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휴대폰 없이 살아보기 [문화 전반]

오늘 하루 휴대폰 없이 살아보기
글 입력 2019.10.28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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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들리던 요란한 사이렌 알람 소리가 울리지 않는다. 자기 전에 베개를 세게 때리며 일어날 시간을 외치면 그 시간에 눈이 떠진다는 우스갯소리를 따라 해봤는데 신기하게도 진짜 눈이 떠졌다. 휴대폰 없이 살아보기의 최대 난제였던 <알람 없이 기상>을 무사히 마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나는 보통 아침에 일어나면 휴대폰으로 밤새 온 알림을 확인한다. 새로 온 메일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모두 읽고 나면 터덜터덜 욕실로 걸으며 씻는 동안 틀어 놓을 유튜브 영상을 고른다. 세면대 옆에 영상이 재생되는 폰을 둔 채 영상 소리를 들으며 씻는 것이 내 아침의 루틴이다. 그러나 오늘은 떨어지는 물소리만 욕실을 울린다. 이렇게 조용히 씻어본 게 얼마 만 이지? 혼자 생각하며 내 방으로 돌아왔다.

 

새삼 내 일상이 항상 유튜브와 함께라는 것을 느꼈다. 이어폰을 끼고 메이크업 영상이나 범죄 영상을 보며 외출 준비를 하던 내가 영상을 보지 않으니 조용한 내 방과 거울에 비치는 얼굴이 어색했다. 처음 영상을 보며 준비를 시작한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세월아 네월아 느릿느릿 준비하는 버릇 때문에 꼭 집에서 나설 때는 급하게 나가곤 했다. 그럼 꼭 아파트 단지를 떠나거나 지하철을 타고 나서야 집에 두고 온 물건이 생각나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유튜브 영상의 길이가 10분 정도 되니 세 개를 틀어놓고 시간의 압박을 느끼며 빠르게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항상 영상을 틀어놓는 것이 습관이 되니 넋 놓고 영상을 볼 때가 많아 전과 같이 시간에 쫓기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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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후 나는 항상 에어팟 한 쪽과 한 몸이었다. 휴대폰은 충전기에 꽂아 둔 채 노래나 영상을 들으며 매장을 청소하고, 물건을 진열하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휴대폰도 에어팟도 집에 두고 와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휴대폰을 대체할 목적으로 가져온 책이나 문제집을 풀었다. 하루에 일곱 장씩 푸는 학습지도 오늘따라 더 빨리 풀 수 있었다. 그동안 들어온 음악은 오히려 집중에 방해가 되었음을 느꼈다.

 

점심시간쯤 되니 나는 약간 불편해졌다. 딱히 중요한 곳에서 연락 올 일은 없지만 어디선가 다급하게 나를 찾고 있을 것만 같았다. 또 SNS에도 뭔가 재미있는 글이 잔뜩 올라왔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오늘 어디서 뉴스레터 오지?라고 생각하며 평소에는 한 번에 몰아 읽는 뉴스레터조차 확인하고 싶어 초조했다.

 

휴대폰 없는 일상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았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나는 강아지와 산책을 나간다. 다른 강아지 친구도 사람도 좋아하는 우리 집 강아지는 한 번 나가면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싶어 한다. 30분 정도 동네를 돌면 강아지는 신나서 더 걷자며 헉헉거리고 나는 집에 가자고 강아지를 회유하다 포기하고 휴대폰을 하곤 했다. 그런데 휴대폰 없이 동네를 거닐어보니 강아지에게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당연한 것이지만 그동안 휴대폰 화면에 빠져 보지 못한 것들을 발견했다.

 

유난히 어느 풀숲에 영역 표시 하기를 고집하는지, 벤치에 앉아 바람 냄새를 맡는 표정은 어떤지를 지켜보았다. 강아지가 먼저 집 방향으로 앞장설 때까지 실컷 산책 한 후에 집에 돌아가는데 저 멀리 산책 중인 강아지와 견주를 보았다. 한 손엔 목줄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휴대폰을 하고 있는 모양이 낯설지 않았다. 평소에 내가 산책하는 모습을 누군가 찍어서 보여준다면 저 모습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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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강아지의 발을 닦아주고 저녁을 차렸다. 휴대폰 없는 식사시간은 심심했다. 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밥만 먹으니 평소보다 식사시간이 길어졌다. 오늘 밥이 좀 설익었네, 김치가 맛있게 익었네 고모가 담그신 김치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온전히 맛에 집중했다.

 

친구와 카페에서 만날 약속이 있어 집을 나섰다. 나는 출발하기 전에 확인 연락을 하는 버릇이 있는데 친구가 혹시 나와의 약속을 잊지는 않았는지, 어디쯤 오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몹시 답답했다. 내가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테이블에 앉아 친구를 기다리는 그 몇 분이 유난히 느리게 지나갔다. 괜히 심심해서 주변 사람을 구경하는데 저마다 바쁘게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평소에 자주 오는 카페였지만 이렇게 나 혼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새삼 새로운 공간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자정이 될 즘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휴대폰을 확인해 보았다. 일부러 노트북도 사용하지 않아서 그 어떤 수단으로도 확인할 수 없었던 SNS에 먼저 들어갔다. 뭔가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접속하지 않은 하루 동안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바로 확인해야만 하는 메시지도 급한 연락도 없었다. 엄지손가락으로 스크롤을 몇 번 슥슥 올리다가 금방 지겨워졌다. 메일함에는 여러 광고메일과 뉴스레터가 와있었다. 하지만 막상 읽을 수 있게 되니 손이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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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동안 내가 생각보다 아주 많이 휴대폰에 묶여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휴대폰을 소유하는 게 아니고, 휴대폰이 나를 소유하고 있다. 작은 화면 속 세상에 갇혀 지금 당장 내가 마주하는 세상을 보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 아닐까.

 

‘피처폰’이라고 부르는 휴대폰을 사용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피처폰이라는 이름답게 그 당시에는 휴대폰으로 지금처럼 많은 일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수신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답장을 기다리며 설레하던 시절도 있었다. 수신 여부 확인이 가능한 지금은 사라지지 않는 숫자 ‘1’에 스트레스받고, ‘1’이 사라지면 답장을 해야만 하는 무언의 압박에 시달린다. 더 진보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오히려 진보한 기술에 잠식되어 고통받고 있다.

 

 



[김혜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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