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눈사람] Prologue: 안녕을 묻다

글 입력 2019.11.1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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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이다 못해 자동으로 나오는 우리의 인사말이다. "그래, 안녕" 하고 대답한 후 우리는 안녕을 돌아보지 않는다. 나의 안녕도, 너의 안녕도.


안녕: 安寧 (편안 안, 편안할 녕)
 

안녕이 한자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는 많이 놀랐다. 반사적으로 건네던 인사말 안에 "별일 없이 편안하니?"라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사실에 두 글자 안에 담긴 온기를 느꼈다. 하지만, 갑자기 나에게 '안녕'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안녕을 묻는 일도, 답하는 일도, 전과 같지 않아졌다.


"안녕?"이란 말에 가볍게 "응, 안녕!"하고 지나치곤 했지만, 나는 정말 '안녕'할까? 나에게 인사를 건네던 그는 어땠을까? 그는 정말 '안녕'한 걸까? 우리는 서로의 안녕을 진심으로 묻고, 빌어준 적이 있었을까? 혹시 그저 말 뿐인 "안녕" 너머로 안녕하지 못한 우리의 마음을 감추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안녕을 묻다 


 

대학생 하면 떠오르는 과제, 시험, 알바, 교환학생, 취업 등, 꽤 "평범한" 대학 생활을 하는 친구에게 "안녕"을 물었다. 그녀는 휴학 후, 교환학생을 위해 아르바이트와 어학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는 자주 보지 못했지만, 가끔 서로에게 인사를 건넸고, 어쩌면 나는 그녀가 늘 '안녕'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녀는 정말 '안녕'할까?


*인터뷰 질문에 함께 답해보세요.

 

 

Q. 안녕하세요?


A. 안녕하세요.

 

 

Q. 안녕은 편안 안, 편안할 녕, 당신의 마음이 현재 편안한지를 담고 있어요. 정말 안녕한가요?


A. (망설이다) 저는 요즘은 안녕해요. 휴학 후에 계속 알바를 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지난주에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후로 많이 평온해졌어요. 사실 지난주는 안녕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여행 후에 여러 스트레스가 줄어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안녕한 상태에요.


 

Q. 당신을 안녕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요즘은 주로 알바에 전념하다 보니, 일하며 쌓이는 스트레스가 가장 큰 것 같아요. 함께 일하는 사람과 맞지 않을 때 가장 힘들어요. 또, 교환학생 준비가 마음처럼 잘 안 되는 것이 불안하기도 해요. 그리고 아무래도 3학년이다 보니, 졸업과 취업에 대한 고민도 많아요. 다들 그러겠지만, 미래의 불확실성에 겁을 많이 먹는 것 같아요.


 

Q. 안녕하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하나요?


A: 저는 아직 스트레스 푸는 방법을 찾지 못했어요. 저의 안녕하지 못함은 거의 스트레스가 원인이기 때문에 스트레스 푸는 법을 찾고 싶어요. 하지만 저는 손재주도 없고, 운동을 잘하지도 못해서 어떤 취미를 가져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 푸는 법을 많이 묻고 있어요. 마땅히 해소할 방법을 모르니 더 많이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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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타인이 당신이 안녕하지 못한 마음을 잘 알아주나요? 왜 그런 것 같나요?


A: 저는 사실 얼굴에 티가 많이 나는 성격이라 주변 사람들이 잘 알아줘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티 내는 저의 모습을 좋아하지 않아요. 제가 티를 내면, 주변 사람에게 민폐가 된다고 생각해요.


 

Q. 당신은 타인의 안녕을 잘 묻나요?


A: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의 안녕을 진심으로 생각한 적이 적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껏 쉽게 "안녕" 하던 것들이 조금은 형식적인 인사말이 아니었나 싶어요.


 

Q: 안녕하지 못한 타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음... 대충 살자? 조금은 힘을 빼고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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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꿈꾸는 삶의 모습이 있나요?


A: 저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저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Q: 왜 현재는 이루지 못하고 있나요?


A: 마음을 편하게 갖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최근에는 알바를 같이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퇴사하면 그 후에 안 볼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조금 편안해졌어요. 하지만 일주일에 5일 6시간 반씩 함께하는 사람들이라 저도 모르게 정을 주고 상처를 많이 받네요. (웃음) 같이 일하는 사람들 중 마음이 맞는 사람은 기껏 한두 명이라 저한테 문제가 있나 싶을 때도 있어요. 그래도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많이 이겨내고 있습니다. 아직은 어리고 겁이 많아서 늘 노력하는 중이에요. 언젠가는 저도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겠죠?


 

Q: 당신의 안녕을 이야기해줘서 고마워요. 조금 더 힘을 빼고 살아도 괜찮다고 꼭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남은 하루도 안녕하길 바라요. 안녕히 가세요.


A: 당신의 안녕도 바라요. 안녕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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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척, 괜찮은 척, 밝은 "안녕!"을 외치며 살아내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마음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어른이 되어 가며 타인의 안녕도, 나의 안녕도 점차 무뎌지는 것 같다. 누군가와 눈을 맞추며 "편안한가"를 이야기하는 일이 쉽지 않다. 녹아내릴 것 같아서, 더 움추러든다.


따뜻함이 그리우면서도 그 온기에 녹아내릴까 두려운 마음. 안녕하지 못한 마음을 들키면 왈칵 울어버릴 것 같은 걱정. 언젠가 들이닥칠 봄에 나만 홀로 뒤처지진 않을까 싶은 마음. 우리 마음속 작은 눈사람의 이야기이다. 눈사람에게 안녕을 묻고 싶다. 진심을 담아, 서로의 안녕을 나누고 싶다.

 

세상의 모든 눈사람에게 <안녕, 눈사람>을 바친다.

 

 



[최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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