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음의 배부름을 주는 "독서 주방" [도서]

불과 칼 사이에서 따뜻한 책읽기
글 입력 2019.10.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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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일까. 주변의 매체와 콘텐츠가 ‘음식’, ‘요리법’ 등에 많은 조명을 비추고 있다. 이에 영향을 받아 나를 포함한 많은 대중들이 이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다니는데 열을 올리고, 멋들어진 음식을 공급하는 셰프의 요리법을 궁금해 하기도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음식이 테이블에 놓이기까지의 과정보다 소비하는 것, 즉 맛있게 먹고 즐기는 법에 관심이 기울어져 있다. 테이블에 둘러 앉아 음식의 맛을 표현하는 것을 느끼고, 대식가 연예인들이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에 대리만족하는 것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반하여, 음식을 공급하는 자의 섬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알맞은 책이 바로 < 독서주방 >이었다. 식재료와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요리를 다루는 자세, 주방이라는 특수한 공간 등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은 나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였고 더 나아가 음식과 결부된 삶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깨달음과 공감을 반복하며 책장을 넘겼다.

 

 


1. 수백 가지가 담긴 하나의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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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후 내가 그동안 음식을 얼마나 단순히 여겨왔는지 느껴졌다. 오직 맛에만 집중해 음식을 즐겨왔던 나날이 아쉬웠다. 음식엔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와 감정과 역사가 담겨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그렇게 끝없이 이어져 내려온 맛의 유전자.” -p.54이 문장을 읽고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맛 그 자체보다 음식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맛있는 음식을 먹이기 위해 조리법을 탐구했을 정성, 자식과 가족을 생각하며 비법을 전수받았을 노력 등이 한꺼번에 와 닿았다. 그리고 엄마가 내어준 음식을 먹었을 때, 응축된 무한한 사랑을 씹는 것만 같았다. 감사함을 느끼고 먹은 음식은 이전에 먹었던 그 어떤 맛있는 것들보다 달콤하고 풍부했다.

 

“그래서 추억이 담긴 음식은 늘 음식 이상의 무엇이다. 어쩌면 힘들고 지친 내 영혼을 위로하는 ‘천상의 치료제’라고 이름 붙일 수도 있지 않을까.” -p.91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한 밥을 준비하며 작가가 느낀 감정이다. 위의 문장은 나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음식은 개개인의 이야기를 품을 수 있는 포용력을 가지고 있나보다. 추억이 담긴 음식을 먹을 때면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것처럼 그때의 상황과 감정이 생생하다. 언제든 내 곁에서 즐거운 기억과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는 음식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2.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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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작가가 셰프라는 직업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셰프가 되기 위한 과정, 셰프가 된 후 맞닥뜨리는 여러 상황들을 읽으며 내 삶을 되돌아보게 했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보게 했다.

 

“맛있고 멋있는 요리들을 대강 다 배우고 나면, 그때부터 ‘생명 그 자체’인 음식을 배워야 한다. 아무튼 이 끝없음이 좋다. 요리사가 되길 참 잘했다. -p. 94 작가의 이 한마디는 나의 직업관을 곰곰이 생각해 보게 했다. 열정과 진심을 다할 수 있는 직업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느낀다. 아직 정해진 것 없는 혹은 무수한 갈림길에 서있는 취업 준비생인 나는 작가의 이 한마디가 묵직한 조언으로 다가왔다.

 

“땀에 전 옷을 벗어놓고 샤워를 할 때마다 나는 콧노래를 불렀다. 찬 물줄기가 얼굴을 때리는 느낌, 온몸을 따라 흐르던 그 시원한 기분에 나는 전율했다. 살아있음을 고스란히 느꼈다. 그때만큼 행복한 시절이 또 올까? 또 있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불 앞에 섰다.” -p.104 작가가 3년차 초보 요리사였던 시절을 추억하며 쓴 글이다. 힘들고 고된 시간을 견뎌내는 것은 가치 있는 것임을 증명해준다. 이러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지금의 멋진 셰프를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다보면 언젠간 쑥쑥 자란 나를 마주할 것이라 믿어본다. 작가의 청년 시절은 내게 큰 힘을 주었다.

 

*

 

지금까지 느껴온 음식의 색다른 이면을 보고 싶다면, 음식과 그의 삶속에 얽힌 철학을 맛보고 싶다면 < 독서 주방 >을 추천한다. 오늘은 작가가 직접 다듬고 가꾼 ‘글’요리로, 풍부하고 건강한 ‘삶의 철학’의 맛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독서 주방
- 불과 칼 사이에서 따뜻한 책읽기 -


지은이 : 유재덕

출판사 : 나무발전소

분야
에세이

규격
신국판(148*210)

쪽 수 : 252쪽

발행일
2019년 9월 20일

정가 : 14,000원

ISBN
979-11-86536-65-0 (03810)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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