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이 지나고 수능이 끝났다. 생일 날에 수능을 보았던, 이제는 꽤 지난 그 날이 생각도 나면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싶어 진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수능 날이 되면 항상 추워지는 것 같다. 비가 오면서 더욱 추워진 날씨에 손과 발은 시리고, 코는 빨개진다. 추워서 잔뜩 웅크린 몸은 무거워진 겉옷에 눌려 더욱 더 움추러든다. 수족냉증을 달고 살기 때문에 마트에 가서 핫팩을 대량구매 해왔다. 매일 아침 학교 가는 길에 열심히 흔들면서 가야지.

최근 들어서 조금 바빠졌다. 봉사활동도 가끔 다니고, 중간고사가 끝났지만 과제가 쏟아지면서, 약속도 많아진 것 같다. 대학교에 들어온 이후로 계속 해온던 알바도 쉬고 있지만, 이게 그 악명높은 '사망년'이라는 대학교 3학년인지, 몸은 왠지 더 고된 느낌이다. 아 그리고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도 함께 시작되었다. 내 23년 인생에서 가장 생각이 많은 요즘인데 글로써 내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길. 열심히 해야지. 열심히 해보자.

할 일은 참 많은데,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몸은 바쁘게 움직이고는 있는데, 잘 해내고 있는 건지 몰라서 걱정이다. 가끔씩 보이는 친구들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뚝딱뚝딱 멋지게 살고 있는 것 같던데, 나는 그 중에 한 가지를 해내기도 벅찬 느낌이다. 내 능력이 부족인 탓일까, 노력이 부족한 탓일까. 취업은 할 수 있을까? 주기적으로 이런 생각 속에서 혼자 헤엄치다, 우울감을 던져버리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해야지! 하며 어두운 방에서 은은한 조명 하나 켠 채, 맥주 한 캔과 함께 나의 인생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n번째로 또 본다. 이게 뭐라고, 기분이 나아진다. 오늘 힐링했으니까 내일부터 또 열심히 살아야지. 학교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 대신 괜히 계단으로 향하고, 집에 바로 오려다가 도서관에도 들렀다가, 운동을 해야지 싶어서 요가 수업도 다녀오면 그 날 밤은 눕자마자 잠드는 피곤하지만 보람찬 하루가 완성된다.

이렇게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종강을 하고 나면 금방 크리스마스다. 내가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캐롤 리스트를 또 꺼내야겠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계절 불문 나의 플레이리스트에는 항상 캐롤이 한 곡은 들어있었는데, 올해는 왜 안 듣게 되었던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면 올해가 끝나고 또 새해가 찾아오겠지? 이번 겨울에는 꼭 자격증도 따고 알차게 보내야지! 이 곳, 저 곳 열심히 찾아다니며 경험치를 많이 쌓아서 얼른 멋진 어른이 되어야겠다.

어제는 시골에서 가족들과 함께 김장을 했다. 어른들이 다 하신 거지만, 열심히 돌아다니며 잔심부름을 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 그리고 몇 주 만에 집에 돌아온 탓에 오랜만에 본 엄마와 꽉 채워 시간을 보냈다. 가족들한테 잘해야지.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주변 사람들을 잊지 말자. 힘든 건 반만 느끼고, 감사함은 두배로 느끼는 사람이 되어보자.

근데 내일 월요일이네,,

벌써…?

2019 11월 17일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