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조용히 비밀을 말하는 자리, 연극 '9월'

글 입력 2019.11.1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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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매년 9월 무렵이면 가을 타기가 시작된다. 에어컨을 틀지 않고, 얇은 외투를 걸쳐 입기 시작하면 9월이 시작한 것이다. 청명한 하늘 아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길을 걷다 보면 어쩐지 싱숭생숭한 기분이 든다.

 

벌써 여름이 갔는가. 한 해가 다 지나고 할 일은 옷이나 두껍게 입고 다가올 겨울을 준비할 일밖에 안 남았구나. 어렸을 적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소식 끊긴 인연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말은 살찌고 인간은 감성이 부푸는 가을. 동시에 이 외로움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계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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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쓸쓸한 건 나만이 아니었나 보다. 극단 907이 11.21부터 11.24일까지 나흘간 왕십리 '아트스탠드'에서 연극 <9월>을 공연한다.


 

<시놉시스>

 

열기에 바람이 지나듯, 올해도 9월이 지난다.

풍경도 계절도 거짓말처럼 모두 다.

 

우리의 거시사는 끊임없이 단순하게 정의되고 바뀌지만, 나의 미시사는여전히 거칠고 답답하다. 역사와 뉴스는 계절처럼 나와는 아무 상관없다는 듯 자꾸 변해만 가고, 그 속의 나는 그저 또 매일을 살아낸다.

 

말할 상대가 필요해요.

난 어때요?

비밀, 지켜줄 수 있어요?

그럼요.

어떤 것도?

 

2019년 9월,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려 이곳에 모였습니다.

당신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있나요?

 

 

<9월>은 지난 2018년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초연을 선보였던 작품이다. 이번 2019년 공연은 초연과는 다르다.  2018년의 <9월>이 '기차역'에 머무는 인물들이 역무원과 관객에게 자기 사연을 풀어놓는 방식이었다면, 2019년의 <9월> 은 '공론장'이라는 연극적 공간을 활용한다.

 

이 '공론장'이 과연 무엇일까? 2019년의 <9월>은 배우가 관객과 가까이 앉아 공연한다는 점에서 상상해볼 수 있다. 관객으로서 우리는 일렬로 객석에 앉아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9월>의 원형의 공론장에서도 우리가 그런 심리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배우가 한뼘 옆에서 자신의 진솔한 마음을 연기한다면, 관객도 배우와 같은 조명을 받고 앉아 있다면, 관객도 연극의 일부로서 어떤 변화를 경험하지 않을까?

 

이쯤에서 <9월> 기획 노트의 일부를 인용해보자.

 

 

객석에 앉아 무대의 기차역과 인물들을 바라봤던 초연과 달리, 2019년에는 객석과 무대를 분리하지 않은 공간에서 배우와 관객이 가까이 만남으로 서로가 이야기의 인물이 될 것이다. <9월>은 타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이야기가 되는 연극이다. 문제를 풀 듯 해석의 정답을 찾지 않아도 되는, 각자가 솔직하게 감각하고 공감하면 될 뿐인, 만남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 연극이 되길 바란다.

 

 

<9월>이 이번에 '공론장'이라는 단어에 무엇을 염두에 뒀는지도 기획 노트에서 찾을 수 있다.


 

공론장 - 현대의 우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무시로 '공론장'을 만나곤 한다.

 

 

이 한 줄이 함의하는 바가 상당히 많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무시로 만나는 공론장이 무엇인가. 공감과 연대의 장이라기보다는 서로를 물어뜯고, 자기 의견을 주입하거나, 내 편이 꼭 이겨야 하는 다툼의 장인 경우가 대다수이지 않은가. 이런 공론장이 무시로 벌어지면 피로감과 차라리 아무 말도 않는 게 낫겠다는 무기력에 빠진다.

 

동시에 공론장이라는 단어는 공적인 문제에 대해 논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공적인 문제. 외국에서 벌어지는 시위. 전쟁. 우리나라의 사건 사고. 법적 분쟁과 정치판의 이슈들. 공론장에 오를만한 주제는 이런 것이 아닐까. 신문과 뉴스가 다루니 중요하긴 할 텐데, 막상 일상을 살다 보면 전부 티비 속의 이야기일 뿐이고 내 생활을 변화 시켜 주지도, 와닿지도 않는다.

 

이렇게 말하기의 주도권이 방송사와 언론사만 즐기고 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매일 소시민의 삶을 영위해야 하는 우리는 가만히 목소리 큰 사람의 말을 듣고 있는데 익숙해져 버렸다. 하지만 우리가 목소리 내어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다면, 가을날 길바닥에 떨어진 낙엽처럼 외로울 것이다. 세상과 내가 연결되어 있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부라는 느낌을 받으려면 진실한 고백과 소통의 시간이 필요하다.

 

평가나 잣대 없이, 눈을 마주치고 조용히 곁에 앉아 자기 비밀을 털어놓을 때, 구경꾼이나 할 법한 평가의 잣대는 사라질 것이다. 대신 환한 조명 아래 이해와 공감의 순간이 피어날 것이다. 우리는 어떤 비밀을 듣고, 어떤 비밀을 털어놓게 될까? 비난을 받거나 자기자신을 정당화해야 한다는 걱정 없이, 자기 삶에 대해 어디까지 털어놓을 수 있을까? 

 

단순한 이분법과 공허한 시사 논의만 난무하는 대화의 장에 지친 사람들에게 연극 <9월> 이 위로의 장을 선사하리라 기대한다. 배우와 관객이 함께하는 연극. 우리가 가기 전까지 공연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나흘간 같은 공연은 하나도 없으며, 한 공연이 끝날 때까지 배우도 관객도 어떤 이야기가 될지 모르는 작품이라니, 두근거린다.

 

 

<극단 907>

 

907은 

주변의 상징과 은유를 찾아,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합니다.

소중한 만남과 대화의 자리가 그러하듯,

당신과 만나는 지금 이곳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9월
- 2019 유망예술가 후속지원사업 -


일자 : 2019.11.21 ~ 2019.11.24

시간
평일 오후 8시
토/일 오후 4시

장소 : 언더스탠드에비뉴 아트스탠드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기획
907
 
후원
서울문화재단
신한은행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공연시간
90분




 

 



[김나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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