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추억, 뮤지컬을 완성하다 - 우리들의 사랑 [공연]

글 입력 2019.11.17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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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입장 전부터 공연장 입구는 관객들로 붐볐다. 대부분 비슷한 연령층의 사람들이었다. 나는 엄마와 함께 공연을 보러 갔는데, 주로 엄마 또래의 관객들이 많았다. 그들은 포스터 앞에서 사진을 찍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다 같이 옛날이야기를 하며 공연을 기다렸다. 모두 즐거워 보였다.


공연장을 관객들로 가득 찼고, 모두 공연을 기다리는 설렘이 표정에서 드러났다. 관객들은 소책자에 적혀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하나하나 짚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곡들이 많았지만,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 곡들은, 분명 엄청난 명곡들이었을 테다.


나는 뮤지컬 <우리들의 사랑> 공연 그 자체도 좋았지만, 그보다 공연을 대하던 관객들의 마음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 그들에게는 분명한 유대감과 그리움이 있었다. 그 감정들이 공연장 내에서 울리며, 더 큰 감동을 만들어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 특성상, 줄거리는 단조로운 편이었지만, 그 허전함을 음악과 관객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채워나갔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빈틈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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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추억"이란 두 글자에 큰 힘을 싣고 진행된다. 관객이 각자의 회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인물들은 함께 추억을 나눈다. 뮤지컬 속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은 살아있던 시절의 이야기를 나누고, 그 당시 있던 일들을 추억한다. 관객은 그들이 이야기를 들으며 "맞아, 맞아"하고 함께 추억 속으로 빠진다.

끈끈한 관객층의 유대감에 나는 함께할 수가 없었다. 그들과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내게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게 공연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신기하고, 즐거웠다. 특정 이야기에 관객들이 웃고, 울고, 손뼉 치는 모습이, 잠시 그들이 과거로 간 게 아닐까 싶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엄마 또래의 관객이 어린 소녀 같은 표정과 반응으로 공연을 보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추억이라는 게 사람들을 얼마나 움직이는지 느낄 수 있었다. 관객은 그들의 추억 속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의 등장만으로도 태도를 달리했다. 작은 것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과거의 기억을 되짚으려 했다. 나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무언가를 그들은 계속해 느꼈다. 주위 관객들의 표정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들에게 이 공연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마법 주문과도 같았다.

 

살아있는 추억


뮤지컬 <우리들의 사랑>의 가장 특별한 점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추억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들의 사랑>은 추억을 회상하기 위해 과거를 펼쳐놓지 않는다. 모든 것은 현재진행형이다. 과거에 존재하던 가수들과 현실의 '초희'가 같은 공간에 등장함으로써 뮤지컬은 추억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뮤지컬을 보며 관객은 "이때 이랬지"를 넘어, 현재의 그들을 상상하게 된다. "그들이 진짜로 천국에 있다면"이란 상상은 현실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관객을 즐겁게 한다. 꼭 말이 안 되는 것만도 아니란 생각도 든다. <우리들의 사랑>에서, 그들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이 현재 살아있든 아니든, 그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공간에서만큼은 현실이다.
 
관객은 그러한 설정에 의해 "돌아보는" 추억회상을 넘어서, "지금, 이 순간의" 추억을 쌓는다. 엄마는 공연이 끝난 후, "그들이 정말 천국에 갔다면, 이 공연장 어딘가에서 함께 공연을 즐기고 있었을 것 같아."라고 말했다. 정말 그렇고 말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뮤지컬 <우리들이 사랑>이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을 얼마나 생생하게 현실로 초대했는지가 중요했다. 나는 엄마의 말에 "정말 그럴 것 같아."라고 아주 자연스럽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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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공연장 내에 죽어있던 것은 없었다. 모든 것이 살아있었고, 관객과 배우는 모두 그들이 살아있다는 설정을 즐겼다.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리는 공연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이 현실에 더는 없다는 사실을 부각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쩐지 공연이 끝난 후 "끝"이 더 크게 다가올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들의 사랑>은 "끝"에 대해 갖고 있던 관객들의 상처를 전부 씻어주는 역할을 해냈다. 오히려 끝이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들이 현재 존재하는 곳이 진짜 천국이든, 혹은 우리의 마음속이든, 존재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실히 느끼게 했다.

 
 
사랑하는 추억

 
뮤지컬 <우리들의 사랑> 공연장 내에는 애정이 넘쳤다. 공연을 제작한 사람도, 배우도, 관객도 전부 이 공연과 3명의 가수에게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뮤지컬의 대사와 노래의 선정, 극 중 '초희'의 그들을 향한 마음에서 특히나 그 애정이 드러났다.

엄마는 "공연을 제작한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는 마음으로 만든 게 느껴져."라고 말했다. 뮤지컬 <우리들의 사랑>은 "덕심"과 "존경심"이 섞인 애정이 담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캐스팅이나 노래, 대사에 신경 쓴 것뿐 아니라, 각 인물의 실제 성격과 특성을 반영을 많이 했고, 이 점은 연출가가 그들의 음악을 넘어 그 셋을 인간적으로 얼마나 알고, 좋아하는지를 느낄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이런 부분에서 관객이 가장 많이 환호했다.

이런 섬세하고 애정 어린 연출 덕에, 관객들은 더욱더 편하게 그들과 그들의 음악을 향한 사랑을 표현했다. 누군가는 극이 끝나갈 때쯤 훌쩍이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노래를 따라 불렀으며, 누군가는 함성을 질렀다. 죽었고, 살았고, 연기고, 아니고 다 떠나서 정말 그곳은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의 콘서트 현장 같았다. 공연은 후반부를 향할수록 그 애정으로 더욱 무르익었다.

관객들은 공연을 최선을 다해 즐겼다. 마치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인 것 마냥 순간에 흠뻑 빠져들었다. 공연 내용이 어떻고, 줄거리가 재미있고는 그들의 관심 밖이었다. 공연 후 나가는 길에는 음악만이 가득했다. 관객은 음악과 애정, 추억만을 담은 채 공연장을 떠났다. 그 발걸음마저도 애정이 깃들어 있는 게 느껴져 나까지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 님을 사랑하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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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시작되기까지 좌석에 앉아 기다리며,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대학생 때쯤 이들의 공연을 보러 다녔는데, 시간이 흘러 딸과 함께 이들을 추억하는 공연을 보러 오네." 아마 나보단 엄마에게 더 생소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엄마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한 것 같아 뿌듯했다. 추억에 잠긴 엄마와 관객들을 바라보는 것이 즐거웠고, 그 속에서 나도 함께 그들의 음악을 즐길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음악이란 참으로 위대하다는 것을 느꼈다. 음악에 담긴 관객들의 추억, 이야기가 전부 어우러진 그 공간을, 나는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최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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