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 그릇의 감사함과 따듯함이 느껴지는 책 "독서 주방"

글 입력 2019.10.30 15:5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나무발전소-독서주방.jpg

 


27년차 호텔리어 셰프, 현재는 웨스틴조선호텔 서울 총괄 조리팀장인 유재덕 셰프가 지난 4년 동안 틈틈이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며 써내간 글들을 모은 책이다. 요리에 관심도 없는 내가 요리사가 쓴 책이 궁금해진 이유는 하나, 내 동생이 요리사이기 때문이다. 내가 옆에서 지켜보는 요리사란 완전 노동 집약적 직업이다.

 

내 동생을 예로 들자면 마감하고 매일 집에 돌아오면 12시가 훌쩍 넘는다. 신 메뉴 개발하고 회의한다고 그 근처 찜질방에서 밤늦게나 간신히 잠드는 게 일상이다. 아침에는 간신히 일어나서 헬스장으로 향한다. 하루 종일 불 앞에 서서 일하니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래 버틸 수가 없다. 그마저도 휴무도 주 1회, 남들 쉬는 날은 더 바쁘다. 그러다 어느 샌가 동생 방에 책이 한 권씩 늘어나는 것을 보았다.

 

예전에는 책 한 권 읽지 않았던 놈인데. 읽을 시간은 있나, 장식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라운 일이었다. 요리를 하면서도 알아야 할 것들이 천지란다. 온갖 재료들에 대한 소개를 모아놓은 책, 심지어 주방용 칼에 대한 책도 있다. 이 책은 그런 동생이 읽었으면 해서 펼쳐 본 요리에 대한 에세이었다. 유재덕 셰프도 시간이 없어서 화장실, 출퇴근 시간에 짬을 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음식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도 쉽게 읽기 쉬운 책이었다. 그저 한 분야에서 알아주는 일인자가 된 사람의 철학을 읽는 시간이었다.

 


131.jpg

  

 

요리사에게 중요한 요소가 도덕성이라고 말한 그의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은 맛을 넘어 건강과 생명에도 관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요리사는 타인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도덕적인 직업”이라는 말에 크게 동의한다.

 

대중이 가장 분노하는 것도 음식 가지고 장난하는, 비도덕적적인 가게들의 행태다. 돈만 생각하며 대중을 속이고 거짓 재료를 섞어서 사용하는 가게들보다 비싸더라도 정직한 식재료에 최근의 소비가 늘어나도 있는 것도 다 이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책을 보는 내내 훌륭한 마음을 가지고 멋진 요리를 하시는 분이라고 여겨졌다.

 

그리고 또 하나, 미슐렝 별점이 매겨진 맛집을 찾아다니는 내게 뜨끔한 문구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요리사는 미슐렝의 별이 주렁주렁 달린 최고급 레스토랑의 주방장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그리고 생명을 철학을 위해 자신의 부엌에서 날마다 음식을 만드는 주부들이다”라는 말이었다. 매사 밖에서 먹는 음식에 길들여져서 아직도 집에 가면 음식 투정하는 다 큰 딸내미에게 우리 엄마의 음식은 뭔가 시시한 느낌이었다. 하루 한 끼 식사를 만드는 일의 고단함을 알면서도 어느 순간 반찬 투정하고 마는 나의 나쁜 습관에 뜨끔한 일침을 가한 말이다.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는 사람만큼 따듯한 사람이 없다. 유재덕 셰프의 가족에 대한 사랑은 책 곳곳에서 느껴졌다. 아내와 딸,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 겸손하고 정직한 심성, 끊임없이 지식을 추구하는 꾸준한 성품이 모여서 그를 최고의 요리사로 만들었나보다. 누군가가 만든 한 그릇에는 그의 오래 묵은 습관과 성품, 수많은 노고가 담길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달으며 매 음식에 감사해야 함을 다시 한 번 배웠다.


그리고 이 책은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책이기도 했다. 요리와 독서라는 전혀 다른 분야를 재미나게 엮다니! 요리사의 글 솜씨란 그의 음식 솜씨와도 닮았나? 담백하면서도 맛을 보고 음식재료를 알아가는 과정에서는 쫄깃한 긴장감과 새콤달콤한 감칠맛도 돌았다. <독서주방>이란 책을 읽으며 요리와 관련된 책들이 이렇게나 많은지 처음 알았다.

 

한 분야의 권위자도 끊임없이 책을 읽으며 자기 삶을 성찰하는데 나도 부지런히 책을 읽으며 내 분야를 구축해나가야지, 삶의 철학을 쌓아나가야지, 좋은 삶에 대한 고민과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해봐야지 등 다양한 깨달음을 얻었다. 요리를 좋아하고 그 분야에 속한 사람이라면, 한 끼의 감사함과 깊이를 느끼고 싶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독서 주방
- 불과 칼 사이에서 따뜻한 책읽기 -


지은이 : 유재덕

출판사 : 나무발전소

분야
에세이

규격
신국판(148*210)

쪽 수 : 252쪽

발행일
2019년 9월 20일

정가 : 14,000원

ISBN
979-11-86536-65-0 (03810)


[최수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