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조커를 닮은 얼굴, 베이컨의 자화상을 보러 다녀오다. [시각예술]

파리 퐁피두미술관 프랜시스 베이컨 전시회
글 입력 2019.11.0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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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핫한 영화가 있다면 <조커>를 꼽을 수 있겠다. SNS를 보니 얼마 전 할로윈 분장으로도 조커의 일그러진 분장이 인기가 많았던 듯하다. 그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커는 아무래도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히스레저가 연기한 좀 더 사악하고 광기가 가득한 조커이다.

 

당시 크리스토퍼 놀란이 히스레저의 조커를 구상할 때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진 작품이 있다. 바로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들이다. 사실 조커를 보았을 때보다 베이컨의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의 생생한 충격을 아직 잊지 못한다.

 

대학교 초반에 런던 배낭여행을 하면서 들렸던 미술관에서 처음 베이컨의 그림을 접했다. 얼굴과 몸 모든 형태가 일그러져 있고 살과 뼈와 피까지 드러나 있는 기괴한 그의 그림은 사람 모습이 아니라 사람 고기를 그린 것 같아서 불쾌한 기분이 올라왔다. 괴물 같은 표정은 쉽게 잊히질 않았다. 베이컨의 그림들은 너무 특징적이어서 그 뒤에도 우연히 그의 작품을 접할 때에도 쉽게 구분이 되었다.

 

내 취향이 점점 그로테스크해지는지 보다보니 이상하게도 그의 작품이 예전처럼 기분 나쁘게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새로운 매력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파리 퐁피두미술관에서 열리는 베이컨의 전시회에서 그만의 기괴한 그림이 가진 매력을 흠뻑 느끼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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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주는 불쾌함에 대해서 철학자 들뢰즈는 날것의 감각을 형상화하는데 성공했다고 표현했다. 누가 봐도 한 눈에 알겠지만 그가 그리는 것은 어떤 사물을 재현 따위가 아니다. 그는 자화상을 그렸다. 제목은 분명 자화상이지만 그런데 그것은 얼굴이 아니다. 눈, 코, 입은 형편없이 일그러져서 구분하기 힘들고 실제 얼굴 모습과는 전혀 닮지를 않았다. 그저 신체로서의 머리이자 움직임 자체를 그린다.

 

그러면서도 자화상이라는 제목을 달아 대상을 그렸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가 그린 것은 무엇일까? 자기 자신의 형상이자 그 안의 공포와 깊은 어둠, 울분과 같은 감정이다. 어쩌면 우리의 모습 그 자체이다. 닮은 구석이 없느 자화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상하게도 비슷한 면도 있는 것만 같다. 불쾌한 매력이 느껴진다. 도대체 베이컨은 어떤 삶을 살았기에 이런 그림을 그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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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어린 시절은 다소 불행했다. 동성애자인 그는 자신의 성적 취향 때문에 아버지에게서 학대를 당하며 정체성을 부정당했고 천식이 심해서 공교육도 받지 못했다. 당연히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가난한 떠돌이로 매춘을 하며 살아가다가 우연히 일하게 된 인테리어 회사에서 그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화가로써 나름 일찍이 인정받았고 경제적으로 성공한 삶을 살았지만 술을 마시고 노름을 하며 번 돈을 다 써 버리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다시 매춘을 하며 돈을 벌기도 하는 등 방탕한 삶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사회적인 틀 안에 얌전히 놓여 지기를 거부하며 마지막까지 통속적인 그림을 그리는 대신 그의 그림은 개인적인 아픔과 더불어 점점 더 기괴해져갔다. 연인 두 사람을 자살로 잃었고 말년은 외로움에 몸서리 쳤다. 그러한 그의 비극은 아주 솔직하게 그림에 드러났고 우리는 그 비극을 바라보며 이상한 쾌감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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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에는 평일 오전임에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내가 순간 느끼는 분노나 외로움 우울함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절규하고 일그러진 베이컨의 그림들을 통해서 실컷 꺼내어 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내 감정이지만 무섭고 남들에게 알리기 창피하고 두려운 감정들을 베이컨의 그림과 이곳에 와서 공감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서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며 위로 받았다.

 

사실 영화 <조커>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것도 비슷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무시당하고 부정당하며 살아온 경험에서 억눌려진 분노를 조커는 완벽한 광기로 사악하게 드러냈다. 누구나 다 파괴하고 싶은 폭력적인 본성이 숨어있게 마련이다.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는 대다수 사회인에게 조커의 광기는 대리 만족을 시켜주었다.

 

보면 볼수록 인간 본성을 그대로 재현한 조커의 삶과 베이컨의 삶, 그리고 그림은 참 많이 닮았다. 끝까지 안정적인 삶의 테두리를 거부했지만 일그러진 그의 그림만큼이나 베이컨도 사실은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소소한 사랑과 지지를 바랬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전시는 내년 2020년 1월 20일까지이다. 파리에 들를 일이 있다면 퐁피두 미술관에서 베이컨의 미술세계에 빠져보기를 추천해본다.

 

 



[최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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