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그리운 여름이 생겼다

간직하고 싶은 몇 편의 글을 갖게 되었고,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여름이 생겼다.
글 입력 2019.11.0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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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견디듯 여름을 보냈다. 더위에 약해서 쉽게 지쳤고, 비가 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들이 이어졌다. 매일 신고 다니는 샌들 모양으로 발등이 얼룩덜룩해지는 것도, 땀에 젖은 옷이 쌓여가는 세탁 바구니도 반갑지 않았다. 잠깐만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한낮이면 도망치듯 카페든 편의점이든 들어가곤 했다. 폭염에 아스팔트 길을 걸을 때는 금방 산 차가운 생수를 손에 들고 입을 헹구며 열을 식혔다.

 

그리고 가을이 찾아왔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겉옷을 입어도 찬 기운이 느껴졌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 이제는 겨울을 앞둔 지금, 지난 여름을 떠올려본다. 그때의 더위, 그 열기 속에서 아름답지만은 않았던 순간순간들이 그때의 나와 닮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 동안 글쓰기는 늘 어려웠고, 내 손에는 뭐가 참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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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끝이 까맣게 닳도록 열심히 들고 다니며 글을 끄적였다. 내 안에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있는 것처럼 때로 기대하며, 때론 체념하며 말을 걸었다. 어제는 그럴듯해 보였던 글들이 오늘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였고, 꼭 내 것이라 생각했던 느낌들은 글로 쓰이는 순간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모습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마음이 두려울 때면, 마음의 망각이 두려울 때면 이 글자들에 기댈 수 있었다. 붙잡고 싶은 많은 것들을 불완전하게나마, 아주 작은 조각으로라도 남길 수 있어 다행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그 조각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 다른 이에게 가 닿을 수 있는 무언가가 되어 있었다. 모두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았던 우리는 몇 안 되는 글자들만으로 연결될 수 있는, 축복받은 존재들이었다.

 

내가 남긴 조각들에 대한 정성스런 응답이 들려올 때면 따뜻한 기쁨을 느꼈다. 내 것이 아닌 듯 실감이 나지 않다가도, 이내 먹먹한 마음이 되었다. 내가 글을 쓰며 느끼는 마음을 읽는 이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은 막막한 길을 계속 가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그렇게 글을 통해 말로는 전할 수 없었을 것들을 공유했다.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서로의 존재에 위로를 받는다. 그렇게 한 편의 글은, 한 줄의 문장은, 그 글자 하나하나의 무의미한 조합은 누군가의 곁에, 혼자 있는 사람의 곁에 자리할 수 있다. 함께 있지 않아도 원하면 꺼내어 볼 수 있는, 그로써 그 온기를 다시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무언가가 될 수 있다. 그게 글이 가진 한 가지 쓰임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나도 위로를 받았고, 나의 글도 그런 힘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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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과정이 아트인사이트와 함께여서 가능했다. 간직하고 싶은 몇 편의 글을 갖게 되었고,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여름이 생겼다. 잊을 수 없는 작품들을 만났고, 낯선 곳에서의 시간이 더없이 설렐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를 초라하게 만들어서, 모든 것을 어렵고 낯설게 만들어서 포기하고 싶던 글쓰기가 앞으로도 계속 쉽지 않았으면,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파우스트>의 말처럼 계속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방황하고, 그러다 예기치 못한 기쁨의 순간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김주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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