 옆에 가까이, 그리고 구체적으로 전세계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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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루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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