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조별과제로 배우는 인간생태계에서의 생존법 [문화 전반]

글 입력 2019.10.2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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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라이트 광고 中

 

 

“그럼 선배님 이름도 뺄게요.”

 

몇 년 전 음료 광고에 나왔던 대사는 한때 유행어처럼 쓰였었다. 4학년이라 조별과제를 빼달라는 선배의 말을 듣고 스트레스를 받은 후배는 고구마를 먹은듯한 답답함을 느낀다. 이렇듯 조별과제(때로는 팀플레이를 줄여 ‘팀플’이라고 말한다)는 그 단어만 말해도 대학생이 진절머리를 칠 정도로 꺼려하는 과제이다.

 

10대 때는 대학교 조별과제를 다룬 만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접했기 때문에 그 악명을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대학에 진학해서 겪어보니 세상에는 정말 다양하고 이상한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게 하는 팀플레이는 폭탄 돌리기 게임과도 같았다.

 

따져보면 팀플레이는 유치원 때 친구와 짝을 지어 문제를 풀어보거나 같이 춤을 추는 등 우리는 사소한 활동에서부터 누군가와 함께 하기 시작했다. 대학교를 넘어 직장에서 프로젝트를 위해 팀원들과 밤낮으로 회의를 하기도 한다. 결국 사람은 팀플레이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대학교에서의 활동은 악명이 높아졌을까?

 

조별과제의 취지는 학문의 탐구를 위해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 해결 방안을 연구하고 논의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에 있다. 이때 나온 결과물은 같은 조에 속한 학생끼리 공유되어 교수가 평가를 할 때 조원들에게 같은 점수를 주기도 한다. 이 경우 개별적인 참여도에 상관없이 팀원들끼리 같은 점수를 받아 많은 노력을 기울인 사람은 오히려 손해를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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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과제에서의 진상 유형은 다양하다

 

 

모두가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있고 진행이 순조롭다면 과제는 무사히 끝나겠지만, 가끔씩 마주하는 별난 유형의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조원들을 괴롭힌다. 일례로 필자는 참여도가 너무 낮고 과제를 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조원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 교수님과의 상담으로 구성원을 교체한 적이 있었다. 최근에는 무임승차를 방자하기 위해 팀 내부에서 자체 평가를 하거나 역할 분담을 교수가 알 수 있도록 보고서에 기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팀 내부의 갈등과 분열을 방지한다. 

 

필자는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조별과제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편이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가면서 모든 정보를 섭렵할 정도로 열심히 하기보다는 주어진 역할만큼만 분량을 담당한다. 서로간의 상호존중이 되어있지 않는다면 누군가가 더 고생을 하기 때문에 현실과 타협하기 시작했다.

 

조별과제로 맺는 강제적인 인간관계도 은근 부담이 되었다. 과제를 수행하면서 갖는 식사나 술자리도 점점 줄어들고 성향이 맞지 않는 조원이 있을 경우에는 최대한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상대한다. 사람 만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런 관계에서 만난 사람들의 나이, 출신, 좋아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지금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고 비즈니스적으로 낯선 이들을 상대할 뿐이다.

 

조별과제가 사회적 관계와 방법을 알려준다고 하지만 광고 속의 선배를 만나야 한다면 수업을 포기하고 싶을 것이다. 의도는 좋으나 그 목적을 이루기까지 넘어야할 산은 험난하며 많다.

 

 

[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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